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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동발 공급망 위기… 'K전략상선대' 해법 될까

AI와 로봇 디지털야드를 구축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향상해 중국 대비 20% 선가 격차를... 조선소는 10년간 설비 현대화, 생산라인 확충과 같은 물적 기여와 AI·로봇 자동화 설비 등의 기술적 기여를 하게...

중동발 공급망 위기… 'K전략상선대' 해법 될까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상 공급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과 해상 물류에 직접적인 영향이 발생하자 해상 공급망을 단순한 산업의 영역이 아닌 국가 안보 관점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평상시에는 민간 상업 운항을 하다가 유사시에는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전략상선대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우리나라 해양강국 도약을 위한 전략 수립'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신혜영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러한 가운데 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우리나라 해양강국 도약을 위한 전략 수립’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해운협회가 주관하고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내 산업에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략상선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전략상선대의 효과, 법적·제도적 지원 등의 실효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어기구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태어나서 첫 직장을 가진 게 선박 회사였는데 그때 영업을 하면서 조선·해운 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경험했다”며 “우리나라 물동량의 99.7%가 바다를 통해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영향 때문에 국민들이 해운업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박정석 한국해운협회 회장은 “현재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우리 에너지 생명선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와 LNG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며 각 국가에서 해상 공급망 유지와 관리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주요 물자를 수송하는 상선을 우리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면 비상시 해상 공급망을 원활히 운영하고 해양 주권을 지켜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석 한국해운협회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혜영 이코노믹리뷰 기자

조경태 국회의원은 “오늘 토론회는 그야말로 시의적절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 호주는 이미 조선·해운 산업에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 국가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도 투자를 좀 늘리고 똘똘 뭉쳐서 해양강국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에 앞서 우수한 중앙대학교 교수가 ‘K-전략상선대 도입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우수한 교수는 “1980년대부터 공급망이 확장되면서 물동량이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2015년 이후부터는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1980년대부터 국경의 벽이 낮아지면서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곳에서 생산하고 소비가 많은 곳에 판매하는 자유 무역을 전개했다. 이에 따라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저렴하고 빠른 운송에 집중했다. 그러나 2015년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각국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국가 핵심 산업과 물류를 안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우 교수는 “이제는 운송을 하는 수단이 중요한 시기가 됐다”며 “이번에 미국에서 중국 선박에 대한 규제를 하면서 느낀 게 선박을 어디서 건조했느냐가 굉장히 큰 문제가 된다”고 했다. 이어 “선박을 안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공공재적인 특성을 가진다”며 “시장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우수한 중앙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혜영 이코노믹리뷰 기자

무역 의존도 79%, 안보 위험…해결책은 국적선과 전략상선대

우수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79%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해상운송 비중은 99.7%나 된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규모 대비 선복량이 적고 주요화물의 국적선 적취율은 50% 내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의 핵심인 LNG는 국적선 적취율이 2020년 52.8%에서 2024년 38.2%로 급감했다. 현 추세로 국적선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면 2037년에는 국적선 적취율이 0%에 도달할 수 있다. 유사시 외국 선사가 운송을 거부하면 에너지 안보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국가 기밀 유출 위험도 있다. 2007년 레바논 기지 건설 때 국적선이 부족해 군수품을 외국적선으로 운송했다. 우 교수는 “당시 배로 운송하는 모든 물자들을 외국 선박에 상세하게 알려줘야 했다”며 “비밀이 유출되는 방식이 이제는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방산 수출을 하는데 선복량이 부족해서 결국에는 해외 선박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 교수는 해군 예비 전력이 감소해 민간 사업자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데 실질적인 동원 훈련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정말로 민간 상선대를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지금 국가 필수 선대 제도가 있는데 도입한지 20년 됐지만 실제로 동원해본 적이 없다”며 “88척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훈련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우 교수는 이 제도가 실질적인 활용으로 연결되기보다는 형식적인 운영에 머물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위기의 일상화도 전략상선대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됐다. 우 교수는 “코로나19 때 운임이 거의 5~6배 올랐고 선박이 없어서 난리였다”며 “화주들은 이 문제가 얼른 해결되기만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나 2022년 러우전쟁이 발발하고 2023년 홍해 위기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이란 전쟁까지 터졌다. 우 교수는 “과거에는 10년에 한 번 정도 그런 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일상화됐다”며 “위기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했다.

