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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기제 변호사의 로(Law) 인사이트㊱] AI '휴먼이'는 몰랐다…사건을 바...

최근 AI의 발전 속도는 경이롭다 못해 두려울 정도이다. 필자 또한 몇 년 전부터 업무에 AI를 활용해 왔는데, 초기에는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 가을 무렵부터는 '퀀텀 점프(Quantum...

[조기제 변호사의 로(Law) 인사이트㊱] AI '휴먼이'는 몰랐다…사건을 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일러스트=챗GPT]

【뉴스퀘스트=법무법인 서울 조기제 변호사 】 최근 AI의 발전 속도는 경이롭다 못해 두려울 정도이다. 필자 또한 몇 년 전부터 업무에 AI를 활용해 왔는데, 초기에는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 가을 무렵부터는 ‘퀀텀 점프(Quantum Jump)’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만큼 AI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음을 느낀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제 전문직의 시대는 끝났다”는 자극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타깃으로 법률 분야를 꼽기도 한다. 법률가로서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현실적으로 무시하기 어려운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법률 쟁점을 AI에 문의하면 단 몇 초 만에 수준 높은 답변을 내놓고, 유익한 추가 질문까지 제안한다. 단순한 정보 처리 속도만 놓고 본다면 이미 변호사를 능가한다.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라 해도 모든 법령과 판례, 학설을 암기할 수는 없으며, 이를 검토하고 분석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낯선 곳에서 집을 찾아가는 여정’에 비유해 보면, 과거에는 어둠 속에서 야간 투시경을 쓴 변호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해 길을 찾아가는 형국이었다. 당시에는 변호사가 마치 ‘전지전능한 존재’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AI라는 강력한 등불 덕분에 누구나 대낮처럼 환한 길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변호사의 역할은 그 지역의 터줏대감으로서, 눈앞에 펼쳐진 여러 갈래 길이 각각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에 어떤 숨은 장애물이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주는 길잡이에 가깝다. 즉, 의뢰인이 보다 빠르고 안전하며 확실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로 변화한 것이다.

하지만 AI는 여전히 보조적인 도구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으로 인한 오류가 많아 그 답변을 맹신할 수 없다. 필자 역시 업무에 AI를 활용하지만, 제시된 답변을 일일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인용된 법률 조문이나 판례 중 상당수가 가공된 것인 경우가 많아, 법령정보 및 판례 검색 사이트를 띄워두고 전수 점검을 해야만 한다.

또한 사용하는 사람의 전문성과 안목에 따라 결과물의 질이 천차만별이다. 적확한 질문(prompt)을 던지는 것 자체가 이미 고도의 법률적 통찰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연속된 대화를 통해 내용을 구체화하고, 다양한 변수를 제거하며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이 모든 과정은 법률적 전문성을 전제로 한다. 필자의 경우 AI의 답변 중 오류를 지적하거나 의견을 비판하며 대화를 이어가기에, AI의 1차 답변을 그대로 결론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AI의 초기 제언과는 사뭇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최근 한 개그 프로그램에는 경찰청의 AI 로봇 ‘휴먼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최첨단 데이터 분석을 통해 초단위 시뮬레이션으로 모든 결과를 예측한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정작 실제 상황에서는 맥락에 맞지 않는 엉뚱한 대응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 캐릭터는 역설적으로,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신속하게 선택을 내려야 하는 지점에서 AI의 한계가 얼마나 명확한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형사 사건의 수사 단계, 특히 경찰 조사에서의 변호인 역할이다.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필자는 수많은 경찰 조사에 입회하며, 급박한 의사결정의 순간마다 ‘휴먼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노련한 변호사’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찰나의 긴장감을 경험하곤 한다. 필자의 사례를 통해 왜 형사 변론의 세계가 그토록 역동적이고 인간적이어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고발된 의뢰인의 경찰 조사에 입회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세무서의 통고처분(벌과금 납부 시 형사처벌 면제)을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고발을 감수하고 형사 절차에서 다툴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에서 시작되었다. 통고처분 액수가 고액이라 의뢰인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자료를 검토한 결과, 혐의를 다툴 법리적 쟁점이 충분했다. 수정세금계산서 발행이 허위세금계산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적 주장, 세금계산서 미수취 혐의에서의 ‘통모’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정립,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소시효’ 문제가 산재해 있었다. 또한 세금계산서 미수취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의 기산점을 공사 완공일로 보느냐, 잔금 입금일로 보느냐 하는 쟁점도 있었다.

