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EBN]
이번주(3월30일~4월3일) 국내 증시는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충돌이 점진적인 협상 국면으로 진입하는 가운데, 미국의 핵심 실물 경제 지표와 한국의 수출 실적에 따라 방향성을 탐색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전쟁 리스크가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기 변동성을 우량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지난주(3월23~27일) 코스피 지수는 미-이란 사태 전개 상황에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 주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8시간 내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시 이란 발전소 타격에 나서겠다는 증 최후통첩에 나서 23일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등 급락했다. 그러나 돌연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휴전 계획을 전달하는 등 휴전 기대감이 반영되며 코스피도 낙폭을 일부 축소했다.
다만 구글이 메모리 사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인 '터보퀀트(TurboQuant)'를 공개하면서 메모리 병목 현상 완화 기대감이 메모리 반도체주 투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미·이란 심리전 지속…관건은 '유가'와 '고용 지표'
시장 안팎을 짓누르던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서서히 출구를 찾고 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신호와 지상군 중동 이동이라는 상반된 행동을 병행하며 고도의 심리전을 펴고 있다"면서도 "실제 경제 펀더멘털을 위협하는 것은 충돌 자체가 아닌 '에너지 공급망 봉쇄'인데, 이란이 비적대국 선박의 통행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위로 치솟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이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점차 잦아들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눈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가늠할 미국의 주요 매크로 지표로 쏠리고 있다. 특히 4월 3일 발표되는 3월 미국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핵심이다. 정 연구원은 "3월 신규 고용이 전월의 충격을 딛고 5.1만 건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전쟁이 고용에 미치는 타격이 제한적임을 시사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4월 1일 발표될 미국 3월 ISM 제조업 지수가 수주 확장 국면(50 이상)을 유지하는지가 국내 제조업 수출 환경의 우호적 지속 여부를 가늠할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웨이퍼 이미지. [출처=SK하이닉스]
◆터보퀀트 우려 과도… 韓 수출 호조·WGBI 편입 등 '호재' 대기
최근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반도체 섹터의 터보퀀트 발 수요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지나친 기우라는 분석이 나왔다. 터보퀀트가 AI의 KV 캐시 데이터를 압축해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인 탓에 반도체 주가가 단기 조정을 겪었으나,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나 연구원은 "과거 딥시크(DeepSeek) 사례에서 보듯, 저비용 고효율 AI 기술은 수요를 위축시키기보다 전체 활용도와 소비를 확대해 총수요를 늘리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비용 절감이 곧바로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보다는 추가적인 AI 개발과 Capex(설비투자) 확대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가오는 4월 7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와 4월 1일 3월 한국 수출입 동향 발표를 기점으로 반도체 수출 성장 기대감이 재차 부각될 것이란 관측이다.
수급 측면의 강력한 호재도 대기 중이다. 4월부터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시작되어 11월까지 점진적으로 반영된다. 국고채 금리 안정과 함께 환율 상승세가 둔화될 경우 외국인 패시브 자금의 강력한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증권가는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매우 높은 구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5460선 기준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26배 수준으로, 이익 전망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우려 탓에 주가와 실적 간의 괴리가 크게 벌어져 있다.
나 연구원은 "전쟁 종식 여부와 무관하게 국방 및 에너지 자립 수요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HALO(중후장대 및 낮은 진부화율)에 해당하는 반도체, 전력기기, 방산 등 인프라 관련주와 원가 상승을 전가할 수 있는 필수소비재 업종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 역시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만큼 반도체, 자동차, 증권, 지주, 방산, 2차전지 등 대형 주도주 중심의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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