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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태철 칼럼] 21세기 세계 구석구석의 권위주의 부상, 그리고 민주주의...

이때부터 중국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중국은 단순 제조업에서 IT, 고속철도,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의 고도화를 추진했다. 최근에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전기차, 로봇, 드론, 반도체, 심지어 AI 산업까지도...

[정태철 칼럼] 21세기 세계 구석구석의 권위주의 부상, 그리고 민주주의...

러시아와 중국: 시장 자본주의와 권위주의 제도의 어색한 동거

국영기업, 목 졸린 민영기업, 국부펀드 기반의 ‘국가자본주의’

포퓰리즘적 여론 선동형 ‘비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권력‧부 모두 독재자가 사유화한 ‘착취적 제도’

러시아와 중국의 자본주의와 권위주의 혼합체제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된 고르바초프의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 노선 덕분에, 소련은 인민대표대회에서 대통령제를 도입하고, 간접선거로 고르바초프를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등 민주화를 촉진했다. 그러나 이미 전면적인 개혁개방의 자유화 물결에 휩싸인 소련 시민들은 직접 자유선거에 의한 대통령 선출을 요구, 결국 1991년 3월 국민투표에서 직선 대통령제 도입을 결정했다. 그해 6월 21일, 급진 개혁파 보리스 옐친이 자유시장 도입과 소련 연방 해체를 주장하며 공산당을 탈당한 후 대선에 출마해서 초대 직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3개월 뒤인 1991년 8월 19일, KGB, 군부, 공산당 강경파 등은 개혁개방에 반대하고 소련 연방 해체를 저지하기 위해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연금하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수만 명의 시민들이 트럭과 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인간 사슬을 만들어 백궁(러시아 정부 청사)으로의 쿠데타군 탱크 진입을 막았고, 시민들이 둘러싼 백궁으로 피신한 차기 대통령 당선자 옐친이 쿠데타를 반란으로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곧이어, 옐친은 방탄 방패로 둘러싸인 채 쿠데타군 탱크에 올라가 군중과 병사들에게 “쿠데타는 반헌법적 반란이므로 전 국민이 저항해서 맞서야 한다”고 외쳤다. 이 극적인 장면이 TV로 방영되자, 전 국민이 호응했고, 동시에 군인들이 동요하고 이탈한 끝에, 군부 쿠데타는 3일 만에 막을 내렸다. 쿠데타 주동자 8명 중 내무부 장관은 자살했고, 나머지는 모두 체포됐다.

1991년 12월 25일은 고르바초프가 소련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소련 해체가 공식화된 날이었다. 이날, 신임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 옐친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련 체제의 종말을 선언한다. 공산주의의 실험은 끝났다”

고 말했으며, 미국 ABC와의 인터뷰에서는

“70년간 우리 땅에서 벌어진 공산주의라는 실험은 우리에게 비극이었다”

고 말했다.

70년간 자본주의와 대척점에 있었으며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한 소련식 ‘공산당 중앙 집중 계획경제’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러면, 같은 공산주의 국가였던 중국의 계획경제 시스템은 어찌 됐을까?

중국은 마오쩌둥 집권기인 1971년 미국 탁구 대표팀과의 핑퐁외교,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으로 서방에 문화를 처음 개방하더니,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이전인 1978년 등샤오핑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 문화대혁명 이후 피폐해진 국내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시장 요소와 대외 개방을 통해 국민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했다. 덩샤오핑은 이를

‘중국 특색적 사회주의’

라 했고, 1989년 텐안먼 사태로 개혁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2년부터 ‘이념보다는 성과’라는 실용주의 노선을 내걸고,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란 의미)’

, ‘선부론(先富論, 능력 있는 사람과 지역부터 부유해지자는 구호)’,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실력을 기르자는 구호)’를 기치로 상하이 푸동 지구를 금융중심지로 개발하는 등 전면적 자본주의화를 촉진했다.

2001년, 중국은 WTO에 가입해서 글로벌 경제체제에 정식으로 편입됐다. 이때부터 중국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중국은 단순 제조업에서 IT, 고속철도,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의 고도화를 추진했다. 최근에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전기차, 로봇, 드론, 반도체, 심지어 AI 산업까지도 비약적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1978년에서 2025년 사이에 중국 GDP가 100배 성장해서 미국 GDP의 70%에 육박했다. 시진핑 시대를 맞아, 중국은 여전히 벌어져 있는 지역, 계층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동부유(共同富裕, 선부론을 넘어 경제성장의 혜택을 공유하자는 분배 중심 정책)’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의 공산주의 멸망 이후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러시아는 소련 해체 뒤 사유재산 제도와 시장 자본주의를 채택했지만, 푸틴의 장기 집권은 끝날 기미가 없고, 국민은 자유가 제한된 독재 체제의 덫에 걸려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이를 좋아할 리 없는 러시아 젊은이 80만에서 130만 명(서방 언론들 추산)이 징집을 피해 해외로 탈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긋지긋한 70년 공산당 통치를 벗어나더니, 러시아에서는

자본주의와 권위주의가 어울리지 않게 동거 중

이다. 중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국민은

민주주의와 전혀 관계없는 나라

에서 살고 있다. 중국 시장은 개인의 성취욕이나 사업가 정신이 아닌, 공산당의 지도와 통제로 작동한다. 세계 학계와 언론은 이런 중국 경제를

‘붉은 자본주의(red capitalism)’

라 불렀다.

