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2% 상승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올 1, 2월 연속 2%로 안정세를 보이다가 중동발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한 것은 심상치 않은 전조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원·달러 환율마저 1500원 선을 넘는 ‘고유가·고환율’의 이중고가 실물경제를 덮치고 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수입물가가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시차를 고려하면 4월 물가 성적표는 더 가혹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리스크까지 현실화하면 연간 1조3000억 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게 된다.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돼 2분기 물가를 3% 위쪽으로 밀어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6조2000억 원 규모의 ‘전쟁 추경’은 또 다른 부담이다. 오일 쇼크로 공급 측면의 물가 압력이 극심한 상황에서 정부까지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총수요를 자극해 물가 상승세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3월 수출이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861억 달러로 월별 신기록이었고, 무역수지 역시 사상 최대인 25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환율 방어와 경제 안정에 든든한 기둥이 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종전이 성사되더라도 중동지역 인프라 파괴로 국제 유가는 연말까지 90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2% 성장, 2% 물가’ 기대는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성장은 멈추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등의 불이 됐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카드까지 검토해야 할 처지다. 지금은 정책의 우선순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한 금리 인하는 금물이다. 6·3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나 재정 확대 유혹도 뿌리쳐야 한다. 모든 역량을 경제 안정에 집중해 물가 불안부터 가라앉혀야 할 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