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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충돌에 멈춰선 '글로벌 임상'…8000여 곳 직격탄
중동 지역 분쟁으로 인해 전 세계 임상시험 기관 약 8000곳이 영향을 받아 6.7%에 달하는 연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있습니다.
특히 종양학 분야의 임상 3상 연구들이 큰 타격을 입어 신약 개발 일정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이에 업계는 I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임상 모델 도입과 창의적인 데이터 활용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AI 생성 이미지.
중동 지역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이 단순한 지정학적 위기를 넘어 글로벌 신약 개발 생태계까지 흔들고 있다.
임상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페시(Phes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중동 분쟁으로 인해 전 세계 약 8000개에 달하는 임상시험 기관(Site)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페시가 186개국, 35만 개 이상의 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6만5000건의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전수 분석한 결과,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 연구의 6.7%에 해당하는 4361건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등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전쟁의 여파는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주변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터키 내 3746개 사이트가 영향을 받아 가장 큰 피해를 입었으며, 교전 당사국인 이스라엘(2204곳)과 이집트(1508곳)가 그 뒤를 이었다. 이란 내에서도 69곳의 사이트가 사실상 운영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분쟁이 유독 ‘종양학(Oncology)’ 분야에 집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환자의 생존율과 직결된 비소세포폐암(NSCLC) 및 유방암 관련 임상 연구가 대거 포함되어 있어 의료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에 가해지는 압박은 더욱 거세다. 3상은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장기간 진행되는 만큼 단 한 번의 투약 지연이나 데이터 누락도 전체 연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페시의 창립자이자 CEO인 젠 리(Gen Li) 박사는 “3상은 이미 수년간 연구에 참여해온 환자들이 포함되어 있어, 중단 시 이탈 위험이 극도로 높다”며 “연구자들은 교전 상황 속에서 연구진의 안전을 지키는 것과 임상을 지속하는 것 사이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판단을 강요받고 있다”고 현장의 참혹한 분위기를 전했다.
글로벌 제약 시장을 주도하는 이른바 ‘빅파마(Big Pharma)’들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대 제약사 모두가 분쟁 지역 내에 임상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해당 지역에만 400~500개의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어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원자재 공급망마저 끊겼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세계 헬륨 공급의 30%를 담당하는 카타르가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MRI 등 정밀 의료 장비 가동에 필수적인 헬륨 가격이 폭등했다. 이는 임상 데이터 확보를 위한 진단 과정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이란의 유력 제약사인 토피그 다루 연구·엔지니어링(Tofigh Daru Research and Engineering Company)이 공습 피해를 입는 등 중동 지역의 자체적인 신약 개발 인프라도 붕괴 수준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임상 모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리적 이동이 제한되고 사이트 방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과거 데이터를 활용한 ‘외부 대조군(External Control Arms)’ 설정이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모델링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신약 출시 일정이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젠 리 박사는 “무엇보다 환자와 임상 스태프의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전쟁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도 환자들에게 약속된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 시험을 지속할 수 있는 창의적인 데이터 활용 전략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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