중국사 학자 송재윤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텐안먼 사태 때 300명에서 많게는 1만 명이 사살됐고, 코로나 사태 때 1억 명 이상이 몇 달씩 집에 감금된(제로 코비드 정책, 대륙봉쇄령으로) 중국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 측면에서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은 전 국민을 감시하고 있으며, 그래서 중국이 전체주의 같다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안다. 중국 내 지식인들은 지금도 자유를 외친다. 2008년 세계 인권 선언 60주년을 기념해서 303인의 지식인이 삼권분립, 표현의 자유, 사유재산 보호 등을 요구하는 민주주의 선언문인 ‘08헌장’을 발표했다. 이 사건 주동자인

인권 운동가 류샤오보

가 즉각 체포됐으며, 그는 2009년 11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류샤오보가 2017년 5월 간암이 발병해서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중국 당국이 해외 출국을 허용하지 않아 국내에서 투병하다가 7월 17일 사망했다. 류샤오보의 사망은 중국 언론에서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으며, 바이두, 웨이보, 위쳇 등에서 ‘류샤오보’, ‘노벨상’, 심지어 그의 고향 이름인 ‘창춘’도 검색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러시아와 중국 같은 21세기 독재국가들은 대부분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그 대신, 권력이 시장과 기업을 전면 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감시와 억압은 기본이고, 특히 권력에 도전하는 민영기업은 절대로 가만두지 않는다. 러시아와 중국 등의

시장 자본주의와 권위주의의 혼합적 독재 방식

을 1)국제 정치 전문가이며 정치 리스크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 회장인 이언 브레머는 그의 저서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서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

라 불렀고, 2)<파이낸설 타임스>의 수석 경제 평론가인 마틴 울프는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저서에서

‘비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선동형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관료형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라 정의했으며, 3)2024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대론 애쓰모글루(튀르키예 발음으로는 아제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그들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제도에 대비되는

‘착취적 제도’

로 이론화했다. 이들 전문가가 제기한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유형’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자.

‘국가자본주의’ 작동 방식

브레머는 국가자본주의는 독재 권력 집단이 경제성장보다는 권력 증대와 유지라는 장기적 전략과 목표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선택한 정책이라고 했다. 그래서 국가자본주의 체제에서 시장은 단지 권력 장악 수단일 뿐이며, 하고,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무관하고 공산주의의 중앙 계획경제와도 거리가 있다

고 했다. 특히, 브레머는 러시아와 중국은 공산주의 경제 체제로 복귀할 생각이 없으며,

시장을 통제하면서 권력을 영구화

하고 싶을 뿐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면 국가자본주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본주의를 통제하고 권력을 유지할까? 그 첫째는

국영기업을 통한 통제

, 둘째는

선택된 민영기업을 통한 통제

, 그리고 세 번째는

국부펀드(외환보유액, 천연자원 수입금, 재정 흑자 축적금 등)를 통한 투자

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브레머가 요약했다. 한마디로 국가(즉, 국가를 장악한 권력 집단)가 자본주의의 통제 주체인 동시에 주요 행위자라는 것이다. 브레머는 러시아의 푸틴과 구 KGB 및 군부 측근들, 중국의 공산당, 그리고 걸프만 아랍 왕정국가(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왕족이 곧 국가자본주의 통제의 핵심 권력 집단이며, 그 밖의 아랍국가들(이집트, 알제리), 기타 북한, 쿠바, 벨라루스, 중앙아시아, 베트남(최근 베트남의 공산당 서기장이 국가주석직까지 겸임하는 공산당 권력 집중 체제가 강화됨) 등도 각자의 독재자와 측근 집단 네트워크가 그런 역할을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자본주의 국가들의 수단 3종 세트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자. 첫째, 대개의 국가자본주의 국가는 석유 등 에너지 산업을 국영기업이 장악하고 정권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국영기업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한다. 브레머에 따르면, 사우디의 ‘아람코’, 러시아의 ‘가스프롬’을 비롯해서 중국, 이란, 베네수엘라, 쿠웨이트 등이 운영하는 14개 석유 산업 국영기업체 다음 15위가 미국의 최대 민간 석유 기업인 엑손 모빌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들 국가자본주의 국가의 국영기업 위력은 글로벌 곳곳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는 이 나라 GDP의 1/3, 정부 수입의 50%, 수출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브레머는 PDVSA의 이런 막대한 이익금이 정부의 퍼주기 재정이나 정치자금으로 활용된다고 지적했다(물론 마두로 체포 이전 사례다). 국가자본주의 국가들의 국영기업은 다른 나라들이 함부로 건드리지도 못하며, 서로 담합하거나 덤핑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을 교란하거나 특정 국가를 길들인다고 했다. 중국의 희토류가 수시로 타국 길들이기 수단이 되는 사례도 그렇고, 유럽이 러시아에 가스 공급의 1/4을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중 유럽의 골칫거리인 것도 이들 독재국가 국영기업들의 ‘활약상’에 해당한다. 러시아에서는 장관들이 국영기업의 CEO를 겸직하는데, 푸틴은 총리 재직시 국영은행 회장을 겸직했다고 한다. 국가 자원이 국영기업을 통해서 바로바로 정책으로 직결되어 국가의 전략 무기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 국가자본주의의 국가 통제 수단은 민영기업이다. 브레머는 정부가 특정 민영기업에 각종 특혜(대출, 감세 등)를 부여하고 독점을 구가하게 해주면서 해당 민영기업과 정부가 밀접하게 관계를 맺게 된다고 했다. 어떤 경우는 정부가 직접 민영기업의 주식 지분을 소유하기도 한다고 한다.

