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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정당담] '누가' 빅트리를 심었나

창원시가 빅트리 민간사업자를 경찰에 사기와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했단다. 공사비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디자인은 네 차례 바뀌었다. 그중 마지막은 공사가 35%나 진행되고 나서 이뤄졌는데, 그 과정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며 담당 공무원도 징계 절차에 넘겼다.

[정정당담] '누가' 빅트리를 심었나

빅트리·SM타운 등 잇단 대형사업 논란

왜 창원에서만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창원시가 빅트리 민간사업자를 경찰에 사기와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했단다. 공사비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디자인은 네 차례 바뀌었다. 그중 마지막은 공사가 35%나 진행되고 나서 이뤄졌는데, 그 과정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며 담당 공무원도 징계 절차에 넘겼다. 문득 궁금해졌다. 창원시가 지목한 민간사업자는 과연 현대건설 본사일까? 관리 감독의 책임을 물을 담당 공무원은 과연 몇 급일까?

‘가리 느까’(이제 와서)라는 경상도 말이 먼저 떠올랐다. 빅트리가 처음 등장한 건 안상수 시장 시절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에서였다. 2018년 임기 종료를 코앞에 둔 안 시장은 지방선거 직전에 공모사업을 강행했다. 우선 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고, 그 팀은 스페인 출신의 건축가 ‘엔릭 루이스-젤리’를 앞세웠다.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는 이 건축가는 ‘자연-기술-사회가 만나는 생태적 인터페이스’를 핵심 설계 개념으로 내세웠는데, 그 시각적인 결과가 싱가포르 슈퍼트리를 차용한 빅트리와 소라 모양의 시민센터(지금의 맘스프리존)였다.

그의 설계관을 오롯이 적용한다면 빅트리와 시민센터는 보여주기식 오브제가 아니라 자연을 모방하면서 도시와 환경을 연결하는 ‘생명체’로 기능 했을 것이다. 실제 그는 건물 외피에 유리 대신 에틸렌이 들어간 플라스틱 필름(ETFE)을 즐겨 썼다. 그가 설계한 ‘바르셀로나 미디어-ICT’ 건물은 외벽 전체를 이 필름으로 감쌌는데, 기온과 일조량에 따라 쿠션 속 공기압을 조절해 햇빛을 차단하거나 받아들이는 ‘살아 숨 쉬는 건물’로 찬사를 받았다. 그의 손을 거친 최초 시민센터 디자인을 보면 이 소재를 감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엔릭의 철학을 대상공원에 적용하는 것이 애초에 무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업자가 선정되자마자 이 건축가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무리한’ 설계를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안 시장의 대상공원 공모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던 허성무 후보가 곧이어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디자인의 문제점을 바로잡기보다는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창원형 디지털SOC 뉴딜 프로젝트’라는 새 이름을 덧씌웠다. 기존 토목사업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스마트 기반의 4차 산업과 지역전략산업을 적용하겠다고 더 큰 포부를 밝혔다. 공원조성 사업을 지렛대로 산업을 일으킬 것 같은 기세였다. 그 와중에 시민센터는 껍데기만 닮은 맘스프리존으로 이름을 바꿨고, 빅트리는 나무 모양 거대 전망대로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그렇게 2020년 5월 실시협약이 체결됐고, 그 결과를 오늘날 우리는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창원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이다. 대개는 산책로와 정원을 멋지게 만들거나 규모 있는 체육시설을 집어넣는 수준에서 무난하게 마무리된다. 갈등이 일어나더라도 초과이익 환수 방법이나 분양가 상승, 환경 파괴 문제 등에 집중된다. 창원처럼 공원 시설물을 두고 논란이 일어난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창원은 빅트리 논란이 첫 사례가 아니다. 또 다른 특례사업인 사화공원 조성 과정에서 사업자가 ‘조수미 예술학교’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없던 일이 돼버린 적이 있다. 사실 허망하게 무산된 ‘SM타운’도 부동산 개발에 따른 기부채납이란 점에서 같은 맥락의 사업이다. 왜 창원에서만 이런 일이 반복될까? 누가, 왜, 이런 일을 반복하는 걸까?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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