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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말의 빙하 [유레카]

그린란드 석유 시추 현장에서 메탄이 폭발하고, 이때 떨어져 나간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유럽으로 떠내려간다. 워싱턴디시의 다섯배나 되는 빙산은 사흘 뒤 북유럽에 충돌해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최근 개봉한 영화 ‘디거’가 그린 재난이다.

종말의 빙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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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석유 시추 현장에서 메탄이 폭발하고, 이때 떨어져 나간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유럽으로 떠내려간다. 워싱턴디시의 다섯배나 되는 빙산은 사흘 뒤 북유럽에 충돌해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최근 개봉한 영화 ‘디거’가 그린 재난이다. 영화는 석유 재벌 ‘디거 록웰’(톰 크루즈)과 미국 행정부가 자연을 착취하다 인류를 재앙으로 몰고 가는 과정을 풍자한다.

그만큼 급격하진 않지만, 남극 스웨이츠 빙하에서도 암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한반도보다 조금 작은 면적의 스웨이츠 빙하(약 19만2천㎢)는 서남극 빙상 안쪽에서 아문센해로 흘러내리는 거대한 빙하다. 뒤편 빙상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지 않게 막고 있어 ‘병뚜껑’이라고도 한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이 병뚜껑의 두께가 곳에 따라 해마다 최대 200m씩 줄고 있다. 이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세계 해수면이 65㎝ 오르고, 연쇄적으로 서남극 빙상까지 녹아내리면 3m 이상 높아질 수 있다. 해수면이 1m만 올라도 인천공항과 경기 시흥·안산·화성, 부산 을숙도가 잠길 수 있다. 스웨이츠 빙하가 ‘종말의 빙하’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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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수많은 과학자가 스웨이츠 빙하 손실을 우려했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더 비관적이다. 빙하 접지선(바닥에 얹힌 빙하가 바다에 뜨는 지점)의 움직임을 더 정확히 반영한 모델로 보면, 스웨이츠 빙하의 얼음 손실만으로 2100년까지 해수면이 최대 3㎝ 오를 수 있다(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스웨이츠 빙하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후퇴에 들어서 앞으로 150년은 녹아내릴 것이란 분석(영국 남극조사국)도 나왔다.

스웨이츠 빙하의 붕괴를 우리가 몰랐을까. 그렇지 않다. 궁지에 몰린 디거는 국제회의장에서도 당당히 외친다. “왜 내가 시추를 멈추지 않았을까? 답은 간단해. 당신들도 내가 멈추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자동차·에어컨·인공지능(AI) 등 화석연료가 주는 안온함을 그대로 누리며 온실가스가 줄길 바라는 건, 떨어져 나온 빙산을 모른 척하다 대참사를 맞는 영화 속 상황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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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녹아내릴 종말의 빙하, 자포자기해야 할까. 영국 남극조사국 연구진이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남극 바다가 빙하를 조금도 녹이지 못할 만큼 차가워졌다고 가정하니, 스웨이츠 빙하는 계속 얼음을 잃었지만 바로 옆 파인아일랜드 빙하는 오히려 두꺼워지며 다시 바다 쪽으로 전진했다. 아직 되돌릴 수 있는 빙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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