중국의 시 주석은 2015년 모든 기관과 기업에 당 조직을 설치하라고 명령했으며, 2017년 당 조직을 가진 민영기업이 무려 73.1%에 달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2020년 10월 정부 규제가 금융혁신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가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이 취소됐고, 그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3조 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중국 게임과 메신저 1위 기업 텐센트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물었으며,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은 중국 사용자 5억 명의 개인 정보를 미국 정보당국에 제공한 혐의로 앱 장터에서 퇴출됐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은 신문 칼럼에서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를 비꼬는 말로 ‘치마끈(군대, 裙帶) 자본주의(혼인 등의 인척 관계로 자본을 독점하는 중국 상층부 비판하는 말)’, ‘붕당(朋黨) 자본주의(권력 집단이 서로 담합해서 자본을 독점하는 행위를 비판하는 말)’, ‘권귀(權貴) 자본주의(공산당 고위 간부의 권력과 부자 재벌의 금권 결합으로 자본주의를 통제하는 현상)’, ‘밀우(密友) 자본주의(중국 공산당 권력층이 친한 사람 봐주며 자본을 축적하는 현상)’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인도의 타타 그룹은 인도의 대표적 민영기업인데, 1868년 식민지 시절 설립될 때부터 지금까지 정부 정책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타타 그룹은 정부와의 유착으로 얻은 수익의 일정 부분을 교육, 의료, 환경 등 정부가 해야 할 복지 사업에 재투자한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정부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민영기업이 있으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비행기로 날아가 대표를 만나 해결 문서에 사인하게 하고 일장 훈시하는데, 이를 전국 TV로 생중계하는 사례를 브레머가 소개하기도 했다. 국가가 민영기업의 목을 조르고 숨을 못 쉬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 국가자본주의 국가에서 국부펀드의 역할은 무엇일까? 브레머는 국부펀드란 국가가 투자를 위해 여유자금을 쌓아둔 것으로, 에너지 수출 이익금, 무역수지 잉여금, 국영기업 이익금, 외환보유고 등을 말하고, 심지어 어떤 국가는 국가 예산 일부를 국부펀드로 배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국부펀드가 있으나 운용의 투명성이 있어서 국가자본주의의 불투명한 국부펀드와 엄밀히 구분된다고 브레머가 말했다. 브레머는 국부펀드는 1960년대부터 석유의 자원 민족주의에 따라서 OPEC 산유국들이 단체행동을 하게 만든 주요인이라고 했다. 석유 시장의 지배력을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갖게 하는 힘이 바로 OPEC 국가들의 국부펀드라는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부터는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공업 국가들은 정부가 경제를 관리해야 미국이나 유럽에 착취당하지 않는다는 관료들의 믿음에서 국부펀드가 이용됐다고 브레머가 지적했다. 2008년의 세계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자유 시장경제가 세계 경제 붕괴의 주범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국가자본주의 국가들은 더욱더 국가의 자본주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브레머가 강조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2025년 중국 경제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국내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에 이르는 막대한 보조금을 전기차와 2차전지, 반도체, 태양전지 분야에 지급하고 있으며, 이것으로 인해서 중국 첨단 제품이 전 세계에 저가로 쏟아지면서,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졌다는 게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었다. 여기서 보조금이 바로 국부펀드다.

국가자본주의 국가들은 이렇게 국영기업, 길들인 민영기업, 그리고 국부펀드를 이용해서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자국(自國) 자본주의 전체를 통제하고 있다. 국가자본주의 정권들은 여기서 쌓인 풍부한 정치자금으로 권력 유지를 위해 최종적으로 소위 중앙통제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인 앤 애플바움에 따르면, 푸틴과 그 일당은 처음부터 정치 파벌에 의해 통치되는 권위주의 정권인 ‘올리가르히(oligarch)’를 세우려 했으며, 오늘날 전 세계가 보고 있는 푸틴식 독재국가는 자금세탁 전문 KGB 활동과 비도덕적 국제금융이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했다. 애플바움은 러시아 민영기업 100%가 푸틴 의사에 복종하게 되어 있으며, 그 이유는 철저한 정치 공작에 의해 대부분 민영기업 자체가 푸틴 측근의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국 기자 올리버 벌로는 러시아가 괴자금 기반의 정체불명 회사 이름으로 전 세계 부동산과 기업을 사들이는 현상을

“머니랜드”