이러한 쟁점들은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거나, 심지어 쟁점으로 부각되지조차 않았고, 수사관의 성향에 따라 가변성이 매우 큰 이슈였기 때문에 AI가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기소 가능성이 높고 집행유예 이상의 형까지 예상되었기에, 아마 ‘휴먼이’였다면 “통고처분을 이행하고 형사처벌을 면하세요”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여러 가변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사 절차에서 정면 돌파할 것을 조언했고, 의뢰인은 이를 믿고 형사 절차를 선택했다.

고발 직후, 공소시효 임박을 알리는 ‘빨간 주서’가 붙은 사건 기록을 든 경찰로부터 즉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게 되었다. 또 한 번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이다. 시간을 끌며 공소시효 만료를 기다릴 것인가, 출석해 수사에 협조할 것인가. 도피를 권유할 수도 있었겠지만, 필자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되 법리적으로 다투는 정공법을 택했다. 무리하게 수사를 지연시킬 경우 체포영장 발부나 조사 없는 기소 등 더 큰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수사 협조’라는 선택에는 수사관의 태도를 우호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고, 실제로 이후 수사관은 우호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후 전화로 조사 일정을 정하면서 필자는 수사관에게 미리 두 가지 핵심 쟁점을 넌지시 던졌다. 다만 공소시효라는 예민한 카드는 뒤로 숨기고, 법리적 결함만을 추상적으로 언급하며 경찰 스스로 판례를 찾아보고 고발 내용의 허점을 인지하게끔 유도했다. 만약 ‘휴먼이’였다면 이런 식의 섬세한 밀당이나 전략적 노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판례 검색을 통해 수정세금계산서 부분은 명백히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수사관은 세무서의 고발 전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고, 수사는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정적으로 필자는 조사 막바지에 이르러 수사관이 공소시효를 착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런데 필자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변호인 의견서는 이미 수사관의 손에 들려 있었고, 그 의견서를 보면 공소시효를 착오했다는 사실을 자각할 가능성이 컸다.

필자는 찰나의 판단으로 이미 준비해 간 의견서를 다시 회수하는 기민함을 발휘했다. “내용에 수정할 부분이 있어 내일 다시 제출하겠다”는 말로 식은땀 나는 위기를 넘긴 것이다. 만약 ‘휴먼이’였다면 “수사관님, 공소시효가 틀렸습니다. 이렇게 하셔야지요”라고 직언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사건은 모두 불송치 결정으로 마무리되었다. 운도 따랐지만, 선택의 순간마다 발휘된 역동적이고 섬세한 ‘인간적 고려’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AI가 법률 시장의 시야를 환하게 밝혀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결국 뛸 것인지 멈출 것인지,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변호사의 역할이다. 찰나의 선택이 의뢰인의 인생을 좌우하는 형사 변론의 현장에서, 법률 지식은 이제 당연한 기본값이고, 그 위에 더해지는 역동적이고 섬세한 ‘인간적 감각’, 그것이야말로 AI 시대에 변호사가 갖춰야 할 진정한 소양이 될 것이다.

법부법인 서울 조기제 변호사

<조기제 변호사 프로필>

- 서울 상문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사법고시 44회 합격

- 사법연수원 34기 수료

- 제주지방검찰청 검사

-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 창원지방검찰청 검사

- (현) 법무법인 서울 변호사

- 세무사, 형사, 조세 전문변호사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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