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 모습.ㅣ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오는 5월 총파업에 나서기로 하면서 2년 만에 다시 파업 국면이 현실화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9일부터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93.1%의 찬성률로 쟁의권 확보를 마쳤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과반을 보유한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를 비롯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3개 노조가 참여했다. 재적 조합원 8만9874명 가운데 6만6019명이 투표에 참여해 73.5%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이 중 6만145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동투쟁본부는 4월 23일 집회를 열고, 5월 총파업까지 이어가며 성과급 정상화와 정당한 보상 체계 실현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2026년 임금교섭의 핵심 요구안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 성과급 상한 폐지, 임금 인상률 7%를 제시하고 있다. 파업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2024년 7월 25일간의 총파업 이후 약 2년 만의 재파업이자, 1969년 창사 이후 두 번째 파업이 된다.
노사는 지난해 11월 공동교섭단을 꾸린 뒤 3개월여 동안 임금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노조는 지난달 19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노위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지난 3일 2차 조정회의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고, 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한 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가 협상 결렬 이후 공개한 세부안에 따르면 회사는 노조의 성과급 제도 투명화 요구와 관련해 OPI(초과이익성과급) 재원을 EVA(경제적부가가치) 20% 또는 영업이익 10%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임금 인상률 6.2%, 자사주 20주 지급,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장기 근속 휴가 확대 등 보수·복리후생 개선안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노조는 OPI 지급 과정에서 사업부별 차등 적용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기본급 인상 요구 수준은 낮췄지만 OPI 상한 폐지 요구를 유지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시장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실적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영업이익 손실 규모가 최대 9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승호 공동투쟁본부 위원장도 최근 18일간 파업이 이어질 경우 손실이 최소 5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회복 기대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최고 성능의 HBM4를 양산 출하하며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회복에 나섰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와 맞물려 지난해 매출 334조원, 영업이익 44조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영업이익 200조원 달성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파업이 진행될 경우 반등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70~80%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소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세트 사업 수익성 부담까지 겹치며,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에게 단거리 비행 시 이코노미 클래스 이용을 지시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DS 부문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전사 영업이익 20조원 가운데 16조4천억원을 책임질 정도로 실적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파업 참여 규모가 커질수록 회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원재료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 수급 차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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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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