라고 불렀으며, 영국의 탐사보도 기자 톰 버지어스는 푸틴 일당이 국가 전체의 ‘돈’를 말아먹는 행태를

“클렙토피아(kleptopia, 도둑정치의 나라)”

라 칭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은 정치권력 독점의 정당화를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국의 해외 장악력을 소위 일대일로 전략으로 키워, 민족주의적 국민기대감에 부응하고 있다고 브레머가 지적했다. 문제는 그 대가로 대국민 중앙통제시스템, 즉 독재 감시 체제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 이벌찬 기자는 2024년 12월부터 중국 대도시에 안면 인식으로 지명수배자 식별이 가능한 경찰 로봇이 깔리기 시작했고, 감시 카메라 망이 거의 전국을 커버하고 있으며, 손바닥 무인 결제, 무인 택시, 대학 구내식당 안면 인식 시스템, 공항‧고속도로 휴게소‧기차역‧쇼핑몰의 AI 소변기(돈만 내면 배출한 소변으로 혈당수치 등을 즉각 측정해서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주는 서비스) 등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문제는 국민 개인 정보를 국가가 모조리 훑어서 수집한다는 점이며, 또한 국민은 이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라고 기자가 덧붙였다. 기자는 올해 춘절 연휴 기간에 중국 정부가 비혼과 비출산을 부추기는 온라인 콘텐츠를 한 달간 집중단속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비혼과 비출산을 선전하거나 결혼을 비방하는 행위를 ‘불량 가치관’으로 단속한다니, 중국 공산당은 국민 가치관까지 간섭하는 것이라고 기자가 비판했다.

최근 홍콩 거주 외국인이나 방문객은 필요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 비밀번호를 경찰에 제공해야 한다는 새로운 규칙을 중국이 각국 외교기관에 전달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유광종은 신문 칼럼에서 한자 사람 ‘인(人)’을 몸을 구부리고 일을 하는 노동자의 갑골문자라고 했다. 인이 두 개면 ‘종(从)’이 되는데 이는 복종(服從)의 의미고, 인이 세 개면 ‘중(众)’이 되는데 이는 개개인이 무의미한 하찮은 무리(군중, 群衆)의 의미라고 했다. 유광종은 “(중국은) 뭇사람을 지배와 복속, 통제의 대상이라고만 여길 때가 많았다.....어두운 유산을 고스란히 계승했다는 점에서 공산당은 중국의 정통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브레머는 사우디의 국영기업은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인 아람코이지만, 대표적인 민영기업들은 대부분 왕족이 직접 소유했거나 왕족과 친밀한 관계를 가진 민간인이 소유한 기업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우디 중앙은행이 국부펀드를 운영한다고 한다. 사우디도 전형적인 국가자본주의 국가인 것이다. 다만 브레머는 사우디 국민은 세금을 내지 않고, 왕족으로부터 집, 부, 직업을 제공받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수동적으로 왕족의 수혜를 기다리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마틴 울프의 ‘비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이야기

울프는 주로 미국과 같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선진국마저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면, 선거 승리를 위해 포퓰리즘으로 중산층 이하 시민들을 선동해서,

정부가 시장에 간섭하는 정도와 빈도를 높이는 방법

으로 비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대열에 합류한다고 분석했다. 울프는 이를 트럼프 식 ‘스핀 독재(spin dictatorship, 여론 조작형 독재)’나 ‘비자유주의적 자본주의’라 불렀다.

국가자본주의는 국가의 전면적 통제시스템이 작동해서

‘권위주의 통제 범위 안에서만 자본주의가 허용’

되는 형태이고, 비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시장 경쟁적 자본주의가 기본이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불평등 계층을 선동해서 양극화의 한쪽 지지세력으로 만든 후 정부가 자본주의에 과도하고 빈번하게 개입’

하는 형태를 취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비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선거로 권력을 장악한 다음, 점점 연성 독재화하는 미국 같은 선진국이 있는가 하면, 선거로 잡은 권력을 시작으로 강력한 강성 독재로 돌변하기 위해 야당 탄압, 법원 장악, 친위 세력 구축 등의 단계를 밟아서 ‘선동형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또는 ‘관료형 권위주의적 자본주의’가 되는 나라들도 있다고 울프가 지적했다. 여기에는 두테르테의 필리핀(현재 필리핀 대통령은 마르코스 주니어), 에르도안의 튀르키예, 오르반의 헝가리(오르반은 자국 우선주의, 반이민정책, EU 내에서 영, 프, 독 등과 대립하는 면에서 트럼프와 유사하고 미국의 지지를 받았으나, 최근 반 트럼프 정서가 강한 EU의 지원을 받은 마자르 페테르가 이끄는 반대당이 총선에서 압승, 오르반이 16년 독재정치를 마감하고 실각했고, 페테르가 신임 총리에 취임함), 모디의 인도, 보우소나루의 브라질(최근 브라질은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에서 좌파적 룰라 대통령으로 정권교체됨) 등이 속한다고 한다.

