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규 SK스퀘어 최고경영책임자(CEO)가 25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제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SK스퀘어가 올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주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을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특히 확대되는 배당 수익과 비핵심자산 유동화로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SK하이닉스 美 상장 추진…지분가치 재평가 주목
김정규 SK스퀘어 최고경영책임자(CEO, 사장)는 25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제5기 정기주주총회(주총)에서 취재진과 만나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과 관련한 기대 효과를 묻는 질문에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주주 입장에서 보면 하이닉스의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ADR은 국내 기업이 원주식을 보관기관에 맡기고, 이를 담보로 해외 예탁기관이 발행해 현지 시장에서 유통하는 대체증권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서 ADR 거래를 시작할 경우 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 수준으로 기업가치가 상향 조정되는 '리레이팅'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 중이나 공모 규모와 방식 등 세부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25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SK스퀘어 제5기 정기 주주총회 전경 /사진 제공=SK스퀘어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지분 20.1%(2025년 12월 기준)를 보유한 대주주 SK스퀘어의 수혜도 가시화되고 있다. SK스퀘어는 지분법 손익과 배당금을 실적에 반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 4115억원, 영업이익 8조 797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전체 영업이익 중 지분법 손익이 8조 9304억원에 달해 이익의 핵심축 역할을 했다.
이는 AI 반도체 시장의 호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 확보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7조 2063억원이라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달성한 결과다. 특히 SK스퀘어의 순자산가치(NAV)도 2024년 31조 2000억원에서 2025년 100조 2000억원으로 1년 만에 약 69조원 폭증했는데,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지분 가치는 95조 1100억원이다.
5.9조 자본준비금 전입…주주환원 확대 속도
이번 주총에서 SK스퀘어는 자본준비금 5조 89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을 의결하며 주주환원 확대 기반도 마련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적립된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경우 주총 결의에 따라 그 초과한 금액 범위에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을 감액할 수 있다.
특히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한 배당은 세법상 자본 환급으로 간주될 수 있어 배당소득세(약 15%)가 부과되지 않는 구조다. 이에 주주 입장에선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배당금이 불어나는 효과가 있다.
앞서 김 사장은 주주서한을 통해 "경영활동의 최우선 순위는 주주가치"라며 "늘어난 배당 수익과 자산 유동화 재원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등 공격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일환으로 SK스퀘어는 향후 3년간 경상 배당수입의 30% 이상과 투자성과 일부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또는 현금배당 방식으로 주주에게 환원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 총 3100억원의 주주환원을 실행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2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많은 금액을 투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시점 및 방식은 향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다른 종속기업들의 부진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된다. 11번가, 원스토어, SK플래닛 등 주요 자회사들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체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김 사장은 종속회사의 가치 제고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추후 별도의 기회를 통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콘텐츠웨이브 합병에 대한 질문에 김 사장은 "공식적으로 받은 내용이 없어 공유드릴 것이 없다"고 답했다.
왼쪽부터 티빙과 콘텐츠웨이브 로고 /사진 제공= 각 사
티빙의 모기업 CJ ENM과 콘텐츠웨이브의 모기업 SK스퀘어는 2023년 12월 넷플릭스가 장악한 국내 OTT 시장에서 변화를 꾀하기 위해 양사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했다. 지난해 6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합병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티빙 지분의 13.54%를 보유한 2대 주주 KT(KT스튜디오지니)가 두 회사 합병에 반대하고 있어 MOU 체결이 2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통합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 합병 시 SK스퀘어가 합병 법인의 2대 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 KT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CJ ENM과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 2022년 티빙이 시즌(KT의 자체 OTT 서비스)을 흡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중요 결정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KT스튜디오지니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업계에선 KT가 경영진 교체를 앞두고 있는 만큼 새로운 경영진이 취임해 경영 방향을 정립한 이후에야 티빙 지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김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비롯해 △유영상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승인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서영호 전 KB금융지주 글로벌 사업부문장 부사장) 선임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 △자본준비금 감소의 안건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 안건 등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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