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인호 칼럼니스트] 최근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경 노사 갈등과 파업 리스크가 역설적으로 ‘물리적 AI(Physical AI)’와 무인 자동화 기술의 현장 도입을 급격히 앞당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협상학적으로 보면 이는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꺼내든 파업 카드가 장기적으로는 상대방이 아예 협상 테이블 자체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전형적인 ‘협상력 자기잠식’ 현상에 가깝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노동조합의 파업이 기업 경영진을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카드였다. 노동이 멈추면 생산이 멈췄고, 생산이 멈추면 기업은 결국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AI와 로봇 기술이 산업 현장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한 오늘날, 그 오래된 공식은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파업을 단순한 위협 수준으로 느끼지 않고 인간 의존형 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사람 없는 공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4/23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특히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캠퍼스는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 공간이다. 첨단 반도체 공정은 인간의 숨결조차 리스크가 되는 영역이다. 초미세 공정에서는 먼지 하나, 미세한 진동 하나가 수천억 원 규모의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방진복을 입은 숙련 작업자들이 생산라인을 통제해 왔지만, 이제 인간의 개입 자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로 실제 생산라인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구현하고, AI가 수만 가지 공정 시뮬레이션을 먼저 수행한 뒤 최적의 명령을 현실 장비에 즉각 반영한다. 웨이퍼 운반은 자율주행 물류 로봇이 담당하고, 설비 점검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행하며, AI는 공정 이상을 인간보다 먼저 감지한다. 생산 현장에서 인간의 역할은 빠르게 ‘중심’에서 ‘보조’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극도의 청정 환경과 정밀한 품질 관리가 핵심이다. 아주 작은 오염도 전체 생산분을 폐기해야 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은 이미 AI 기반 품질 관리 시스템과 자동화 공정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스마트팩토리와 AI 기반 공정 관리 체계를 강화하며 인간의 실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삼성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제조업은 이미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경쟁에 돌입했다. 중국 샤오미는 사실상 무인 스마트폰 공장을 구축해 24시간 자동 생산 체계를 실험하고 있고, 일본 화낙(FANUC)은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유명하다. 미국 테슬라는 기가팩토리에서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는 AI 기반 생산 체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물류센터 곳곳에서 수십만 대의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생산성 향상만이 목적이 아니라 인간 노동이 가진 불확실성 자체를 제거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자본시장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노사 갈등이 기업 가치의 불안 요인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들은 오히려 자동화 전환 속도가 빠른 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인간 노동에는 파업, 임금 협상, 숙련도 차이, 고령화, 안전사고 같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물리적 AI 기반 생산 시스템은 이러한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와 로봇은 감정이 없고, 피로도 없으며, 협상도 하지 않는다. 한 번 구축된 시스템은 24시간 일정한 품질과 속도로 움직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생산 체제’를 확보하는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노동조합의 강경 투쟁이 오히려 자동화 전환의 명분과 속도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기업은 인간 노동의 불확실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고, 이는 곧 “사람을 줄여야 한다”는 경영 논리로 귀결된다. 결국 노동이 강하게 저항할수록 자본은 인간 없는 시스템을 더욱 강하게 갈망하게 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삼성전자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혁명 이후 수백 년간 유지되어 온 노동과 자본의 관계가 AI 시대를 맞아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거대한 전환의 서막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정인호 칼럼니스트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평론가, 협상전문가로서 현재 GGL리더십그룹 및 아방그로 대표로 있으며,《한국경제》,《이코노믹리뷰》,《인천일보》, 《한국강사신문》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국내외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3,000회 강연을 했으며, 스타트기업 사내외 이사 및 스타트업 전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인호의 강토꼴’을 11년째 재능 기부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아방그로》를 통해 경영, 리더십, 협상, 예술, 행동심리학, 이슈&인사이트 등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리더의 조건 : 그릭》, 《사르트르의 경영학 수업》, 《리더 포비아》,《DE&I 성공 전략》,《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하버드대학 세계 고전》,《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다시 쓰는 경영학》,《아티스트 인사이트》,《언택트 심리학》,《화가의 통찰법》,《호모 에고이스트》,《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가까운 날들의 사회학》,《다음은 없다》,《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협상의 심리학》,《HRD 컨설팅 인사이트》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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