선진국 미국에서 왜 트럼프 같은 비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정권이 등장했을까? 울프는 21세기 미국이란 자유주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적으로 불안한 계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안한 계층이 등장한 이유는, 1)세대 간 경제적 이동성이 낮아졌고(아들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못 살게 되는 현상), 2)기그 경제(기그, 즉 ‘gig’는 임시 재즈 공연을 뜻하는 말로, 기그 경제는 택배나 우버 택시 등 디지털 플랫폼 임시 프리랜서 직업 위주 경제를 뜻함)가 주류를 이루면서 전통적인 제조업이 쇠퇴해서 남성 노동자의 실직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계층을

‘프레카리아트(precariat,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

라고 한다. 이들은 고학력 엘리트에 대한 불만이 높고, 반이민 정책을 고수하는 민족주의 내지는 인종주의를 앞세운 선동적 정치인의 포퓰리즘에 혹하게 된다고 한다. 그게 미국에서 저소득, 저학력 백인 남성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배경이라고 울프가 지적했다.

이런 현대 자본주의 문제는 좌파 정치인의 선동에도 쉽게 이용된다. 특히, 1)이자 장사(금융소득)나 부동산 소득 등 불로소득으로 부가 편중되고, 2)소셜미디어, 애플, MS,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등 소수 AI 첨단 기술 승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지대추구 자본주의’

가 성행하면 문제가 커진다고 한다. 여기서 지대추구 자본주의(지대, 즉 地代는 원래 토지임대료를 뜻함)는 이자소득이나 건물 임대료 등 불로소득으로 빈부격차가 커지는 자본주의를 통칭한다. 이런 상황은 부동산 가격 폭등, 벌어진 소득 격차, 높은 실업률,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성에 상실감이 큰 젊은 진보층이란 열성 팬덤과, 좌파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선동이 맞아떨어지면서

좌파적 포퓰리즘

을 낳게 된다고 울프가 설명했다. 그래서 베네수엘라 등의 좌파 독재 정권은 기업과 시장 자본주의에 강하게 개입해서 무상 복지를 퍼부으며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고 선동하게 된다고 울프가 설명했다

(선동형 내지 관료형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

우주에서 바라본 한반도 야경. 북한과 남한의 조명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데, 북한에서 유일하게 밝은 곳은 수도 평양이다. 이 이미지는 NASA에서 제작한 야경 지구본 합성 무료 이미지에서 발췌한 것임. 촬영 일시는 2017년 4월 17일(사진: wikimedia Commons).

국민 행복 갈림길은 포용적 제도냐, 착취적 제도냐의 선택 여부

2024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애쓰모글루와 로빈슨 교수는 그들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 위의 한반도 야경 위성 사진을 게재했다. 두 교수는 인종적, 문화적, 그리고 지리적 배경이 동일한 남한과 북한이, 위성 사진에서 나타난 것처럼, 왜 남한은 온 국토가 휘황한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오로지 평양이란 지역의 한 점 불빛을 제외하고는 온통 칠흑의 장막에 덮여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두 교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환경결정론’(온대기후, 말과 돼지 가축 사육 지역, 보리와 밀 경작 지역이란 환경에서 문명이 발달했다는 이론)을 부정했고, 막스 베버식 ‘문화 요인 가설’(한 사회의 종교적, 윤리적 가치관이 경제체제나 문명 발전을 결정한다는 이론으로 베버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근거해서, 열심히 노동해서 신의 구원을 받으려는 기독교 신자의 근면성이 자본주의 윤리가 되었다고 봄)도 역시 부정했다. 대신, 두 교수는 남북한 삶의 질을 결정한 요인은 인간이 만든 제도라고 단언했다. 두 교수는 남한은 포용적 정치와 경제 제도를 선택해서 번영을 이뤘고, 북한은 착취적 정치와 경제 제도를 선택해서 빈곤에 빠졌다고 했다.

두 교수는

포용적 경제 제도(inclusive economic institutions)

는 1)개인 역량과 자유를 발휘해서, 개개인이 교육 기회를 누리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향유하며, 2)사유재산이라는 인센티브가 개인의 성취욕을 북돋우고, 3)법 체계가 공정하게 적용되는 민주주의 체제가 기본이며, 동시에 4)교환, 계약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해서 경제 번영을 구가한다고 정의했다. 반면에,

수탈적‧착취적 경제 제도(extractive economic institutions)

는 1)정부가 정치와 경제 행위의 결정을 독점하며, 2)민중의 결정권은 제로에 가깝고, 3)공정 경쟁이란 환경이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4)한 계층의 소득을 착취해서 다른 계층의 부를 불리는 불평등한 제도라고 정의했다.

두 교수는 정치제도가 달라야 경제 제도가 달라진다고 했다. 즉, 정치란 정당 활동과 선거를 통해서 국민이 권력자를 정하고(주권재민주의), 권력 사용 방법을 결정하며(삼권분립과 법치주의 등의 민주적 제도 수용), 그 결과에 따라서 자신들의 사회제도를 선택(포용적 제도냐 착취적 제도냐의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런 정치 과정이 민주주의적이면 포용적 정치제도가 되고, 따라서 경제 제도도 포용적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한은 해방 이후 5공화국까지 정치는 착취적이었으나 경제는 포용적이었고,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정치도 포용적 제도가 되면서 경제 기적을 이뤘다고 두 교수가 설명했다. 반면, 북한은 국유화, 집단 노동, 중앙 집중 계획경제 등 착취적 정치와 경제 제도를 지속시켜 수백만 명을 아사시켰고, ‘이팝(쌀밥)에 고깃국’이란 단순한 기본 생계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제 재앙의 나라가 됐다고 했다.

