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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선 문인의 정원미학 재해석 논문, 영국 애쉬몰린 박물관에 영구소장

그는 “AI 시대에 예술은 비물질적 이미지에만 머물 수 없다”며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G-Dragon’, 분당중앙공원 AI 기반 미디어 심포니 ‘시네 포레스트: 동화’ 등을 진행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조선 문인의 정원미학 재해석 논문, 영국 애쉬몰린 박물관에 영구소장

이진준 카이스트 교수, 박사논문 ‘빈 정원’…박물관 역사상 생존 작가 작품은 최초

정승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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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애쉬몰린 박물관 동아시아미술부 수장고에서 이진주 교수의 논문을 검토 중인 중국·한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인 옥스퍼드 대학의 셸라그 베인커 교수(사진=한국과학기술원 제공)

[환경과조경 정승환 기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가 운영하는 애쉬몰린 박물관(Ashmolean Museum)에 한국인 최초로 현대 작가의 정원 관련 박사논문이 전시된다. 주인공은 이진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다.

한국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이진준 교수의 옥스퍼드대학교 박사논문 ‘빈 정원 –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의 리미노이드 여행(Empty Garden – A Liminoid Journey to Nowhere in Somewhere, 2020)’이 애쉬몰린 박물관에 정식 구입돼 영구 소장과 함께 전시된다.

1683년 설립된 애쉬몰린 박물관은 세계 최초 대학 박물관으로 루브르(1793년)보다 110년, 대영박물관(1759년)보다 76년 앞서 세워진 기관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거장들의 작품과 고대유물, 동아시아 도자기, 회화 등을 소장한 곳으로 생존 작가의 박사 논문을 영구 컬렉션에 포함한 것은 매우 이례적 사례다.

이 교수의 논문은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지배하고 효율·속도를 중시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각, 기억, 존재의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그의 연구는 자연과 인공의 경계 공간인 ‘정원’에 주목하며 18세기 조선 문인 유경종(柳慶種, 1714-1784) 마음속에 가꾸는 상상의 정원인 ‘의원(意園)’ 개념을 현대 디지털 언어로 재해석했다. 연구 핵심 대상은 ‘정원’이지만 동아시아 미학적 전통과 현대 설치미술 속에서 어떻게 경험되고 재구성되는지를 비교·탐구했다. 특히 그는 ‘데이터 가드닝(data gardening)’ 개념을 제안하면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대신 정원을 가꾸듯 천천히 다루고 경험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이진준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논문은 길이 10m에 달하는 한지 두루마리 형태로 제작돼 독자가 논문을 읽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동하도록 의도됐다. 동아시아 정원의 ‘거닐기’를 몸으로 체험하게 하는 방식이다. 논문은 총 9개의 한지 두루마리 제작됐고, 그 중 하나가 애쉬몰린 박물관에 영구 소장·전시된다.

이 논문은 2020년 옥스퍼드대학교 순수미술 철학박사 심사에서 만장일치로 ‘수정 없음(No Corrections)’ 판정을 받으며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보통 4년 이상 걸리는 과정을 불과 2년 반 만에 마친 성과로 옥스퍼드 900년 역사에서도 드문 사례다. 일반적으로 박사논문은 보들리언 도서관에 등록되지만, 이번에는 박물관이 학위 수여 이후 5년간의 독립적 심의를 거쳐 예술·학술적 가치를 인정하고 구입했다.

애쉬몰린 박물관 큐레이터 셸라 베인커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 박사의 긴 사색적 두루마기 형태의 논문은 재료와 기법, 그 안에 담긴 문화적·지적 지식의 폭과 깊이, 다양한 공간을 제시하는 복합적 구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논문 집필 당시 다리 부상으로 휠체어 생활을 하며 ‘움직임과 멈춤’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AI 시대에 예술은 비물질적 이미지에만 머물 수 없다”며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감각과 경험은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 데이터를 넘어 인간이 몸으로 경험하고 사유하는 새로운 감각 체계를 제안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과 철학·자연·예술을 융합하는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학자다. 현재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면서 TX 랩 디렉터, 아트앤테크놀로지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고 옥스퍼드대학교 엑시터 칼리지 방문교수, 뉴욕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케이팝 아티스트 지드래곤의 홍채 데이터 기반 우주 예술 프로젝트 ‘Good Morning, Mr.G-Dragon’, 분당중앙공원 AI 기반 미디어 심포니 ‘시네 포레스트: 동화’ 등을 진행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유니버시티 교회에 10m 두루마리 형태의 이진준 교수의 박사논문을 전시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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