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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주가 신기루와 ‘K 자형’ 경제의 함정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탄 소수의 반도체 거대 기업과 관련 핵심 종목이 전체 지수를 견인하고 있을 뿐, 대다수 중소기업과 내수 관련 기업은 여전히 고금리와 소비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높은...

주가 신기루와 ‘K 자형’ 경제의 함정

/셔터스톡

올해 한국 증시는 전 세계 주요국 중 압도적인 수익률 1위를 기록하며 기록적인 랠리를 이어갔다. 이번 정부가 ‘코스피 지수 5000’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은 반신반의했었지만, 이란 전쟁으로 인한 급락 이전만 해도 한국 증시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정부는 이를 주요한 경제 성과로 치켜세우며, 각종 주가 부양 정책과 세제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주가지수와 무역 지표만 놓고 보면 한국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화려한 전광판의 수치 뒤에 숨겨진 진실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지금 ‘수치의 착시’가 만들어낸 위험한 낙관론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명예교수 겸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 서울대 산업공학, 카이스트 경영과학 석사, 미 텍사스대 경영학 박사

현재의 증시 활황은 냉정하게 말해 ‘반쪽짜리 호황’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탄 소수의 반도체 거대 기업과 관련 핵심 종목이 전체 지수를 견인하고 있을 뿐, 대다수 중소기업과 내수 관련 기업은 여전히 고금리와 소비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높은 주가지수는 실물경제의 ‘K 자형 디커플링(decoupling)’을 은폐한다. 상장사 몇 곳의 시가총액이 올라간다고 해서 골목상권의 온기가 살아나거나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것도,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특정 섹터로의 자금 쏠림은 자원 배분 왜곡을 초래하며, 대다수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과 주가지수 사이의 괴리감만 키우고 있다.

우리가 흔히 빠지는 두 번째 오류는 주식시장을 ‘생산적 금융’의 전형으로, 부동산 시장을 ‘비생산적 투기’의 온상으로 악마화하는 이분법적 사고다.

자본주의의 교과서적 정의에 따르면, 주 식시장은 기업의 자본 조달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대 금융시장, 특히 한국의 2차 시장(유통시장)은 기업에 신규 투자 재원을 공급하는 기능보다 투자자 간 시세 차익 게임이 벌어지는 장소로 변질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조달하는 돈보다 투자자에게 내어주는 돈이 훨씬 많다. 이에 따라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그 자금이 곧바로 기업의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약화되었다.

오히려 주가 관리를 위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경쟁은 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실물 투자 대신 금융 자산으로 묶어두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투자는 ‘애국적인 생산 금융’이고 부동산 투자는 ‘사회적 악’이라는 프레임은 경제적 실체보다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부동산 역시 엄연한 자본재이자, 국민 다수의 자산 기반이다. 주거 서비스 공급과 건설 산업이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연관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를 단순히 비생산적 투기로 치부하며 억누르는 사이, 주식시장으로의 과도한 자본 유입 유도는 또 다른 자산 버블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

정부가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동원하는 인위적인 정책은 시장의 자기 조정 기능을 마비시킨다. ‘기업 밸류업’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정책이 시장의 펀더멘털 개선이 아닌, 단기적인 수급 조절에 치중할 때 그 끝은 늘 허망한 폭락으로 귀결되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정부는 ‘주가지수’라는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식시장 활황이 경제 전반의 건강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K 자형 하단에 있는 경제주체의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고민이다.

지표상 호황에 취해 실물경제의 경고등을 무시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수치만 화려했던 침체기’의 대가를 가혹하게 치르게 될 것이다. 주식시장은 경제의 거울일 뿐, 그 자체가 경제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주식시장에서 실물경제로 눈을 시급히 돌려야 할 때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명예교수 겸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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