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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동 텃밭 흔들리자 북미로…건설사 해외시장 재편

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지역에서는 반도체와 에너지, 원전 등 산업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특히 미국에서는 반도체와 에너지, 산업 인프라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건설 수요가 꾸준히...

중동 텃밭 흔들리자 북미로…건설사 해외시장 재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전략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에게 ‘전통적인 텃밭’으로 여겨졌던 중동 시장은 전쟁 확전 가능성과 유가 변동성 등 복합적인 변수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지역에서는 반도체와 에너지, 원전 등 산업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동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북미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는 건설업계의 긴장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진행 중인 대(對)이란 군사 충돌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동 전역의 건설현장이 잠재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이 미국 우방국인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을 겨냥한 공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플랜트와 인프라 건설현장의 안전 문제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실제 공습이 산업시설 인근까지 확산될 경우 현장 가동 중단이나 인력 철수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수행 중인 중동 현장에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국내 건설사들의 전체 해외 수주 물량 가운데 약 25%가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는 만큼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차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주요 산유국을 중심으로 건설현장이 잇따라 가동을 멈추는 ‘도미노 셧다운’이 현실화할 경우 공사 지연과 이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장 안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건설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에 다소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카타르 등 일부 국가의 건설현장에서는 추가 공습 가능성을 고려해 국내 직원들의 선제적인 대피나 철수 조치가 우선적으로 검토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평가받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공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장 안전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중동의 전쟁 리스크는 단순한 안전 문제를 넘어 사업 환경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산유국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대형 개발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장기간 이어진 저유가 여파와 대규모 투자 확대 등으로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재정 적자가 약 210억달러 규모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향으로 초대형 미래 도시 개발 사업인 네옴시티 등 일부 메가 프로젝트의 규모가 축소되거나 사업 일정이 조정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재정 압박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할 경우 국내 건설사들이 참여 중인 프로젝트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수행 중인 네옴시티 지하 터널 공사 등 주요 프로젝트 역시 발주처의 재정 상황이나 지역 정세 변화에 따라 사업 속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네옴시티와 같은 국가 핵심 프로젝트의 경우 사우디 정부의 전략적 사업인 만큼 전면 중단 가능성은 낮지만, 발주 규모 조정이나 공사 일정 지연 등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 전략의 지역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 중심의 수주 구조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와 유럽, 북미 등 상대적으로 정치·경제적 안정성이 높은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투자 확대 흐름이 이어지면서 북미 시장이 새로운 핵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수주 통계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일부 감지된다. 올해 1월 국내 건설사의 전체 해외 수주액은 7억7516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7%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동 프로젝트 발주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태평양 지역 수주액은 4억390만달러로 전년 대비 16.4%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산업 투자 확대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반도체와 에너지, 산업 인프라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건설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시설 투자와 데이터센터 건설, 에너지 인프라 확충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건설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원전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원전 시공 경험을 보유한 국내 건설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과거 중동 원전 프로젝트 등을 통해 축적한 시공 경험이 북미 시장에서도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해외 건설 시장에서 지역별 경쟁 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은 여전히 대형 플랜트와 인프라 사업이 집중된 핵심 시장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재정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커진 만큼 과거처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반도체와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는 북미 시장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여전히 중요한 해외 시장이지만 전쟁과 유가 등 외부 변수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중동 중심의 수주 구조에서 벗어나 북미와 유럽,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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