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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건부 승인 두 달째 '제자리'…구글 정밀지도 반출, 해법은 어디에

국내 모바일 지도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경우 시장 경쟁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처럼 부처 간...

조건부 승인 두 달째 '제자리'…구글 정밀지도 반출, 해법은 어디에

[MS투데이] 정부가 지난 2월 말 구글의 국내 1대 5000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했지만, 이후 협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건부 승인이라는 결론은 내려졌지만, 이를 실제 행정 절차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구글은 고정밀 지도 반출을 위한 기술적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의 해외 보관 방식, 이전 경로, 활용 범위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협의체 회의 이후 추가 협의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으면서 논의가 공회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보안 조건·운영 방식 충돌…기술 협의 난항

표면적으로는 기술적 조율 문제지만, 실제로는 보안 기준과 글로벌 서비스 구조의 충돌이 협의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군사·보안 시설에 대한 블러(가림) 처리, 과거 시계열 영상 관리, 스트리트뷰 보안 조치, 데이터 업데이트 주기, 접근 권한 회수 체계 등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반출은 20여 년간 유지해온 지도 해외 반출 제한을 완화하는 첫 사례인 만큼, 사후 관리와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구글은 글로벌 지도 서비스의 운영 체계와 국내 규제 요구 사이의 간극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사 차원에서는 조속한 진전을 원하는 기류도 감지되며, 지도 사업 관련 인사의 방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부처 간 온도차…통상·관광 vs 산업 보호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술 협의를 넘어 통상, 관광, 산업 보호 논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통상 마찰 최소화와 외국인 관광객 편의 증진 측면에서 협의 진전을 주문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표준 지도 서비스 접근성이 개선될 경우 관광 산업과 해외 이용자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국내 지도 플랫폼 산업에 미칠 영향과 향후 관리 책임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지도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경우 시장 경쟁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처럼 부처 간 시각차가 존재하면서 정책 방향 설정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론 없는 승인 우려”…규제 신뢰성 시험대

일각에서는 조건부 승인이 내려졌음에도 후속 절차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사실상 비승인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책 방향은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이행 기준과 일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불확실성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디지털 정책 전문가는 “지도 반출 문제는 안보, 산업 경쟁력, 통상 관계가 동시에 얽힌 고난도 정책 사안”이라며 “조건부 승인 이후 세부 기준과 일정이 투명하게 제시되지 않으면 규제의 엄격성보다 예측 불가능성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요구 조건을 명문화하고 단계별 이행 로드맵을 제시해야 협의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의 공식 입장은 명확하다. 조건부로 허가된 만큼, 구글이 제시된 조건을 먼저 이행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협의체 보고와 추가 행정 절차 역시 이를 전제로 진행된다.

결국 이번 사안의 관건은 추가 회의 개최 여부가 아니라, 조건부 승인을 실제 행정 집행 단계로 구체화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구글이 정부 요구 사항을 얼마나 수용하고,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유연성을 발휘할지가 향후 협상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20년 만의 첫 정밀지도 해외 반출 논의는 이제 단순한 기업 간 협상을 넘어 한국의 디지털 규제 체계와 산업 정책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떠올랐다. 교착 상태를 풀 해법이 조만간 마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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