북한 뉴스에 정통한 <데일리 NK>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대학 입학은 성적이 아니라 뇌물과 청탁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대학 진학 시기가 되면, 고급중학교(한국의 고등학교)에 대학별, 학과별 진학 ‘뽄트(정원 할당을 뜻하는 러시아어)’가 특정 학생들에게 내려오는데,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뽄트를 못 받은 학생은 대학 지원이 불가하고, 뽄트를 받으려면 뽄트 배정 권한이 있는 당 간부에게 뇌물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최근 북한 청년들이 우크라이나 전투에 끌려가 개죽음을 당하고 있다. 북한은 이들 북한 병사에게 포로로 잡히지 말라는 엄명을 하달했고, 전투에서 궁지에 몰린 파병 북한 병사들이 집단 자폭한 사례도 보도됐다. 북한의 착취적 제도는 김정은과 주변 공산당 핵심 세력이 인민의 부는 물론 생명마저 착취하고 있다.

두 교수는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어처구니없는 착취적 제도 사례를 소개했다. 여기에는, 짐바브웨 독재자 대통령이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복권 추첨 TV 방송에서 복권 당첨자가 된 사례도 있고, 시에라리온 정보통신부 장관이 송신기를 팔아먹어 전국 TV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19세기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부족장들이 서구 노예 상인과 결탁하고 자기 부족민을 노예로 팔아먹고 그 대가로 부를 축적한 사례 등이 있었다고 했다.

두 교수는 소수 엘리트(독재집단)가 착취적 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포용적 제도가 불러올 ‘창조적 파괴(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한 말로, 자본주의 역동성, 혁신성을 의미)’가 엘리트의 권력 독점을 끝낼 위협이 되므로 이를 기피한다고 했다.

요약하면, 러시아, 중국 등의

‘국가자본주의’는 국가가 권력 유지와 정치생존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만 자본주의 시장을 용인하고 그외에는 전면적으로 시장을 관리하고 통제

하는 체제다. 반면에, 주로 미국과 서구 선진국 중심의

‘비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고용이 불안정한 계층의 지지를 등에 업은 포퓰리즘 정부가 과도하고 빈번하게 자본주의에 개입

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시장 자본주의를 위기로 몰아가는 체제다. 비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중에는 민주적 선거로 시작해서 강성 독재화하면서 자본주의를 유린하는

선동형 내지 관료형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도 있다.

'착취적 제도’

는 러시아와 중국 같은 국가자본주의 국가는 물론이고, 민주주의 미정착 국가이거나 민주주의 퇴행 국가인 신생국, 후진국, 개발도상국에서

소수 엘리트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다수의 소외 집단을 착취

하는 체제로 각각 요약된다.

‘깡패 국가’들의 전성시대

브레머의 ‘국가자본주의’, 울프의 ‘비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그리고 애쓰모글루와 로빈슨 교수의 ‘착취적 정치‧경제 제도’는 민주주의 기반의 연성 독재든 권위주의 기반의 강성 독재든

독재정치(autocracy)

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국제 정치와 권위주의를 전문적으로 취재해 온 언론인 앤 애플바움은 현대 독재국가의 특징을 그의 저서 <주식회사 독재정치>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현대 독재국가의 첫 번째 특징은 1인 독재자 천하가 아니라 각 독재국가 내

군대, 경찰, 보안기구, 선전 전문가들의 집단적 네트워크 독재

라고 애플바움이 지적했다. 중국에는 공산당이라는 거대 권력 집단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러시아는 KGB, 군부, 옛 공산당 간부들이 푸틴을 중심으로 단단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애플바움이 지적한 독재국가의 두 번째 특징은 여러

독재국가끼리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는 점이다. 애플바움은 이들 독재국가 협력 공동체는 과거와 달리 국가 간 이념이 아니라 일종의 경제와 외교적 거래 관계로 공고화된다고 했다. 그래서 벨라루스, 베네수엘라, 중국, 이란, 쿠바 등은 서로 강력한 협력을 주고받으며, 개별 국가의

‘주식회사 독재국가(Autocracy, Inc.)’

가 모여 마치 마약 조직 카르텔처럼 거대한

‘독재국가들의 카르텔’

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독재국가 카르텔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브레머는 개발도상국들이 중국과 같이 시장 자본주의를 유지하되 권력 집단이 시장을 강력하게 장악하기를 원하며, 이에 중국 국영기업들이 개도국 독재자들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해서 그런 체제를 만들도록 후원자 역할을 자처한다고 했다. 남미의 핑크 타이드(pink tide, 좌파 정권 물결) 형성에 중국과 러시아의 자금 지원이 주효했고, 그 결과 이들 국가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주요 교역 파트너를 갈아탔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자체 개발한 AI ‘딥시크’를 ‘AI 대운하’라는 명목으로 개발도상국들에 싼값으로 보급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트럼프의 전격적인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 작전은 아마도 이 지역 중국의 영향력 봉쇄와 이들 간 독재국가 카르텔 파괴를 겨냥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아프리카의 시리아 등 여러 국가 독재자들에게 러시아가 고용한 용병인 ‘바그너 그룹’을 파견해서 독재자 신변을 보호해 주고, 독재자 정적을 암살로 제거해 주기도 하며, 소셜미디어로 여론을 조작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독재자가 정치자금을 세탁하게 도와주기도 한다고 한다. 애플바움은 이러한 저개발국 독재자에 대한 러시아의 다각적 일괄 지원을

‘정권 생존 페키지’

라 불렀다.

