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 국제유가 급등… 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하며 시장 안정 총력
美 무역법 301조 조사 재가동… 반도체·배터리·철강 등 제조업 통상 리스크 확대
인터배터리 2026…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기술 경쟁 본격화
전기요금 체계 개편·삼성전자 노조 변수… 산업 현장 비용 구조와 생산 리스크 부상
주간 산업 나침반은 한 주 동안 산업계에서 벌어진 주요 이슈를 돌아보고 제조업과 에너지, 통상, 기술 산업의 흐름을 짚어보는 코너다. 이번주 산업계는 말 그대로 ‘복합 변수’ 속에서 움직였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에너지 시장이 흔들렸고, 미국이 무역법 301조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글로벌 통상 긴장이 커졌다. 동시에 배터리와 방산,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미래 산업 경쟁은 더 빠르게 전개됐다. 여기에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대기업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한 주였다. [그래픽=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주간 산업 나침반은 한 주 동안 산업계에서 벌어진 주요 이슈를 돌아보고 제조업과 에너지, 통상, 기술 산업의 흐름을 짚어보는 코너다.
이번주 산업계는 말 그대로 ‘복합 변수’ 속에서 움직였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에너지 시장이 흔들렸고, 미국이 무역법 301조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글로벌 통상 긴장이 커졌다.
동시에 배터리와 방산,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미래 산업 경쟁은 더 빠르게 전개됐다. 여기에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대기업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한 주였다.
가장 즉각적인 충격은 에너지 시장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시작된 중동 전쟁이 확전 가능성을 보이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했다. 전쟁 초기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했던 국제유가는 이후 등락을 반복했지만 시장 불안은 이어졌다. 에너지 가격은 제조업 원가와 물류비, 소비자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산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보통휘발유와 경유, 등유 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해 공급 가격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석유제품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정책은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이다.
국내 정유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평균 공급가격은 휘발유 1833원, 경유 1930원 수준까지 올라 있는 상태다.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국내 가격 상승 압력도 더 커질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장기화될 경우 석유화학과 철강, 항공, 해운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
유가 충격에 정부 가격 통제… 산업 전반 원가 부담 확대
에너지 변수와 함께 산업계를 긴장시킨 또 다른 요인은 통상 환경 변화였다. 미국 정부는 3월 11일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 방침을 공식화했다. 301조는 특정 국가의 무역 관행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나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대표적인 통상 압박 수단이다.
이 조항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대규모 관세 부과의 근거가 됐던 카드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 역시 글로벌 제조업 공급 과잉과 특정 산업 구조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조사 대상 범위에 따라 반도체, 배터리,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산업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통상 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해온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강화될 경우 공급망 재편과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계 내부에서는 미국의 통상 카드가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라기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압박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주요 정상회담이나 통상 협상을 앞두고 301조 조사 카드를 활용해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고려아연 인터배터리2026 전시 부스 조감도. [사진=고려아연]
배터리·방산·AI… 미래 산업 경쟁 더 빨라졌다
한편 산업계는 위기 속에서도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특히 배터리 산업은 이번 주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 가운데 하나였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는 전 세계 배터리 및 소재·장비 기업 600여곳이 참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이른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과 새로운 시장 개척 전략을 동시에 내놓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 전략을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중심 사업 구조를 넘어 ESS와 로봇, 전력망 안정화 시장까지 배터리 활용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특히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투자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뿐 아니라 AI 서버와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새로운 산업 분야까지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경우 배터리 산업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 역시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확대하는 동시에 ESS와 에너지 인프라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배터리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이 미국 통합제련소에서 생산할 예정인 전략광물 모형.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고려아연의 움직임도 눈길을 끌었다. 고려아연은 전통적인 제련 기업에서 벗어나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니켈과 전구체 등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을 확대하며 배터리 산업 밸류체인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소재 사업 확대가 향후 배터리 공급망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전반에서는 전기차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ESS, 로봇,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산업으로 배터리 활용 영역을 확대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전환 정책과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맞물리면서 대형 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산과 AI의 결합 역시 이번 주 산업계에서 주목받은 흐름 가운데 하나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크래프톤은 피지컬 AI 기반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협력에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하드웨어 기술과 크래프톤의 AI·가상 시뮬레이션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과 실전 환경 시뮬레이션 기술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협력이 단순한 기업 간 프로젝트를 넘어 산업 구조 변화의 상징적인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통 제조업 중심이었던 산업 경쟁이 이제는 AI, 소프트웨어, 데이터 역량이 결합된 형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주 산업계에서 나타난 움직임은 명확하다. 전쟁과 유가, 통상 갈등 등 외부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배터리와 AI, 방산 등 미래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경쟁을 더 빠르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LS전선 동해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 [사진=LS전선]
전기요금 개편·노조 변수… 산업 현장 리스크도 부상
이번 주 산업 현장에서 체감되는 또 다른 변수는 비용 구조 변화였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낮 시간대 요금을 낮추고 심야 요금을 일부 인상하는 방식이다.
이 조치는 전력 수요 분산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반영한 것이지만 업종별 영향은 엇갈린다. 생산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중소 제조업체는 요금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반면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요한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 업종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 이슈도 산업계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가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가면서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상황을 두고 “지정학, 통상, 에너지, 노동 등 여러 변수들이 동시에 산업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이번 한 주 동안 산업계를 둘러싼 리스크는 단일 이슈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구조적 변화에 가까웠다.
결국 3월 둘째 주 산업계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전쟁과 유가, 통상 갈등이라는 외부 변수는 더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기술 경쟁은 더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속에서도 기업들은 배터리와 AI, 방산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산업계의 경쟁력은 이제 단순한 제조 능력을 넘어 공급망 대응력과 기술 혁신 속도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월 둘째 주 산업계는 그 변화를 보여준 한 주였다.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움직이는 산업의 방향이 조금 더 또렷해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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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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