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김관영 도지사가 지난 1일 민주당에서 전격 제명됐다. 만우절 날 만우절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전주 시내 효자동 한 식당에서의 ‘돈봉투 살포’ 의혹이 제기된 지 한나절 만에 민주당 최고 위원회가 제명 처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전북 도지사 경선 후보 자격도 자동 박탈됐다.
도정을 책임지는 현직 지사가 현금 살포 의혹으로 당에서 퇴출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는 180만 전북도민들의 심정은 참담함을 넘어 허탈하기만 하다.
가장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김 지사의 도덕적 파산이다. 공개된 CCTV 영상 속에서 식당 방을 돌며 청년들과 현직 의원들에게 5만원권 등을 건네는 모습은 전북 정치가 여전히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대리 운전비를 줬다가 다음날 회수했다”는 김 지사의 해명은 민주당 중앙당의 제명 결정으로 그 정당성을 잃었다. 당에서조차 보호할 수 없을 만큼 사안이 엄중하고 증거가 확실하다는 반증이다.
도민의 자부심을 대변해야 할 도지사가 구태 정치의 전형인 금권 선거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은 180만 도민의 명예를 짓밟은 행위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깨끗한 정치와 정책으로 승부를 갈망하는 도민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한 처사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는 전북의 미래를 안개 속으로 밀어 넣었다. 당장 도지사 공백에 준하는 행정 동력 상실이 우려된다. 전북은 지금 반도체와 AI, 특별법 통과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리더십과 도덕성이 붕괴된 상황에서 누가 도정에 신뢰를 보내겠는가. 이번 제명 사태는 한 정치인의 몰락이 아니라, 전북도정 전체의 신인도를 추락시킨 재앙과도 같다. 안타까울 뿐이다.
전북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그런 곳에서 현직 지사가 이런 추문에 휘말려 제명당하기까지 당은 무엇을 했는가. 소위 당의 미래라고 하는 청년 당원들이 도지사에게 술과 밥을 얻어먹어 돈을 받는 고질적인 관행을 방치해온 것은 아닌지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 참석자들에 대한 발본색원과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도민들도 반성해야 한다.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했던 관행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우리의 무너진 자존심과 앞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은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경찰은 관련자 모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 처벌해야 할 것이다.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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