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지리’ 펴낸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10일 경향신문에서 부동산 전월세와 지역 불균형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윤중 선임기자
정준호 교수는서울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에서는 동향분석실장을 지냈다. 부동산 시장 및 자산과 소득 불평등, 지역산업정책, 산업(혁신)정책 등을 주로 연구해왔다. 현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최근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부와 미래가 갈라지는 대한민국 불균형의 구조를 분석한 <불평등의 지리>를 출간했다.
전세 단시일 내 없어지면 문제
‘주거중립성’ 측면서 생각해야
부동산 자산 중심의 경제구조
청년 절망…코인·영끌 하게 해
균형발전 ‘3대 메가프로젝트’
자칫 ‘제2의 창원’ 될 가능성도
기업의 ‘머리 기능’이 내려가야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대책 핵심은 주거 안정이고, 주거 안정의 핵심은 전월세”라며 “자가로 살든, 임대차로 살든 큰 문제 없이 살 수 있는 ‘주거중립성’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임대가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착실히 공급해 전체 주택 중 공공임대 비율을 15%까지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매달 들어오는 소득이 아니라 사는 곳에 따라 비롯된다는 분석을 담은 책 <불평등의 지리>를 낸 정 교수는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부동산 현안과 일자리 중심의 균형발전 정책에 관해 2시간 넘게 견해를 피력했다.
정 교수는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소비를 제한하며 “돈이 돈을 먹는 사회”가 됐다고 진단했다. 자산 중심 경제구조가 청년층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임금만으로 계층 사다리를 올라가는 게 예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에서 계층 상승의 욕망이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학습효과와 맞물렸다”면서 “청년층에선 이제 주거 사다리를 타지 못하는 것이 보편화됐다고 느끼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한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공장을 짓더라도) 머리 기능, 즉 ‘헤드쿼터’가 가야만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다”며 “잘못하면 제2의 창원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이전도 “반발이 있겠지만 한두 군데로 몰아줘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용산공원 주택 공급이 논란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서울이 여의도공원, 청계천 등 녹색화를 추진해왔다는 맥락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용산 미군기지의 공원화도 결정됐다. 이를 바꾸려면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보면 런던, 뉴욕 등에서도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고 애쓰는데 특히 중산층이 반대해서 잘 안된다. 공원에 주택을 지으면 삶의 질이 훼손되고, 그렇게 주택 공급이 늘면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도심 한복판인 용산공원에 공급한 주택에 들어가는 사람은 엄청난 이익을 누린다는 점에서도 쉽지 않은 문제다. 사실 용산공원 문제에 있어 진보·보수 모두 철학이 없다.”
- 부동산 세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우리나라에선 자산에 대한 세금이 거의 무방비한 상태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자산시장에서 세금에 대한 일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정권에 따라 부동산 양도소득세, 보유세 등 세율이 오르거나 내린다. 룰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것도 철학이 없어서 그렇다.”
- 부동산 정책 핵심은.
“부동산에선 주거 안정이 핵심이고, 주거 안정의 핵심은 전월세다. 전세가 단시일 내 없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서구를 보면 임대주택에 금융자본이 들어오고 기업화되면서 월세가 계속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한국은 주거비가 아직 소득의 20% 안팎인데, 미국은 40% 수준이다. 영국에선 ‘제너레이션 렌트(generation rent·임차 세대)’라고 해서 (임차에서 자가로 넘어가는) 주거 사다리를 못 타는 게 보편화되고 있고, 한국도 청년층은 이미 그런 사회가 됐다고 느끼는 것 같다. 중산층 등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영끌’에 나서며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뒤처질 듯한 공포)’ 현상이 나타난 이유다. (전세가) 후퇴를 하더라도 질서 있게 해야 한다.”
- 정부는 1가구 1주택, 실거주 기조를 추구하고 있다.
“당장 전세가 줄어들 텐데 무슨 이득이 있을지 모르겠다. 자가로 살든, 임대차로 살든 큰 문제 없이 살 수 있는 ‘주거중립성’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세제는 단순 명쾌해야 한다. 실거주 여부 상관없이 자가를 보유하고 이득을 보면 합당한 보유세 등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 세금은 부과 대상을 (좁게) 특정할수록 반대가 심하다. 강남 아파트를 5억~10억원 낮춰도 어차피 살 수 있는 사람은 엄청난 부자들이다. 전월세 주택으로 쓰면 사용가치라도 유지하는 인프라가 되는데, 그러지 않으면 진짜 상위 0.5%의 성이 돼버린다.”
- 공공임대, 전월세 해결책 될까.
