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트럼프 인수위
휴전 연장을 둘러싼 미국·이란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해지면서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청권 제조업계에선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2주 휴전’ 만료를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휴전 연장을 전격 선언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 군사전문가는 “이번 사태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중동 패권이 걸린 문제”라며 “미국 입장에선 해상 수송로를 장악하지 못하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 영향력을 잃게 되고 동맹국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쉽게 발을 빼기 어렵다. 이란 역시 최고지도자가 제거되는 등 체제 방어라는 사활이 걸려 있어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두바이유는 22일 기준 배럴당 102.875달러로 지난달 19일 137.822달러보다 하락했다. 하지만 전쟁 직전(60달러 후반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충남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일부 내려왔지만 절대 가격이 높고 운임과 보험료까지 올라 체감 원가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며 “나프타 등 기초 원료를 시작으로 제조 전반의 비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생산자물가지수(890개 품목)는 125.24로 전월보다 1.6% 상승했다. 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2.3% 올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세부 수치를 보면 더 심각하다. 나프타 68.0%, 에틸렌 60.5%, 자일렌 33.5% 등 원료 앞단일수록 상승률이 훨씬 컸다. 이로써 원재료 5.1%, 중간재 2.8%, 최종재는 0.6%가 올랐다. 대전의 한 산업공학과 교수는 “후공정으로 갈수록 매출 감소를 우려해 납품단가에 원가 반영률이 떨어진다”며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한탄이 쏟아진다. 충남 아산의 한 반도체 협력사 관계자는 “해상 운임 상승에 포토레지스트·특수가스 등 화학소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제조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반도체는 납기와 단가가 계약으로 묶여 있어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그대로 떠안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대전의 한 자동차 플라스틱 내장재 납품업체 대표도 “범퍼나 대시보드 등에 들어가는 합성수지는 대부분 나프타 기반이라 원재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더구나 운송비와 도료 비용까지 상승해 마진을 줄이며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제조업 비중이 높은 충남도는 자동차 부품기업 거래안전망 확보와 철강업체 매출채권 보험료 지원 등 5개 중소기업 지원 사업에 587억 원을 투입하며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