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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원기의 재미있는 한자풀이] 국치(國恥) · 주구(走狗)

한일합방조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대한 제국 최후의 날인 국치의 날에도 내각 대신들에게 훈장을 주는 일이 벌어졌다.

[조원기의 재미있는 한자풀이] 국치(國恥) · 주구(走狗)

국치(國恥)

國 : 국가 국, 恥 : 부끄러워할 치

나라의 부끄러움

주구(走狗)

走 : 달아날 주, 狗 : 개 구

남의 앞잡이를 하는 사람

▲조원기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 청주지회장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은 이 나라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국민 모두가 영원히 기억해야 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대한민국 이 국호는 자랑스럽다. 크고 위대한 사람(민 民)이 세운 나라. 얼마나 떳떳한가. 왕족도 아니고, 귀족도 아닌 오직 백성이 세운 나라이니 민(民)의 나라일 수 밖에 없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의 모태인 대한제국이 망해가는 과정은 참으로 부끄럽다. 외교권을 빼앗기고, 일본의 보호국으로 나라가 없어지는 판에 황제라는 사람은 일본의 강요에 반대 한번 못하고, “협의해서 하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대신들에게 떠넘기었다.

한일합방조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대한 제국 최후의 날인 국치의 날에도 내각 대신들에게 훈장을 주는 일이 벌어졌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의사가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다음 날 순종은 통감부에 마련된 이토 히로부미 빈소에 조문하고, 문충공(文忠公)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조문사절단까지 보내었다.

즉, 1905년 11월 27일 외교권을 빼앗기는 다섯 조문의 을사늑약, 1907년 헤이그 밀사 사건을 빌미로 내정까지 넘기는 정미7조약, 1910년 8월 29일에 한일합병조약이 체결되어 대한제국은 사리지게 되었다. 이에 앞장 선 일본 이토 히로부미의 주구(走狗)인 을사오적인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대신 권중현은 일본으로부터 작위와 훈장을 받고 막대한 부도 챙겼다.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민영환, 조병세, 홍만식 같은 이는 자결로 항의했고, 수많은 선비들이 상소하고 의병을 일으키며 을사오적을 척살하라고 하였으나 고종은 일언반구 해답이 없었고, 승승장구한 을사오적은 한일합방의 공을 세우기에 바빴고 민초(民草)들은 전국 각지에서 봉기하여 일본과 치열하게 싸웠다. 정미7조약으로 외교권과 사법권은 물론 내정 전체에 대한 권한까지 빼앗기고 각서라는 형식의 문서를 통하여 군대를 해산시켰다. 한일합방조약은 전체 8개 조항으로 되어 있어 외교권, 군대, 경찰권, 사법권, 통치권을 영구히 일본에게 넘기는 내용 및 한국 황실과 친일 대신들에 대한 예우 내용이 전부였다. 이에 8월 29일에는 조선 귀족령이 동시에 발표되었다.

△ 대한 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친일 매국을 한 사람들은 갑신정변, 갑오개혁, 독립협회로 이어지는 개혁 운동에 참여를 많이 했다. 이완용은 전통 학문인 사서오경을 배워 과거시험에 합격해 관직에 들어간 인재로 영어와 서양 물문을 공부하여 주미공사관 참사로 근무하였고, 송병준은 한 때 민영환의 식객으로 있다가 무과에 합격해 수문장, 훈련원 판관, 사헌부 감찰까지 지낸 인물이었다.

매국노라고 하면 우리는 친일파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데, 이들은 일본 침략에 협조하여 나라를 망하게 하고 동포에게 위해를 가했기 때문이다. 그 이완용이 감히 말하기를 “무릇 천도(天道)에 춘하추동이 있으나 인사(人事)에 동서남북이 있으니 이것 역시 변역(變易)이라고 한다. 천도 인사가 때에 따라 변역하지 않으면 실리를 잃고 끝내 성취하는 바가 없게 될 것이다”라고 하며, 개인의 잇속만 챙기는게 실리라고 생각한 매국노들은 민본(民本)이 무엇인지를 나라의 힘은 백성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몰랐다. 자기네 출세와 부(富)를 챙기는데 급급하였다.

△대한제국의 망국 원인은 왕실를 포함한 권력층과 부유층의 사치가 심했고, 학정(虐政)과 부패, 수탈에 지친 민중들이 삶의 의욕을 잃은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궁중을 보면 고종 시대 연간 국방비가 520만냥인데, 왕실 경비가 113만냥, 조대비(趙大妃)의 장례비가 60만냥, 민비(閔妃)의 장례비가 100만냥이었으며, 백성에게 쓰는 예산은 2만 9천냥, 교육 예산은 2만 8천냥이었다. 이러고도 나라가 바로 설 수 있었을까? 또한 을사오적은 국정을 뒤흔들어 막대한 사익(私益)을 챙기고, 특히 송병준은 일본인 노다 헤이지로(野田平治郞)로 행세하며 군납상인으로 이권을 챙기었으니 나라가 온전하였겠는가.

당대 지도자들은 이토 히로부미의 적수가 아니었다. 그에 필적한 우국심도 없었고, 그를 대적할 결기도 없었고, 그의 미끼를 거절하거나 피할 양심도 없었다. 1억엔을 주면 조선을 넘겨주겠다고 먼저 제안한 사람은 송병준이었지 이토 히로부미가 아니었다. 결국 이토 히로부미는 3천만엔(조선 총독부 관보 1911년 12월 27일에 따르면 당시 1엔은 지금의 구매력으로 한화 33,000원 정도임)으로 조선을 사는데 성공했다.

이것이 조선 망국의 진상이다. 이를테면 한 국가나 민족의 책임은 자신의 책임이다. 일본을 비난하고 열강을 비난하는 것으로 우리의 멸망을 입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맹자(孟子) 이루장구상(離婁章句上)의 국필자벌 이후인벌지(國必自伐 而後人伐之 : 민족은 스스로 망할 짓을 한 뒤에 다른 나라가 그를 멸망시킬 뿐이다)라는 말이 우리에게 와닿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금도 더욱더 살피고 지키지 위하여 민관군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 '주구(走狗)'는 달리기를 잘하는 개라는 뜻으로 사냥개를 이르는 말이다. 사냥개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따르고 행동한다. 그리고 사냥할 때에는 주인보다 앞장서서 표적물을 쫓는다. 이러한 이유로 남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람을 비유한 것이다. 사냥개야 주인에게 복종하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사람으로서는 사리분별을 못하고 남의 앞잡이를 하는 것은 딱한 신세인 것이다. 불쌍한 노릇이다.

△중국 한나라 명장 한신은 유방을 도와 중국을 통일한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유방은 권력이 안정되자 한신을 두려워하여 제거해 버렸다.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듯 “교활한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달리던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교토사주구팽 狡兎死走狗烹)라고 하며, 자신의 처지도 주구와 같이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다”라고 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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