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에서 시작된 '성과급 갈등'이 조선·자동차·IT 등 주력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기 진작을 위해 지급하던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로 고정해 상시화하자는 요구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영속성을 흔들 수 있는 논란이니만큼 정부도 엄중하게 인식하고 삼성전자 성과급 분쟁부터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할 때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안을 내걸 계획이다. IT 업계에선 카카오 노조가 영업이익의 13~15%를, LG유플러스 노조는 30% 수준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은 본래 기업이 미래 업황과 투자 계획, 연구개발 수요, 재무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계한다. 이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로 기계적으로 연동시키면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전략적 투자 판단은 불가능해지거나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건 정부 대응이다. 최근 삼성전자 사후중재 과정에서 정부는 '영업이익의 12%' 성과급을 절충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특정 비율을 인정할 경우, 왜곡된 보상 체계가 명분을 얻고 빠르게 고착화할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의 주주는 자본을 투자하고 자본손실의 책임을 감수하는 대신 추가이익을 얻을 권리가 있다. 채권자는 이자를, 종업원은 임금을 계약을 통해 보장받는 대신 추가 이익엔 권리가 없다. 위험에 상응한 이익을 얻는다는 당연하고 분명한 원리다. 최근 임직원에게 미국식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계약관계에만 종속되는 기업 종업원들에게 주식을 줘서 주주의 입장을 공유하게 만들면 기업이 지는 위험과 이익을 함께하는 이해관계로 바뀐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업이익 N% 성과급' 논쟁은 국가경제의 원칙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투자와 혁신 역량이다. 성과급 논란이 산업계 전반에 '로또의 저주'로 번지지 않도록 분명한 원칙을 새겨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