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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소형 증권사 고충 ①] 전산 투자는 '강제' 수익은 '신기루'…커져가...

거래소 측도 지난 3월 "IT 개발 부담 최소화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공식화할 만큼, 업계의 전산 부담이 적지 않음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IT 담당자는 "SOR 하나 구축하는 데도 외주...

[중소형 증권사 고충 ①] 전산 투자는 '강제' 수익은 '신기루'…커져가...

넥스트트레이드(NXT) 출범에 이어 한국거래소의 프리·애프터마켓 개설까지 겹치며 증권사들의 전산 투자 부담이 해마다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산 개발 비용을 상쇄할 핵심 수익원인 자산관리(WM) 부문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곳이 속출해, 중소형 증권사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그래픽=클로드AI

DB증권·LS증권·SK증권·다올투자증권·부국증권·유진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6곳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별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산운용비가 2024년 대비 2025년 대체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곳은 다올투자증권으로 99억원에서 113억원으로 13.8% 급증했다. 이어 DB증권(262억원→295억원, 12.7%), LS증권(139억원→155억원, 11.7%), 부국증권(56억원→62억원, 11.1%), 유진증권(136억원→149억원, 9.5%) 순이었다. 반면 SK증권은 193억원에서 181억원으로 유일하게 감소(-6.6%)*했다.

이러한 전산운용비 증가세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졌다. 6개 사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산운용비가 전년 동기 대비 예외 없이 모두 늘어났다.

이 중 SK증권의 경우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홀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41억원에서 47억원으로 16.8% 반등하며 6개사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오는 9월 예정된 프리·애프터마켓 대응 개발이 본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한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에도 30억원에서 38억원으로 27.5% 증가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 뒤로 부국증권(15억원→17억원, 14.6%), DB증권(77억원→83억원, 7.4%), 유진증권(37억원→39억원, 5.8%), LS증권(38억원→38억원, 1.6%) 순으로 모두 전년 동기 성적을 웃돌았다.

◇SOR에 이어 프리·애프터마켓까지…끝없는 당국의 전산개발 요구

전산 비용이 가파르게 오른 배경은 잇단 제도 변화다. 지난해 3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인 넥스트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증권사들은 의무적으로 스마트주문전송(SOR)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했다.

SOR은 고객 주문을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트레이드 중 더 유리한 거래소로 자동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복수 거래소 시대 '최선집행의무' 이행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0개 증권사 중 2025년 4월 기준 SOR을 갖춰 양 시장에 동시 참여한 곳은 15개사(30%)에 그쳤을 만큼 구축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한국거래소가 9월14일부터 프리마켓(오전 7~7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4~8시)을 추가 개설하기로 하면서 2차 전산 충격이 예고된 상태다. 현재 오전 9시~오후 3시 30분(6시간 30분)인 거래 운영 시간이 최대 오전 7시~오후 8시(13시간)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만큼, 서버 증설과 시스템 고도화가 불가피하다.

거래소 측도 지난 3월 "IT 개발 부담 최소화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공식화할 만큼, 업계의 전산 부담이 적지 않음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IT 담당자는 "SOR 하나 구축하는 데도 외주 용역비만 수억원이 들었는데, 거래시간 연장까지 되면 야간 운영 서버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또 새로 깔아야 한다"며 "SOR 구축 비용을 아직 회수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연이어 개발을 요구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인력 격차는 대형사와 비교할 때 더욱 선명해진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1분기 전산비(별도 기준)는 286억원으로, 중소형 증권사 6개사의 1분기 지출한 비용(262억원)을 웃돈다. 여기 미래에셋은 IT부문 대표를 부사장급으로 두고 IT인프라본부·디지털부문 등 독립 조직을 운영하면서 더욱 공격적으로 디지털부문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래픽=클로드AI

◇수익은 거꾸로…전산비 대비 자산관리수수료 14%도 못 메워

더 큰 문제는 전산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서 자산관리수수료는 랩어카운트·투자일임·자문 등 WM 고도화의 핵심 수익 지표로 꼽힌다. 위탁매매 수수료와 달리 고객 자산 잔고에 연동되는 안정적 수익원인 만큼, 증권사들이 WM 부문 역량을 늘릴수록 커져야 하는 항목이다. 그런데 전산비가 일제히 오르는 동안 이 자산관리수수료수익은 오히려 쪼그라든 곳이 속출했다.

SK증권의 별도 자산관리수수료수익은 2024년 38억원에서 2025년 24억원으로 38.4% 급감했다. 유진증권도 같은 기간 33억원에서 27억원으로 18.8% 줄었다. 다올투자증권은 5억원에서 1억원으로 84.6% 쪼그라들었다. 전산비는 오르고 핵심 WM 수익은 빠지는 이중압박 구조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6사를 비교하면 부국증권(17억 vs 27억)만이 유일하게 자산관리수수료수익이 전산운용비를 앞섰다. 다만 부국증권의 높은 자산관리수수료수익은 WM 역량보다는 M&A(기업 인수합병) 자문 수수료 비중이 전체 수수료수익의 30%를 차지하는 독특한 사업 구조에 기인한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모두 자산관리수수료수익이 전산운용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노조·국회까지 반발…결국 세 달 밀렸다

거래시간 연장을 둘러싼 반발은 증권사 현장을 넘어 노동계와 국회까지 번졌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는 지난 3월 한국거래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졸속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약 70명의 조합원이 '거래시간 연장 반대' 피켓을 들고 결집했다.

노조 측은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필수 인력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사고가 났을 때 책임도 현장에 집중된다"며 "거래소가 넥스트레이드에 빼앗긴 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해 프리마켓을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도 거래시간 연장 반대 국회전자청원을 제출해 1만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모았다. 한투연은 "넥스트트레이드 출범 직후 거래 장애와 증권거래세 산정 오류 등이 잇따랐는데, 전산 안정성도 확보되지 않은 채 거래시간만 늘리면 같은 혼란이 반복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넥스트트레이드는 지난해 3월 출범 첫날부터 증권사 MTS 지연, SOR 오류, 증권거래세 오산정 등 잇단 전산 사고를 냈다.

국회도 개입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주최하고 '속도보다 합의'를 강조했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당초 6월 29일로 예정했던 프리·애프터마켓 개설 시행일을 9월 14일로 약 3개월 연기했다. 거래소는 "시스템 개발 완성도를 높이고 충분한 테스트 기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증권업계 의견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모의시장 운영 기간도 기존 15주에서 23주로 대폭 늘리고, 프리마켓 종료 시간도 오전 8시에서 7시 50분으로 10분 앞당겼다. 증권사 참여 역시 의무에서 자율로 바꿨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업계의 공통된 의견은 중소형 증권사의 전산 딜레마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도 변화에 따른 의무 투자와 그로 인해 정작 뒷전으로 밀린 WM 수익 구조, 여기에 인력 부족까지 맞물리며 이중·삼중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거래시간 연장의 명분이 '자본시장 선진화'라면, 그 비용을 떠안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도 함께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연기는 됐지만 해결된 건 없다"며 "9월에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야간 모니터링 인력을 추가로 뽑거나 용역을 더 써야 하는데, 그 비용이 어떤 수익으로 돌아오는지 아직 아무도 답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사는 자체 IT 인력과 인프라가 있으니 버티지만, 전산인력 한 자릿수인 소형사는 외주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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