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연
끊기고 이어지는
흐느낌이
우웅우웅
시린 무릎 모아 선 냉장고와 세탁기가
마주 서
성불하소서
묵언 기도하는 밤
◇김일연=1980년 《시조문학》 등단. 시조집 『명창』 『아프지 않다 외롭지 않다』 『먼 사랑』 『꽃벼랑』, 『ALL THE DAUGHTERS OF THE EARTH (세상의 모든 딸들)』『향긋한』, 국제시조협회 이사, ≪시조튜브≫ 대표.
<해설> 만종이란? 저녁때 절이나 교회 따위에서 치는 종이다. 사실주의 화가 밀레 (Jean Fransois Millet 1814~1875) 대지에 깊이 뿌리내린 농민의 생활에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자연을 사실적 기법으로 그려낸 그림 제목이기도 한 <만종>의 느낌을 수명 다한 냉장고와 세탁기기가 내는 소리와 연결하고 있다. “끊기고 이어지는/흐느낌이/우웅우웅” 앓는 소리다. ‘시린 무릎 모아선’으로 인체의 한 부분인 무릎으로 의인화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냉장고나 세탁기를 사람 또는 시인 자신으로 보는 것인데, “마주 서/성불하소서/묵언 기도하는 밤”으로 봐서는 오랜 고행의 세월을 보낸, 사람을 위해서 한 생을 다 보낸 물건(사물)과의 친근한 교감을 잘 보여 주는 그런 시로 읽힌다. 단순하게 저녁에 치는, 마감을 알리는 종소리가 아니라, 이번 생을 넘어 후생의 또 다른 극락 염원을 기원하는 시인의 마음이 성불과 묵언 기도로 꺼져가는 생명, 이웃을 위해서 헌신한 그들에게 건네는, 일종의 발원과 따뜻한 초혼가招魂歌로도 읽힌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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