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에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대구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엣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승부수’를 본격화하면서 한 번도 내준 적 없는 보수 텃밭 대구가 최대 변수 지역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내부 공천 갈등이 겹치며, ‘절대 강세 지역’이라는 공식마저 흔들리는 양상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김부겸 전 총리와 만나 사실상 출마를 공식 요청했다. “대구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돕겠다”는 이른바 ‘전폭 지원’ 메시지까지 던지며 당 차원의 총력 지원 의지를 나타냈다.
김 전 총리는 “퇴로를 차단당했다”고 표현해 결단을 시사했고 오는 30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김 전 총리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한 뒤 곧바로 대구로 이동해 재차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졌고 대구 두류네거리 인근에는 선거사무소도 마련된 상태다. 단순한 ‘차출 카드’가 아닌 실제 선거전에 뛰어들 준비를 마친 셈이다.
민주당이 김부겸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분명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TK에서 유일하게 당선 경험이 있는 인물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중도 확장성이 검증된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는 점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선거를 ‘정권 초반 민심 평가’로 규정한 상황에서 험지 돌파를 통한 전국 판세 전환까지 노리는 포석으로 읽힌다.
여론 흐름도 심상치 않다. 영남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김 전 총리는 국민의힘 후보군 전원을 상대로 한 1대1 가상대결에서 모든 상대를 앞서는 결과를 기록했다.
일부 후보와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지만, 다수 후보와의 대결에서는 두 자릿수 격차로 우위를 점했다. 실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의 대결에서는 47.0% 대 40.4%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고 주호영 의원과의 대결에서도 7%포인트 이상 앞섰다.
추경호·윤재옥·유영하 의원 등과의 가상대결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다자 구도에서도 김 전 총리가 35%대 지지율로 2위권을 크게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서 지역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보수 핵심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전원 우세를 보인 것은 이례적인 결과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광역·기초 선거 전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고무된 분위기인데 반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히 ‘김부겸 효과’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진 공천 갈등과 계파 충돌이 누적돼 전통 지지층의 결집력이 약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위원장 컷오프 이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과 연대설까지 불거지면서 보수 표 분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TK만큼은 안전하다”는 기존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민주당 약진 흐름이 감지되는 가운데 대구마저 흔들릴 경우 전국 판세 전체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보수 진영의 막판 결집 여부다. 선거 막판 국면에서 전통 지지층이 결집할 경우 현재의 여론 흐름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의 경우 1995년 지방선거 이후 단 한 번도 민주당 계열 후보에게 시장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지역이다.
결과적으로 대구에선 ‘김부겸 변수’와 ‘보수 결집’이 충돌하는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김 전 총리가 출마를 공식화하게 되면 대구는 더 이상 상징적인 지역이 아니라 전국 최대 격전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총리 측은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정책 경쟁에 방점을 찍겠다는 입장이다. 대구 신공항, 공공기관 이전, 군부대 이전, 산업 구조 전환 등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실질적 변화’를 강조하는 전략이 예상된다.
민주당 역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로봇 산업 중심지 조성, AX(AI 전환) 혁신도시 구축 등 대규모 지원 구상을 제시하며 ‘정권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기대와 “선거용 약속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가 교차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부겸 전 총리 카드는 단순한 험지 차출이 아니라 지방선거 전체 판세를 흔들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라며 "대구에서 의미 있는 득표만 해도 전국 선거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보수 결집 변수는 여전히 강력하다.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 이상 마지막 일주일이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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