이 밖에도, 이란 해상 원유 수출의 80%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상하이협력기구에서 이란은 중국 ‘일대일로’ 전략의 중동 거점이기도 하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 국가를 교란하기 위해서 북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 불량 국가에 핵무기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이란은 러시아로부터 핵폭발 이용 전자기파 공격 방법 등 첨단 핵기술과 초정밀 미사일 제조법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받는다고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이용된 드론이 이란산이라고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란에 위성으로 파악한 중동 미군 기지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CNN 보도도 있었다.이런 여러 이유를 모아, 미국 트럼프 정부는 이란과의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전쟁 중, 이란이 새 지도자로 모즈타바를 선출했다고 하자, 중국은 이란이 자국 헌법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했고, 러시아는 흔들림 없는 지지와 연대를 이란에 보낸다는 논평을 발표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현재 미국와 이란과의 휴전 협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란의 외무장관이 지난달 27일 푸틴을 방문하자, 푸틴은 “이란 이익에 부합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9일 러시아 전승절에는 북한군이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 행진해서 러시아와 북한 간 초유의 유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달 20일 러시아의 푸틴과 중국의 시진핑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 일방주의를 견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북중러 정상이 천안문 광장 망루에 나란히 선 장면은

독재국가 카르텔의 상징적 과시

였다. 독재국가 카르텔의 활동은 이렇게 왕성하고 안하무인이다.

세 번째 독재국가의 특징은 현대 독재국가들이

외부 비판에 전혀 당혹해하지 않는다

는 것이라고 애플바움이 말했다. 애플바움은 독재국가들은 자신들의 비자유주의적 인권의 취약점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 독재국가는 인권 대신 각 국가의 주권을 존중하고 상호 내정을 간섭하지 말자고 국제 무대에서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푸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한 것은 러시아의 주권이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2월 11일, 주한 러시아 대사가 한국 기자들을 대사관에 초청해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여기서 주한 러시아 대사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칭찬했으며, 러시아 주한 대사관 벽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란 러시아어 현수막을 내걸었다. 심지어,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국 기자들 앞에서 쿠르스크 남부 지역 해방에 기여한 북한군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기들 신념대로 타국을 침범한 게 떳떳하다는 망언이었다. 2월 25일, 북한의 노동당 9차 대회 열병식에서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부대가 러시아 국기를 들고 행진했다. 남 나라 침범한 것을 대외적으로 당당하게 자랑하는 것이다. 독재자들은 이렇게 카르텔을 맺고 각자의 주식회사 독재정치 집단의 부와 권력을 불리며, 체제를 홍보하는 데 서로 협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애플바움은 네 번째 특징으로 독재국가들은 민주 세계, 나토, 서방, EU를 적대시하고, 언론자유, 삼권분립, 시민참여, 인터넷 등의 자유주의 사상과 민주주의에 반대함을 노골적으로 나타낸다고 했다. 애플바움은 한마디로 독재국가들은

민주주의 깎아내리기

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로 애플바움이 지적한 현대 독재국가의 특징은

국제법, 국제질서, 국제규범의 무시

다. 러시아는 우크리이나를 침범했으며, 지구상 곳곳에서 독재국가들이 자행한 납치, 고문, 민간인 살상은 수를 셀 수도 없이 많다고 한다.

특히, 브레머는 독재국가들은 타국의 기밀을 염탐하려고 노력한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우주공학 전문가가 중국 위성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중국 정찰용 위성이 미 7함대 본부가 있는 요코스카 상공을 집중적으로 통과해서 대만 침공시 미군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했다. 다른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따라서 중국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홍콩-칠레 2만km 해저광케이블 가설공사가 최근 칠레 정부가 좌파에서 우파로 바뀌자 흔들리게 됐고, 이에 미국이 사업 무산에 나섰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해저광케이블 공사가 다른 나라 정보 염탐이 목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명의 중국인 남성이 프랑스에서 에어비엔비로 한 가옥을 빌려 인근의 프랑스 군 기관 위성통신을 감청하기 위해서 마당에 위성 안테나를 설치했다가 프랑스 정보기관에 체포됐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이 밖에도 미국 유명 암센터의 중국인 연구원이 기밀 연구 결과를 탈취해서 귀국하려다 적발됐고, 중국 비밀 정보원이 미 해군 병사들과 중국 여성들 여러 쌍을 정보 염탐 목적으로 위장 결혼시키려다 체포됐다고 한다. 영국, 독일, 체코, 그리스 등에서도 중국 스파이 활동이 각국 정보국에 의해 발각됐다고 한다.

