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026년 9월16일 개최한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법원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틀째 응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내놓으며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입장에 일일이 반박하는 등 정면충돌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대법원을 항의방문했다.
대법원 공보관이 미디어오늘에 전한 입장문을 보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22일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2026. 8. 28. 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라고 밝혔다.
해당 전자문서에 국무총리 부서가 있다는 청와대 반론이 나오자 대법원은 23일 재차 입장문을 내어 재반론했다. 대법원은 “조 대법원장 입장에 여러 해석이 제시되고 더 명확한 설명요구가 있다 하여 설명을 드린다”라면서 “입장문 내용 중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부서된 문서로써 하여야 한다는 부분은, 헌법 제82조에 따라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형식을 갖춘 문서로써 하고 그 해석도 오로지 문서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이지, 8월28일자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법원은 “’2026. 8. 28. 자 재제청 요청 공문’에는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다”라며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되어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제청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라고 반박했다.
청와대가 23일 언론에 배포한 ‘재제청 요청 거부에 대한 3차 PG(Press Guidance)’를 보면, 청와대는 당시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라는 해당 공문에는 “2026. 8. 18.자 대법관 임명 제청과 관련하여,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한 2명의 후보자 중 손봉기 후보자에 대하여는 헌법 제104조 제2항 및 법원조직법 제41조 제2항에 의하여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공문상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임명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음으로써 임명할 의사가 없다는 거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며 “이것이 후속절차로서 재제청을 요청한 사유”라고 밝혔다. 임명하지 않을 후보를 국회에 임명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자 국회 존중 자세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이 어제는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공문에 마치 헌법상 문서주의와 부서제도를 흠결한 잘못이 있는 것처럼 왜곡하더니, 오늘은 원론적인 내용이었다고 물러섰다”라고 지적했다.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대법원장 입장을 두고 청와대는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4명의 후보자를 적법하게 추천받았음에도 법령상 근거 없이 후보자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 위해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여 사퇴 의사를 물은 것은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라고 반박했다.
임명권과 제청권의 우열을 두고 청와대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은, 대법원장이 특정 후보자를 제청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형식적 권한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았으므로, 후보자가 국민이 바라는 대법관 상에 부합하는 적임자인지를 판단하여 임명 또는 임명 거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에 기속된다고 보는 것은, 사실상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라며 이는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위헌적 헌법해석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대법원을 항의방문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금 당장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해야 한다”며 “대법관 자리를 수개월 동안 비워놓고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다. 대법원장이 헌법을 위반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의 추가 입장을 두고 “청와대가 전자문서에 국무총리 부서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자 하루 만에 물러섰다”라며 “근거가 무너지자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궤변으로 갈아탔다. 재제청 거부 결론을 정해 놓고 궤변, 꼼수로 국민을 우롱한다”라고 썼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수 주간의 침묵 끝에 내놓은 이번 재제청 거부는 최고사법기관의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헌법적 책임마저 내던진 노골적인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라며 “대법원장이 행정부 및 입법부와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정면충돌을 선언함으로써, 대법관 장기 공백 사태를 통제 불능의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반대의 해석도 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청와대의 헌법해석은 자의적”이라며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 대목을 들었다. 이 전 총리는 “이 조항은 제청권-동의권-임명권을 동렬에 놓은 것이지 위아래를 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제청 반려는 국회의 동의절차를 건너뛴 위헌적 조치다.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회에서 동의를 부결하는 것이 헌법에 충실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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