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개혁’ 릴레이 인터뷰
③ 조영호 서강대 교수
‘포지티브식’ 규제…기능 비대화
행안부·기획예산처도 관리 책임
정치는 부정선거론 대응했어야
선거 시민 주도로 바꿔나갈 필요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끈 한국정당학회 연구팀은 2022년 지방선거 후 “안정적 선거를 지속할 수 없는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공무원들에게 투표관리관 등 실무를 사실상 강제해 선거를 치르는 기존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었다. 선거 후 5개월간 선거관리위원회·지방자치단체·행정안전부 직원 등 실무에 관여하는 23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공무원 노조를 통해 공무원 38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이 보고서는 그해 중앙선관위 선거연구부에 접수됐다.
4년 전 예견한 위기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현실화했다. 조 교수는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기보다 조직 확장에 힘 써온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며 “이번 사태로 드러난 구조적 문제를 방치해온 선관위뿐 아니라 행안부, 기획예산처와 정치권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를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2000년대 이후 선관위가 본연의 선거 사무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세계선거기관협의회 등 외부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자기 조직 공무원 자리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선거법 규제가 ‘해야 하는 것’을 규정하는 식으로 꾸려지며 선관위의 유권해석, 선거법 위반 여부 감시 기능 등이 과도하게 커졌다. 그 결과 본연의 선거 사무가 약화됐다. 위기 인지도, 인지 후 대응도 늦어졌다.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가 끝나지 않았는데 개표를 시작한 점은 수용할 수 없는 문제다.”
- 이번 사태로 선거 사무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했다.
“현장 지자체 공무원들이 더 적극적 대응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미 투개표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협조만 하고 있다. 비정상적 상태가 이어져온 와중에 이번 사건을 통해 문제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 다른 구조적 문제도 있나.
“지자체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선거 사무에 동원돼야 할 법적·공적 정당성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진 지 10여년이 됐다. 그런데도 행안부는, 특히 지방선거의 경우 선관위가 지자체에 선거를 위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빈약한 상태로 뒀다. 기획처 등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공무원 수당을 방치했다. 공무원에게 ‘쉬는 날 돈 벌면 좋은 것 아니냐’며 싸게 써먹으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 정치권의 문제는.
“정치권은 부정선거론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선거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부정선거론을 진보·보수가 번갈아 주장하기도 했고 정치의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고 회피했다. 그 결과 모든 부담이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에 동원된 공무원들 사이에 부정선거 민원 대응 때문에 죽을 맛이라는 말이 나오고, 투개표 업무를 회피하는 사람도 늘었다.”
- 선관위 해체 주장은 어떻게 보나.
“파괴주의적 발상이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없으면 행안부 산하 등에서 선거 사무를 해야 한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한 시점에 특정 정부의 행안부가 선거 사무를 담당하는 일을 상대 정당이 감당할 수 있겠나.”
-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즉각 대응을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선관위 직원들이 오후 시간대에 개표 업무를 시작한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선거 당일 벌어지는 문제와 고충을 즉각 대응할 비상 콜센터를 중앙선관위 차원에서 운영해야 한다. 선거사무원 교육인증센터를 설치하고, 사무원 풀을 만들고, 수당을 현실화해 선거 당일 충분한 인력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잠실에 ‘부정선거, 재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있다.
“국정조사가 시작되고 정치권이 선관위 개혁을 위한 헌법 개정 등 논의를 진행해도 유권자들의 화난 마음을 치유하는 데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을 2028년 총선까지 방치하면 선거 불신은 돌이키기 어려울 수 있다. 정치권은 부정선거론 대응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지금 시민들은 ‘우리는 찍는 것이고 국가는 완벽하게 제공해야 한다’며 선거관리기구를 타자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을 전환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선거를 관 주도에서 시민 주도로 바꿔가야 한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