최근 미국 법무부는 캘리포니아주 아카디아 시장이던 중국계 미국인 에일린 왕을 중국 스파이 혐의로 기소했다고 한다. 그녀는 중국 관계자들의 지시를 받고 중국을 옹호하는 여론이 미국에 퍼지도록 선전전을 펼쳐 미국 국익을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인들이 드론으로 국정원 청사, 제주 해군 사령부, 수원 공준 비행단, 부산항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일이 여러 건 발생했다. 또한 우리나라에 중국 자본이 어디까지 침투했는지 우려된다는 주변 한국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앱’이며, 틱톡이 수집한 미국민의 사적 정보가 악용될 수 있다고 해서 미국 의회는 틱톡금지법을 만들었고, 미국 정부는 틱톡 미국 사업부를 중국과 단절시키고 미국 것으로 떼어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후 귀국할 때 백악관 직원과 출입 기자들은 중국 당국이 나눠준 출입증, 일회용 휴대전화, 배지 등을 모두 수거해서 에어포스원 탑승 전 비행기 계단 앞 쓰레기통에 버리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그 어떤 물건에서 도청 장치 등 스파이 장비가 설치됐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브레머는 독재국가들은 이렇게 수집한 각종 기밀 정보나 사적 정보를 활용해서

다른 나라 국가안보와 경제를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불매운동은 물론, 테러, 기습, 전쟁 등을 통해서 특정 외국 기업은 물론 특정 국가의 정계나 군부를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폭스뉴스는 이란이 혁명수비대의 비밀 요원들을 미국,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에 오랜 기간 잠복시켜 왔으며, 이를 ‘슬리퍼 셀(sleeper cell, 잠자는 세포조직)’이라 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란의 명령에 따라서 적대국 시설 파괴, 지휘관 암살, 테러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그들은 언제든지 명령만 떨어지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 애플바움이 지적한 독재국가의 특징은

담론 통제하기

다. 독재국가들은 언론,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 자국은 물론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뉴스, 메시지, 영상 등을 조작,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바움에 따르면, 중국은 소위

‘방화장성(放火長城, great firewall of china, 중국의 인터넷 통제를 만리장성에 비유해서 비꼬는 말)’

을 쌓아서, 특정 단어와 문구를 차단하고, 댓글에서 국가 명예나 이익에 해로운 내용을 막고 있으며, 페북‧인스타그램‧틱톡의 중국 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안면 인식 카메라는 중국 국내에 수억 대가 깔려 있고, 중국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중국민의 독서실태, 친구 관계, 물품 구매 등 국민 개개인 성향을 파악해서 정치 성향과 연결함으로써 중국 당국이 언제든지 반정부 움직임을 예측하고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애플바움은 중국 당국이 이렇게 국내에서 유통되는 메시지 통제를 통해서 “정치에 관심 끄고, 민주적 대안 생각하지 말며, 경제 부흥 기반의 민족주의적 자부심을 가지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주입한다고 한다.

한편, 애플바움은 중국이 해외를 상대로도 여론 조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중국어 교육과 중국 문화 소개 목적의 ‘공자학원’을 필두로, 중국은 다채널 및 다언어 위성 TV인 ‘스타타임스’를 운영하는데, 이는 아프리카 30개국 1300만 시청자를 상대로 쿵푸 영화나 중국 드라마 등을 내보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수백 개가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활동 중이라고 믿는 한국인들도 우리 주위에 많다. 중앙일보는 유료기사를 통해서 국내 일부 대학교수들이 연구한 중국인 추정 댓글 계정 활동 상황을 보도한 적이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12월까지 130개의 중국인 추정 계정과 그들의 왕성한 활동 내용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러시아의 ‘러시아 투데이(RT)’라는 국제 뉴스 TV 채널은 반서방 메시지를 아프리카에 주로 송출하여 쇼츠 등으로 재생산, 전파되게 하며, 동시에 러시아는 웹사이트 ‘프레센차’, 아랍어 언론사 ‘얄라뉴스’도 운영한다고 한다. 그 밖에도 러시아는 페북, X, 틱톡에 수백 개 계좌를 만들어 콘텐츠를 공급하는 등 세계를 상대로 AI 기반 가짜 이미지를 퍼뜨려 반(反)유럽, 반(反)미국 흑색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애플바움은 이런 독재국가 홍보 기관이 기사, 구호, 밈 등 각종 담론 재생산 정치 공작 활동을 하는 목적은 전 세계를 겨냥해서 진실을 교란하고, 그 결과로 민주주의 제도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바움은 이를

‘거짓의 불쏘시게 전술’

이라고 불렀다. 이들이 거짓 뉴스를 반복 전파하면,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를 포기하는 냉소주의 내지는 허무주의에 빠진다는 것이다.

최근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전쟁에서 이란의 프레스TV는 과거부터 계속 해 온 공개적 반유대주의 내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란이 미국 ‘자유의 여신상’을 박살 내는 AI 영상을 만들어 유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외에도 남아공 주재 이란 대사관은, X에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을 배경으로 이란 병사가 웃으며 주스를 마시는 AI 영상물을 게시하기도 했다.

‘국가자본주의’, ‘비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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