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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선규의 문제 핵심] 축배에서 경고음으로, AI 3년의 반전

일부 IT·핀테크 기업은 AI 도입을 명분으로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고, 농업 현장에서는 AI 기반 농기계와 DRM 때문에 농부들이 자기 땅에서 생산한 데이터의 권리조차 갖지 못하는 구조에 편입되고 있다. 창작 생태계에서는...

[조선규의 문제 핵심] 축배에서 경고음으로, AI 3년의 반전

챗GPT 열광 뒤 미국 여론은 “속도보다 통제”를 택했다

조선규의 문제 핵심. 조선규 편집위원

[뉴스클레임]

2022년 11월 챗GPT 공개 당시, 실리콘밸리는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했다. 출시 5일 만에 이용자 100만 명, 두 달 만에 1억 명. 생성형 AI는 새로운 도구를 넘어 인류를 해방시킬 기술로 환영받았다. 그러나 3년 뒤인 2026년, 미국 여론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일상 속 AI 확산을 우려하고, 4명 중 3명은 AI가 인류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환호는 경계로 바뀌고 있다.

저항은 여론조사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월 런던에서는 오픈AI·구글 딥마인드·메타 본사 앞에서 대규모 AI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오픈AI CEO 자택에 화염병이 던져지는 사건까지 나왔다. 3월에는 복음주의 목사, 노동조합 대표, 트럼프 지지 성향 인사, 진보 사회운동가, 학자와 노벨상 수상자가 한자리에 모여 ‘친인간 AI 선언’에 공동 서명했다. 이념 스펙트럼 양끝의 인물들이 같은 문서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AI가 특정 집단의 불편을 넘어 사회 전체의 존립 문제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갈등은 세 영역에서 뚜렷하다. 종교·영성의 영역에서는 설교와 기도문을 AI가 대신 쓰는 현실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목회자들은 “공동체의 고통을 함께 겪은 인간의 언어”를 통계 모델이 대체하는 전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노동 시장에서는 AI가 실제 성과를 내기도 전에 해고를 앞당기는 역할을 한다. 일부 IT·핀테크 기업은 AI 도입을 명분으로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고, 농업 현장에서는 AI 기반 농기계와 DRM 때문에 농부들이 자기 땅에서 생산한 데이터의 권리조차 갖지 못하는 구조에 편입되고 있다.

창작 생태계에서는 법정 공방이 본격화됐다. 대형 음악·출판사와 작가들이 주요 AI 기업을 상대로 수십억 달러대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사건에서는 수조원대 합의가 이뤄졌다. 법원은 AI 훈련 자체는 공정 이용이 될 수 있지만, 불법 복제 파일을 서버에 저장하는 행위는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업계 전체의 위험 인식과 향후 합의 기준을 바꾸는 신호탄이 됐다.

AI에 대한 저항이 제도·법리 쟁점으로 옮겨간 데에는 세 가지 계기가 있었다. 첫째, 청소년 자살·자해를 부추긴 챗봇과 관련된 소송이 이어지면서, 일부 주 정부가 동반자형 봇에 안전 규제를 도입했다. 둘째, AI 채용 플랫폼이 동의 없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직자의 “성공 가능성”을 점수화해 기회를 차단했다는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셋째, 거대 데이터 센터가 전력·수자원을 잠식하자, 주민들이 직접 나서 수십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막아 내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결국 쟁점은 하나로 모인다. AI는 단순한 도구인가, 제조물인가. 지금까지 AI 기업은 이용약관에 “우리는 도구만 제공했다”며 책임을 피하려 했다. 친인간 AI 선언은 이 논리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개발자와 배포자는 결함, 기능 오표현, 불충분한 안전 통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진다”고 못 박았다. 이는 담배 소송이 “개인의 선택”에서 “기업의 위험 은폐”로 프레임을 옮기며 판을 뒤집었던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결과에 대한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이제 ‘AI에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AI 기업에 제조물 책임 원칙을 적용하고, 무단 학습에 대한 보상 체계를 세우며, 데이터 센터 입지에 지역 공동체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에서 번지는 AI 반대 움직임은, 인간과 기술 사이의 오래된 계약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신호다.

새로운 계약서를 쓰는 일은 기술 기업이 아니라, 시민과 입법자가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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