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글쓴이주> ‘돈’은 우리 삶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편리한 도구, 거래 수단일 뿐이지만 돈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냥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돈’에 대한 허물이 벗겨지는 순간 경제에 대한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돈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지는 사회, 돈에 얽힌 각종 이야기와 함께 경제 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대출 원리금에 생활비까지 빠듯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마저 7%대로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내 집 마련 당시만 해도 금리가 내려가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유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을 추가 매수하려던 계획은 접어두고 이제는 매달 돌아오는 대출 상환일을 무사히 넘기는 것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미 연준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영끌족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높은 수준의 주담대 금리에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이 더해질 경우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투자자들은 이번 금리 인상을 단순한 대출금리 문제가 아닌 부동산 투자와 자산 배분 전략을 재점검해야 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4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빌렸다고 가정하면 연 5% 금리에서 월 상환액은 약 215만원입니다. 금리가 연 7%로 상승할 경우 월 상환액은 약 266만원으로 늘어나죠. 금리 2%포인트(p) 상승만으로 매달 약 50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이는 단순 가정이지만 금리 상승이 가계의 투자 여력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줍니다. 대출 원리금이 늘어나면 저축과 금융상품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주담대 금리의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국내 채권시장 금리, 은행 조달 비용, 가산금리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아요.
다만 미국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글로벌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국내 시장금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향후 경기와 물가 상황에 따라 금리 상승세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어 금리 정점과 하락 시기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을 낙관해 추가 대출을 받기보다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거나 추가 상승하는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금리 상승기에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대출 구조와 현금흐름이에요.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했다면 금리가 1~2%p 더 올랐을 때 월 상환액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고정금리나 혼합형 상품 역시 고정 기간과 향후 금리 재산정 조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대출 갈아타기도 금리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중도상환수수료와 부대비용, 만기와 상환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 실제 부담이 줄어드는지 확인해야 해요. 여유자금 운용도 재검토해야 합니다. 대출 원금을 무조건 빠르게 상환하기보다 비상자금을 확보하고 고금리 부채를 유지한 채 변동성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해요.
향후 국내 주담대 금리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와 한은의 정책 대응, 국내 채권시장 흐름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입니다. 현재로서는 금리의 정점이나 하락 시기를 확정하기 어렵네요.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영끌족에게 필요한 것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만으로 대출을 확대하는 전략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상환 가능한 수준인지, 생활비와 투자 자금을 유지할 수 있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해요.
금리 상승기에는 집값 전망보다 현금흐름과 부채 관리가 투자 성과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활용한 대출이 자산 형성의 발판이 되려면 금리 변동에도 가계가 버틸 수 있는 재무구조를 갖추는 것이 우선인 듯합니다.
주형연 기자(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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