우수한 중앙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혜영 이코노믹리뷰 기자

해운·조선 상생 모델…일본 사례 참고해야

우수한 교수는 “전략상선대를 구축하려면 국적선이어야 하고 그 선박이 친환경 규제를 통과해야만 운송이 가능하다”며 “굉장히 힘든 조건들이라 조선도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우 교수는 이 조건을 통과하기 위해 일본이 최근 도입한 제도를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에 조선업 재생 로드맵을 확정했다. 2035년까지 10년간 관민 합동 1조엔을 투자하고 선박 건조량을 지금보다 2배 확대하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국 상선대를 100% 자급하고 수출에 재진입한다는 목표다. AI와 로봇 디지털야드를 구축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향상해 중국 대비 20% 선가 격차를 해소할 방침이다. 일본도 에너지의 99.6%를 해상에 의존하고 있어 조선업을 국가 안보 필수 인프라로 재정의한 것이다.

관민 합동 1조엔 재원은 정부 재생기금 3800억엔, 정부 예산사업 2800억엔, 민간 투자유발 3500억엔 등으로 확보하게 된다. 특히 민간 현금 출연 없이 정부 지원 전제로 17개 조선소가 10년간 설비 투자 확약서를 제출하는 방식이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당장 투자 여력이 없는 조선소도 확약을 통해 물적·기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며 부족한 재원은 정부 지원으로 충당된다.

여기에 친환경 전환을 지원하는 GX 경제이행채권을 통해 일본 정부가 10년간 20조엔 규모로 국채를 발행한다. 그 다음 그린 이노베이션 기금을 마련해 해운이 포함된 14대 중점 분야에 자금을 집행한다. 해운 예산은 400억엔 정도 배정된다.

우수한 교수는 “이 두 가지를 합쳐서 해운과 조선을 같이 지원하고 상생하게 하는 방향”이라며 “우리도 일본의 로드맵처럼 해운과 조선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59조원 경제 파급효과 기대… “정부 지원 필수”

우수한 교수는 친환경·금융·시설 부문에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일본 GX 채권 모델을 벤치마킹해 설비 투자 비용을 정부가 일부 지원하고 조선소는 정부 지원 전제로 10년간 투자 확약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선소는 10년간 설비 현대화, 생산라인 확충과 같은 물적 기여와 AI·로봇 자동화 설비 등의 기술적 기여를 하게 된다.

정책금융 지원으로는 선사들의 대출 한도를 LTV 90%로 책정하고 시중 금리 대비 2%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환 기간은 선박 운영 기간을 고려해 최대 20년 장기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우 교수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법제를 정비하고 초기 재원을 마련하면 2028년부터 본격 건조를 시작해 2038년에는 200척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적선 적취율 50%를 달성해 선순환 생태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는 해당 로드맵을 통해 해운사·조선소·국가 모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는 59조원 경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우 교수는 “신조선 투입액 26.3조원 기준으로 총 생산유발 효과는 직접 효과 30조원과 간접 효과 29조원을 더해 59조원이고 연관 산업 직접 고용 효과는 4만5000명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직접 효과는 조선업 근로자 4만5000명과 철강·엔진·부품 투자, 조선소 이윤에서 발생한다. 간접 효과는 1차적으로는 철강·기계·전자 부문에서, 2차적으로는 철광석·에너지·물류 부문에서, 3차적으로는 소비·임금 지출 부문에서 발생한다.

우 교수는 “사실 이 논의는 굉장히 오래됐는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경각심을 갖고 올해부터는 입법 논의가 꼭 시작되길 바란다”고 했다.

좌장을 맡은 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혜영 이코노믹리뷰 기자

안보 우선, 해운·조선사 지원도 필요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에서 김경훈 한국해운협회 이사는 “전략상선대가 도입된다고 해서 해운업계에 도움되는 것은 없다”며 “국가 안보 차원에서 애국하는 마음에 이 토론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레바논 기지를 건설할 때 물자를 수송하는데 우리나라 배를 못 구해서 중국 배를 썼다”며 보안상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유사시 국가에 동원되는 선박이라 해운·조선 측면보다는 안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보 강화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법 제정에 많은 도움을 달라”고 촉구했다.

김형준 한국해양진흥공사 본부장은 안보의 중요성에 동의하면서도 해운·조선사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촉구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 대형 조선 3사들은 지금 좋은 시기를 누리고 있고 중견·중소 조선사들도 앞으로 2~3년 동안은 실적이 좋으리라 생각되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중견·중소 조선사들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략상선대는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를 위한 것이지만 해운사, 조선사, 화주 등 결과적으로는 해당 분야의 주체들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이들을 위한 재원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략상선대를 썼을 때 운임에 차이를 두는 등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비상시 국가가 운영할 때는 손실 보상이나 이런 부분들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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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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