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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프랑스 재정 위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지난달부터 시작된 프랑스 시위가 점점 규모가 커지고 폭력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열악한 교육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에서 시작됐다. 낡은 시설, 부족한 교사, 과밀한 학급을 개선하라는 요구였다. 주로 파리 외곽의 노동자 계층 거주지 학교에서 발생했다.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프랑스 재정 위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파리 시위 현장에서 자전거가 불타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부터 시작된 프랑스 시위가 점점 규모가 커지고 폭력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열악한 교육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에서 시작됐다. 낡은 시설, 부족한 교사, 과밀한 학급을 개선하라는 요구였다. 주로 파리 외곽의 노동자 계층 거주지 학교에서 발생했다.

이어 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실질임금의 하락에 항의하는 노조 및 노란조끼 운동이 가세했다. 학생과 노조가 합류함으로써 1968년 대시위를 연상시키는 규모로 발전하고 있다. 프랑스는 시위가 많은 나라지만 이번 시위의 근원에는 오래되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나라지만 계층화가 상당하다. 1968년 대학 평준화가 이뤄졌지만 ‘그랑제콜’이라는 특수학교들은 예외였다. 이들은 오늘날 프랑스 사회를 지배하며 독점적 특혜를 누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프랑스의 구매력 기준 연평균 임금은 6만 608달러(약 8048만원)로, 독일 6만 9433달러, 영국 6만 3691달러에 비해 낮다. 반면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70%로 독일 53%, 영국 28%보다 높다. 낮은 임금을 높은 연금으로 보상하는 구조다. 고용주와 근로자가 사회보장세를 내지만 국가 예산에서 매년 20%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의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의 44%로 OECD 평균인 34%를 크게 웃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지출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자 국채를 발행해 이를 메꾸고 있다. 재정적자는 최근 3년 연속 GDP의 5%를 웃돌았고, 올해도 5.4%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에서 정한 3% 기준선을 훌쩍 넘어섰다. GDP 대비 국가부채는 120%로 EU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0일 장중 4.96%까지 올랐고, 건전 재정으로 유명한 독일 국채와의 격차는 1.5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조세를 더 거두거나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년 취임하자마자 거꾸로 나갔다. 법인세율을 33.3%에서 25%로 내리고, 부유세(ISF)를 감축시켰다. 부유세는 자산 130만 유로(약 19억 3818만원) 이상 부유층에게 부과했으나, 이를 부동산으로 축소시켜 세부담을 줄인 것이다. 주민세와 소득세도 인하했다.

반대로 유류세를 인상했는데 이는 유가 인상으로 자영업자에게 타격을 준다. 마크롱의 조세 개혁은 노란조끼 운동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는 법으로 차량에 노란색 야광 조끼를 비치하도록 의무화하는데, 이를 입고 시위함으로써 조세에 항의한 것이다.

마크롱의 재정 개혁이 성공하려면 지출도 줄여야 하지만 저항이 거세니 일단 멈췄다. 그사이 국가부채가 늘어났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대응 재정 지출도 기여했다. 2017년 2조 2000억 유로(약 3280조 4860억원)이던 국가부채는 2024년 3조 2000억 유로로 급증했다.

연임에 성공한 마크롱은 2023년 연금 개혁에 착수한다.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것이 주 내용이다. 당시 마크롱의 집권당은 하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금개혁안이 하원에서 부결될 것으로 예상되자 헌법 조항을 이용해 총리가 표결 없이 통과시킨다. 이것이 총리의 탄핵으로 이어지고 전국적인 시위로 번졌다. 결국 연금 개혁은 차기 대선 후인 2028년 1월까지 유예된다.

프랑스 시위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이민이다. 지난해 기준 외국 출생 인구 비율은 14%로 독일의 20.5%보다 낮지만 이민 2세대까지 합치면 28%에 달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대호황기인 ‘영광의 30년’ 동안 알제리, 모로코 등 이슬람국가에서 노동력을 대거 수입한 것에서 시작된다. 더구나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생하고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사정이 악화됐다.

정부의 강력한 동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도시 외곽의 빈민 지역에 집단으로 거주하며 정체성을 유지한다. 실업과 빈곤, 그리고 범죄에 시달린다. 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한 가정의 자녀는 주로 사립학교에 다닌다.

공립학교라도 교육 환경이 좋은 곳이 있다. 그런데 이민자 자녀들은 낙후되고 여건이 나쁜 외곽의 공립학교에 다닌다. 정부는 교육 예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미래에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

프랑스 시위의 근본 원인은 신자유주의에 있다. 자본·기업·노동의 자유로운 이동, 자유 무역, 그리고 감세가 주 내용이다. 자유 무역은 가장 싼 곳에서 생산하고 가장 비싼 곳에서 판매한다. 이 때문에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과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따른다.

서비스의 경우에는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민자를 받아 저임금 노동자로 활용한다. 과거 식민지라는 인연으로 북아프리카에서 대거 이민을 받아들였으나 그들은 결코 동화되지 않고 거대한 저항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민자의 유입은 단순 근로직의 임금 수준을 떨어뜨려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감세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1%, 2024년 1.1%, 지난해 0.9%로 부진하다. 기업의 투자에는 수익성이 중요하며 세금은 부차적이다. 감세는 오히려 세수만 줄이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의 경제는 사치품 산업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저조하다. 이민을 통한 값싼 노동자의 수입은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켜 경제 성장의 동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8%로 매우 낮다. 우리는 프랑스를 위시해 유럽 국가에 비해 정부 부문이 작다. 이는 재분배 기능이 약하다는 뜻이다. 2021년 기준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24.6%로 프랑스의 24.9%와 비슷하다. 자산 불평등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 기인한다.

프랑스에 비해 유리한 점도 많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3%로 낮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불리하지만 추가적인 연금 개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면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은 물론 제조업이 골고루 발달해 있다.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특수는 상당한 초과 세수를 가져와 미래 산업 육성에 사용될 수 있다.

프랑스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고 세수를 늘려야 할 것이다. 증세를 우선으로 하고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 지출을 줄여야 사회 구성원들이 수긍할 것이다.

단순히 경제 논리에 따라 무분별하게 이민을 늘리는 것은 금물이다.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민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하책이다. 반드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고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인력을 선별적으로 받아야 할 것이다.

가급적 자국민에 대한 교육·훈련과 노동 시장 구조 개선을 통해 사회적 통합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 사례의 원인을 방만한 공공 지출이나 세대 간 갈등으로 모는 것은 정치적 책략이다. 그런 식으로 개혁하면 똑 같은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제대로 교훈을 얻고 올바르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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