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국내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리는 '수퍼 주총 위크'가 개막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한 가운데 주요 상장사들의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영 간섭 논란은 차치하고, 각각의 회사별 상황에 대한 이해보단 일괄적인 기준으로 찬반표를 던진 것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의결권 행사 내역 공시를 통해 34개 상장사 주주총회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했다.
국민연금은 미래에셋증권 주총의 안건 가운데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안) 승인 건과 허선호 부회장, 전경남 사장 사내이사 선임 건, 석준희·송재용·안수현 사외이사 선임 건 등에는 찬성했지만,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는 반대했다.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게 이유다. 김미섭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시절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자사주 소각의무 조문 신설 등을 포함한 정관변경 안건,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등에도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개최한 대신증권 주총의 안건 중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판단으로 양홍석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양 부회장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때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징계를 받았다.
아울러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자사주 보유 및 처분계획 승인 건 등에도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안건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두 통과됐다.
세아베스틸지주 박성준 사내이사 선임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박성준 이사는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의무 수행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사 보수 한도 안건 관련해서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 한화비전 등 한화 계열사를 비롯해 신세계, 롯데지주, LG생활건강, LG CNS, 셀트리온, HD현대마린엔진, SK이노베이션, LS에코에너지 등에 '보수한도가 과다하다'는 판단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정관 변경안에 대한 반대에서도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신세계에 대해 시차임기제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봤고, 셀트리온과 크래프톤에는 이사 수 상한 축소를 이유로 반대했다. LS에코에너지의 전자주총 배제, HD현대일렉트릭과 케이씨텍의 사외이사 임기 단축 또는 연기 가능성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자사주 관련 안건에서 국민연금은 CJ대한통운, 롯데지주, 셀트리온, SK이노베이션, 케이씨텍 등의 정관 변경안에 대해 최대주주 찬성만으로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이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화솔루션, 셀트리온, HD현대마린엔진, 크래프톤 등의 임직원 보상 목적 자사주 처분안에도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 SK하이닉스·현대차·이마트 등의 주주총회에서도 자사주 보유·처분계획 승인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할 예정이다. 해당 기업들이 자사주를 전부 소각하는 대신, 경영상 목적으로 일부 자사주를 처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자사주 취득 당시 공시 목적은 적정 주가 확보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였다"며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제도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하는 계획은 취득 당시 공시와 일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사안별 구체적인 사유가 부족한데 일괄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쉽다는 평가다. 국내 주식 26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반대의견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국민연금 반대에도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며 한숨을 돌렸지만, 내년 집중투표제 도입과 전자주총·전자투표 의무화까지 예정돼 있어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자사주 처분 반대가 과도한 경영 활동 개입이란 지적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자사주를 어떻게 처분할지는 경영상 권리로 봐야 한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자사주 처분 등) 활동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기업들의 자사주 처분이 상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자사주 처분은 자사주 소각에 비해 주주 가치 제고 효과가 적은 데다 임원진 보상을 위한 자사주 처분은 일종의 우호 지분 확보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iamgrace_ahn@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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