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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글로벌 '금리인상' 추세…엄격한 재정 관리 필요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는 추세다. 특히 장기금리가 그렇다. 단기금리는 정책에 의해 어느 정도 통제된다. 장기금리는 정책의 영향을 덜 받고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금리 인상은 반갑지 않으나 경제와 시장의 상황을 반영한다.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글로벌 '금리인상' 추세…엄격한 재정 관리 필요

한국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는 추세다. 특히 장기금리가 그렇다. 단기금리는 정책에 의해 어느 정도 통제된다. 장기금리는 정책의 영향을 덜 받고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금리 인상은 반갑지 않으나 경제와 시장의 상황을 반영한다.

나라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미국의 경우, 2022년 3월 0.25%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해 2023년 9월 5.5%에 이르렀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이다. 이후 2024년 9월부터 완만하게 내려 지난해 12월 3.75%에 이르렀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군불을 때지만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조심 운전을 한 것이다. 지난달에 이르러서야 인상으로 돌아서 현재 4.0%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5월 4.2%에 이르렀고 8월에도 3.4%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 물가는 이미 과도하게 높고 국민들은 인플레이션에 매우 민감하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표면적인 경기는 나쁘지 않다.

장기금리의 대명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981년 9월 15.32%를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20년 8월 0.66%를 바닥으로 다시 올라가는 추세다. 최근 들어서는 4%대에서 움직였는데 지난달 이후 급등해 지난달 29일 5.24%에 이르렀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채의 과다 공급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기에 이어 2기 들어서도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의회를 통과한 ‘크고 아름다운 법’은 감세를 주 내용으로 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이법에 의해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가 4조 2000억 달러(약 5703조 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감세는 일종의 인기 정책이다. 동시에 국방비는 늘리고 있다. 내년도 미국 국방부 예산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1조 5000억 달러(약 2037조원)로 책정됐다. 미국은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며 중국·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세금은 줄이고 지출은 늘리니 재정적자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그 공백을 주로 장기국채를 발행해 메꿔왔으나 최근 국가부채가 40조 달러(약 5경 4320조원)를 돌파하는 등 우려가 많다. 2017년 트럼프 1기 정부가 출범할 때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게 늘었다. 증가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당연히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최근 들어 금리가 급등한 것은 AI 투자비 조달을 위한 민간 기업의 회사채 발행과 겹치기 때문이다.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오라클 등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5개의 올해 설비 투자 추정치는 8437억 달러(약 1146조 821억원)다. 이들은 자체 자금만으로 부족해지자 장기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이것이 국채와 경쟁하면서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발행한 국채가 만기를 맞으면서 이를 고금리 국채로 차환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이렇게 되면 국채의 이자비용이 올라가고 정부는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 갚아야 한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전망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15%로 오래 묶어 놓았다가 지난 6월부터 인상을 시작해 현재 2.65%다. 매우 느린 걸음이다. 반면 장기채 금리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2020년 12월 -0.61%로 마이너스이던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지난달 29일 3.61%에 도달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국방비 증액을 위한 국채 발행이 주 원인이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점차 발을 빼려는 움직임,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 우크라이나 전쟁이 배경이다. 나토 차원에서는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에 책정하도록 목표를 세우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를 5년 앞당기려고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독일은 엄격한 재정 관리로 유명한 나라지만 안보 위기로 인해 국방비에 예외를 두고 있다. 군사력 강화와 방위 기술 자립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며, AI 등을 통해 군을 현대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정부 지출 증가로 독일의 국가부채비율은 내년에 3%포인트 상승해 GDP 대비 69.5%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1990년대 주식·부동산 가격 붕괴 이후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써왔다. 1990년 8월 6%이던 기준금리는 1990년대 말 0%까지 내려왔고 이후 그 수준을 유지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양적완화는 장기금리까지 크게 끌어내렸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2019년 -0.11%까지 내려왔다.

일본은행은 2024년 3월부터 제로금리를 탈출하고 이후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25%로 인상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019년 이후 상승 추세인데 지난달 28일 3.1%에 이르렀다.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일본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상승세다.

일본은 엔화 약세로 인해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수입 물가를 올려 민생을 어렵게 하고 경기를 악화한다. 더구나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면서 일본도 동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일본으로 귀환하는 ‘앤-캐리-트레이드 청산’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재정 확대를 통해 국방과 산업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이후 추가 재정 지출을 매년 10조엔(약 86조 2130억원) 규모로 예정하고 있어 국채 증발은 불가피하다. 이에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결국 선진국의 통화·재정 정책은 모순적임을 알 수 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해 통화량을 줄이려 한다. 신용창조를 줄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국채 공급을 늘려 자금을 조달한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경제 어딘가에 다시 투입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는 것을 방지했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자금의 해외 이탈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미래대응기금,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산업 투자를 늘리려고 한다. 반도체 특수로 국채를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긴축적인 통화 정책, 확대적인 재정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국채의 공급 증대와 국가부채의 상승은 재정을 통한 대응 능력을 제약한다. 재정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쓰지 못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우리나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54%로 방만한 재정을 운용하는 미국·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 경제의 체력 차이를 감안할 때 재정에 대한 감독의 끈을 더욱 조일 필요가 있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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