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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로 거리를 밝힌 가로등, 126년 후 일상을 지탱하다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전기차의 확산은 물론 막대한 연산 능력을 요구하는 인공지능(AI) 산업과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전기는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소비 단계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종로 거리를 밝힌 가로등, 126년 후 일상을 지탱하다

[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4월 10일은 민간의 밤거리를 처음으로 밝혔던 순간을 기리는 '전기의 날'이다. 정부는 1966년 전력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에게 전기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4월 10일이라는 날짜에는 지금으로부터 126년 전인 1900년, 서울 종로 네거리에 세워진 가로등에 처음으로 불이 켜졌던 역사적인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00년 이전까지 전기는 왕실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 최초의 전등이 켜졌지만 이는 서구 문물을 수용하려는 군주의 의지를 상징할 뿐 일반 백성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성전기회사가 주도한 종로의 민간 점등은 특권층의 영역에 머물던 빛이 비로소 거리로 나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음을 의미했다. 어둠을 걷어낸 작은 불빛은 신분과 계층을 넘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에너지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관련 업계는 매년 전기의 날을 전후로 '전기 주간'을 운영하며 다채로운 행사를 갖는다. 전력 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들을 포상하고, 미래 에너지 기술을 논의하는 학술 세미나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안전 캠페인 등이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이러한 활동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전력망을 일궈낸 선구자들의 헌신을 기억하는 한편 24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땀 흘리는 현장 노동자들의 노고를 기념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최근 세계 산업구조는 화석연료 중심에서 전기를 주요 동력으로 삼는 전동화 시대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전기차의 확산은 물론 막대한 연산 능력을 요구하는 인공지능(AI) 산업과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전기는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소비 단계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며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정밀한 제어와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지닌다. 얼마나 안정적이고 깨끗한 전력을 확보하느냐에 첨단 산업의 패권이 달렸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무탄소 전원의 균형 잡힌 조합을 구축하고, 전국 단위의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깨우는 아침부터 거대한 산업 설비가 돌아가는 심야까지, 우리의 삶은 전기가 제공하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호흡한다. 기후 위기와 기술 혁신이 맞물리며 세계가 다시금 에너지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지금, 전기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는 일은 꽤 의미가 깊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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