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수출물가도 16.3% 올라 동반 급등
한은 “전쟁 장기화 땐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 더 커질 수 있다”
지난달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뛰면서 국내 수입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 28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기준 169.38로 집계됐다. 2월 145.88과 비교하면 16.1% 상승한 수준이다. 월간 상승률로는 1998년 1월 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수입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항목별로 보면 원재료 가운데 원유를 포함한 광산품이 44.2% 올랐고, 중간재에서는 석탄·석유제품이 37.4%, 화학제품이 10.7% 상승했다. 세부 품목별 상승 폭은 더 가팔랐다. 원유가 88.5%, 나프타가 46.1%, 제트유가 67.1% 뛰었다.
특히 원화 기준 원유 품목지수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5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계약통화 기준 원유 상승률도 83.3%에 달해 1차 오일쇼크 당시였던 1974년 1월 98.3% 이후 5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3월 유가와 환율이 올라 광산품, 석탄·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2월 배럴당 68.40달러에서 3월 128.52달러로 87.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 월평균도 1449.32원에서 1486.64원으로 2.6% 상승했다.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수입단가를 밀어올린 셈이다.
다만 4월 흐름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이 팀장은 “4월 1일부터 13일까지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전월 평균보다 14.8% 하락했지만 환율은 같은 기간 1.0% 상승했다”며 “미국·이란 협상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당분간 원자재 공급 차질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4월 수입 물가 향방은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입물가 급등은 이미 소비자물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 팀장은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3월 수입 물가가 석유류, 휘발유 등 석유류 중심으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중동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효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고유가와 원재료 공급 차질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출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3월 수출물가지수는 원화 기준 173.86으로 전월 149.50보다 16.3% 상승했다. 이 역시 9개월 연속 오름세이며, 상승률은 1998년 1월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수출물가 상승은 석탄·석유제품과 화학제품, 반도체가 주도했다. 석탄·석유제품이 88.7%, 화학제품이 13.9%, 컴퓨터·전자·광학기기가 12.7% 올랐다. 세부 품목으로는 경유가 120.7%, 제트유가 93.5%, 에틸렌이 85.8% 뛰었고, D램은 21.8%, 플래시메모리는 28.2% 상승했다.
교역조건은 개선됐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13.69로 1년 전보다 2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출 가격이 23.4% 오른 반면 수입 가격 상승률은 0.5%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수입품을 들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수치가 시차의 영향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교역조건지수를 산출할 때 수입 물가 지수는 통관 시점 기준으로 산출하는데, 원유나 석유제품은 수입 계약 후 실제 한국 세관 통관까지 1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며 “3월의 경우 국제유가나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통관 시점 기준 수입 물가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도 큰 폭으로 뛰었다. 3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68.61로, 수출물량지수가 23.0% 오르고 순상품교역조건지수도 22.8% 상승하면서 1년 전보다 50.9% 높아졌다.
수출 가격과 물량이 함께 늘어나면서 대외 교역 여건이 수치상으로는 개선된 모습이지만, 중동 정세와 원자재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물가와 실물경제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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