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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주 4일제'를 말하는 실리콘밸리 위선의 정점

이어서 초지능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이익이 위험을 압도하기는 하지만,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제하며 "일자리와 산업 전반이 혼란에 빠질 위험, 악의적인 행위자들이 기술을 오용할 위험, 시스템이 인간의 통제를...

'주 4일제'를 말하는 실리콘밸리 위선의 정점

▲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최근 매우 흥미로운 제목의 보고서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지능 시대를 위한 산업정책: 사람 우선의 아이디어”라는 매우 자극적인 제목 때문만은 아니었다. 보고서 발간 주체가 바로 챗GPT 서비스를 하는 사기업인 오픈AI라는 점도 관심을 유발한 중요한 이유가 됐다. 돈을 버는 사기업이 산업정책을 들먹인 것도 모자라, ‘사람을 우선’하는 어떤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인지 쉽게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자. 보고서는 지금 ‘초지능으로의 전환기’에 있다고 시작부터 거창하게 선언하면서, 막 탄생하려는 초지능이 “가정의 생활비를 절감하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일, 창의성, 기업가 정신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화려한 미래를 예고해 준다. 통상적인 ‘정책 문서’라고 보기에는 마케팅 내러티브가 강하다.

이어서 초지능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이익이 위험을 압도하기는 하지만,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제하며 “일자리와 산업 전반이 혼란에 빠질 위험, 악의적인 행위자들이 기술을 오용할 위험, 시스템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작동할 위험, 정부나 기관이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AI를 도입할 위험, 그리고 권력과 부가 더 널리 공유되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집중될 위험” 등을 줄줄이 열거한다.

그리고 결론으로서 “AI 데이터센터는 가정이 이를 보조하지 않도록 에너지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며, 지역 일자리와 세수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는 상식적인 AI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식의 낯설지 않은 제안을 열거한다. 그리고 더 높은 자본이득세나 주 4일 근무제 같은 걸 덧붙인다. 일부에서는 이런 제안 문구들에 놀라 ‘혁신적인 실리콘밸리의 진보적 포지션’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고서는 사실 언제 올지도 불확실한 ‘초지능 시대’를 가정하고 풀어나가는 주장에서 치밀함이나 정합성, 참신성이라고는 찾기 어렵다. 거칠게 말하면 13쪽짜리 엉성한 문서에 제목만 ‘산업정책’ ‘사람 먼저’라는 꽤 거창한 용어를 덧붙인 문서에 불과하다. 이런 문서를 두고 ‘진보성’을 평가할 근거도 없다. 정작 문제는 이 문서를 배포한 오픈AI가 정말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AI 서비스가 초래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진심’이라는 것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오픈AI는 그동안 한쪽으로는 ‘AI 안전 법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뒤편에서는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점점 더 교묘하고 기만적인 행동’을 해왔다고 여러 차례 비판받았다. 미국의 이란 침공 직전에 앤트로픽이 미군의 자율 살상 무기에 자신의 AI가 이용될 수 없다며 협력을 거부하자, 냉큼 국방성과 해당 계약을 대신 체결한 당사자가 바로 오픈AI였다. 심지어 기술 잡지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최근 오픈AI CEO 샘 알트먼의 거짓말 목록을 가지고 기사 한 편을 가득 채웠을 정도로 그의 발언에 불신을 나타냈다.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오픈AI가 앞뒤 맥락도 없이 사람 우선 아이디어라면서, ‘지능 시대를 위한 산업정책’이라는 제목만 거창한 허술한 문서를 내놓는다면 이유는 명백하다. 자신들의 탐욕과 부조리를 감추기 위한 저열한 마케팅의 시간이 온 것이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우리 언론들은 ‘로봇세·주 4일 근무제·공공펀드’ 등 초지능 시대의 산업정책을 오픈AI가 제안했다고 꽤 비중 있게 다루었고 그들의 위선을 제대로 짚은 기사는 많지 않았다.

일반의 기대와 달리 혁신가로서 기술로 세상을 더 낫게 바꾸겠다는 1970년대 실리콘밸리 정신은 2026년 실리콘밸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트럼프가 집권하자 극우의 피터 틸이나 일론 머스크는 물론, 샘 알트만을 포함해서 대부분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그에게 협력을 다짐했던 장면이 이를 증명한다. 바로 그때,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와 극우 정치의 결탁을 우려하며 ‘기술-산업 복합체’의 등장을 경고했던 이유기도 하다.

그리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면서, 지난 1년 동안 트럼프 정부가 환경과 사회적 안전 규제를 모조리 폐기하고 ‘AI 행동계획’과 ‘지니어스법’ 등 실리콘밸리의 탐욕을 지원하는 제도를 구축할 때 실리콘밸리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의혹과 불신이 커질 조짐이 보이면 이들은 ‘초지능의 도래’라는 화려한 비전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AI 규제 찬성’이라는 위선적 언사를 미디어에 흘리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이번에도 딱 그만큼이다.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bkkim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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