“공공임대 비중이 크면 그 임대료만 낮춰도 전체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공공임대를 착실히 공급해야 한다. 한국은 전체 주택 중 공공임대가 8~10% 정도인데 15%까지 높이면 좋겠다. 또 과거 국가가 돈이 없다보니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못하고 선분양하면서 받은 소비자들의 돈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구조가 됐는데, 개혁이 필요한 건 이런 시스템이다.”
- 부동산에만 돈이 몰리면 청년들에겐 어떤 신호를 주게 될까.
“자산 가격이 오르면 시세차익이든, 임대소득이든 생기면서 소비를 하고 국내총생산(GDP) 증가, 고용 증대로 이어지는 ‘부의 효과’가 한국에선 약하게 나타난다. 주식시장에선 일정 수준 일어나지만, 부동산에선 특히 제한적이다. 기본적으로 빚이 많기 때문이다. 원리금 상환에 소득의 상당 부분이 나간다. 민간소비 비중이 GDP의 40% 정도밖에 안 된다. 한국은 제조업 국가다. 일을 해야 하는 나라다. 노동소득에서 파생되는 경제효과가 큰데, 그게 무너지니 돈이 돈을 먹는 사회가 돼버린다. 이런 ‘스톡 경제’가 지배적이 되면 윤리가 무너진다. 청년들이 사다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코인’ ‘영끌’을 한다.”
- 공급 늘리면 수도권 집값 떨어질까.
“수도권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체 인구는 줄지만, 1·2인 가구 증가로 수도권 가구 분화율은 최고 수준이다. 좋은 일자리의 분배로 수도권 수요를 분산시키지 않는 이상 답이 없다. 수도권의 고임금 일자리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수준에선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경제가 발전한 상태에서 ‘좋은 시절’을 누렸기에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질 좋은 아파트를 원할 수밖에 없다. 또 임금만으로 계층 사다리를 올라가는 게 예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에서 계층 상승의 욕망이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학습효과와 맞물렸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계금융이 자유화되면서 누구나 담보가 있거나 직장만 다니면 레버리지를 충분히 활용해 재테크를 할 수 있게 됐는데, 정부가 청년층이 힘들다는 이유로 대출에 LTV 70% 허용 등 혜택을 많이 주면서 여력이 더 많이 생긴 측면이 있다.”
- 예전엔 이 정도로 수도권이 집중화되지 않았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경부축에 주로 투자하면서 수도권과 울산, 창원 등 대도시가 형성됐다. 기업 본사는 서울에 있었지만 R&D 등은 지방에 있었다. 그러다 외환위기 직후 생존을 위해 본사와 소위 ‘머리를 쓰는 기능’은 서울에 놓고, 지방엔 공장만 뒀다. 문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이 제조업에서 한국을 따라잡으면서 자동차·화학·철강 등 지방의 괜찮은 일자리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 대학 졸업자가 3배 정도 늘어나고 대학 진학률이 80%까지 올라갔는데 화이트칼라, 즉 관리·사무직은 2배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특히 지방은 생산직 중심이어서 여성들은 더더욱 갈 데가 없다보니 서울로 계속 오고 있다.”
- 정부가 지방에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잘못하면 제2의 창원이 되는 거다. 창원은 박정희 정권 당시 방위·기계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산단을 만들고 그 옆에 조성한 계획도시다. 그러나 지금 창원은 공장은 대단한데 대기업 본사는 없고, 인구가 줄고 있다. 머리 기능, 즉 ‘헤드쿼터’가 가야만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극이 될 수 있다. 일본을 보면 나고야가 도쿄나 오사카에 버금가는 도시로 인식된다. 도요타의 본사가 있기 때문이다. 또 나고야대학이 상당히 수준이 높다. 굳이 도쿄에서 공부하지 않아도 세계적인 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한국은 이게 안 된다. 다 서울로 오려고 하는 건 그런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 공공기관 이전도 준비하고 있다.
“1차 이전 당시 청와대에서 파견근무하면서 혁신도시를 한두 개만 만들자고 제안했다. 결국 혁신도시를 10개나 만들었다. 이번에도 혁신도시로 이전하겠다는데, 그럼 집적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발은 있겠지만 한두 군데로 몰아줘야 효과가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건 맞는데, 분산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 한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인가.
“박정희 정부 당시 포항제철이 그랬던 것처럼 어떤 지역에 어느 기업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몰아줘야 한다.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입지는 고정불변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어 유럽인권재판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에선 변두리지만, 유럽 전체로 보면 중심지다. 우리도 서남권은 중국과 동남아시아까지, 동남권은 일본을 포함하는 중심지로 육성한다고 전환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만한 인프라를 충분히 갖출 수 있어야 기업도 갈 유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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