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도헌학술원 주최 '제4회 도헌학술심포지엄'
정 전 총리 기조발제 "독단 견제할 헌법적 결단 필요"
여야 합의 따른 '총리 추천제'로 내각 권한 강화
정치 시스템 전환 위한 '국가거버넌스개혁위' 상설화
"통일은 생존 위한 강력한 경제 돌파구
AI 시대 '데이터와 알고리즘 공유'로 진화"
윤국진 "과학기술인재도 해외 '유출' 아닌 '진출'로 봐야"
차진아 "정치권 사법개혁은 국민 인권보장 기여로 판단"
▲ 한림대학교와 한림도헌학술원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4회 도헌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패권 충돌의 파고, 한국은 어떻게 넘길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도헌학술원 제공
▲ 한림대학교와 한림도헌학술원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4회 도헌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기조발제를 하는 모습. 도헌학술원 제공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 분산 방안으로 여야 합의에 따른 '총리 국회 추천제'의 개헌 이전 도입을 제안했다. 정치 시스템 전환을 위한 '국가거버넌스개혁위원회(가칭)'의 상설화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정운찬 이사장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도헌학술심포지엄'에 참석, 기조발제를 통해 "대통령의 독단을 견제하고 책임 있는 협치의 시대를 여는 헌법적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한림대학교와 한림도헌학술원이 '패권 충돌의 파고, 한국은 어떻게 넘길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동반 성장과 경제 민주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대적 시대 정신"이라며 "정치권은 기득권을 버리고, 경제계는 상생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림대학교와 한림도헌학술원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4회 도헌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기조발제를 하는 모습. 도헌학술원 제공
▲ 한림대학교와 한림도헌학술원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4회 도헌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개회사 하는 송호근 도헌학술원장. 도헌학술원 제공
▲ 윤국진 카이스트 AI 대학 학장이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도헌학술심포지엄'에 참석, 'AI 혁명과 과학기술체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도헌학술원 제공
▲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도헌학술심포지엄'에서 '민주주의와 사법개혁'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도헌학술원 제공
▲ 이근 중앙대 석좌교수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림대학교와 한림도헌학술원 주최로 열린 '제4회 도헌학술심포지엄'에서 '경제성장의 뉴패러다임'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도헌학술원 제공
특히 향후 개헌 논의에 대해 "1987년 체제의 경제민주화 규정을 21세기 환경에 맞게 발전시켜 동반 성장을 핵심 가치로 포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헌법 개정 이전이라도 '총리 국회 추천제'를 즉각 수용해 내각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며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전면적 연동형 비례대표제, 다당제 전환을 통한 연립 정부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치 시스템 변경을 주도할 독립적 '국가거버넌스개혁위원회(가칭)'의 즉각 상설화도 제안했다.
정 이사장은 "소수가 독식하던 낡은 성장 모델을 폐기하고 경제 주체 모두가 과실을 나누는 번영의 틀을 짜야 할 때"라면서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을 향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고 정치가 제 몫을 하려면 권력의 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낙수효과의 신화는 완전히 무너졌고, 아래에서부터 활력이 치솟아 생태계 전체를 적시는 '분수효과'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대적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도헌학술심포지엄'에 참석, '패권충돌과 글로벌 외교'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도헌학술원 제공
▲ 한림대학교와 한림도헌학술원이 주최한 '제4회 도헌학술심포지엄'이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여진 기자
AI 시대의 동반성장 방향으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공유'를 제시했다. 그는 "전통적 동반성장이 자본과 노동의 공유에 집중했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공유로 진화해야 한다"며 "대기업은 데이터 세트를 개방하고 협력업체들이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이사장은 "소수가 독식하던 낡은 성장 모델을 폐기하고 경제 주체 모두가 과실을 나누는 번영의 틀을 짜야 한다"며 제조업 중심의 포괄 이익 공유제를 AI 생태계 공유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거대기업의 GPU 무상 제공, 양질의 데이터를 통한 혁신 생태계의 재투자를 꼽았다. 또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생산 수단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기본 AI 자산 정책'의 도입을 들었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문제가 경제산업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정 이사장은 정부·대기업·중소기업·노동계가 상시 참여하는 '국가 경제혁신위원회' 구성도 언급했다. 이같은 기구를 통해 조사권과 손해배상 지침 수립, 입법적 실행력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초저출생 위기 속에 감상적 당위를 넘어 생존을 위한 강력한 경제 돌파구로 재정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평화가 벼랑 끝에 섰지만 왕도는 없다"며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시도하며 주변국의 이해를 주도적으로 조율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정을 생략한 급진적 통일론의 혼란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2026년을 한반도 평화 공존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남북 간 경제 격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천문학적 통일비용의 충격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확실한 '평화비용'이자 전략투자"라며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 경제 생태계 일원으로 끌어내는 한반도형 동반성장 모델이야말로 동반성장 철학의 궁극적 완성형"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공적 남북 협력을 위한 선행조건으로 남한 내부의 동반 성장을 강조, "북한 주민이 부러워할 공정한 생태계가 있어야만 진정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거대한 상생의 패러다임 전환에는 뼈를 깎는 고통과 저항이 수반된다. 성공하면 전 세계가 부러워할 롤 모델이 되겠지만, 실패한다면 국가 소멸이라는 끔찍한 비극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송호근 도헌학술원장은 이같은 국회 총리추천제, 국가거버넌스개혁위원회 등의 제안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생각해 볼만하다"며 "우리나라가 작은 것은 잘 돌보며 해 나가고 있는데 큰 틀의 논의는 놓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불안이 있는 상황 속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윤국진 카이스트 AI대학 학장은 인공지능(AI)이 지식의 플랫폼을 높여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 "AI 혁명은 인간의 지적활동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 역량을 더 넓고 깊게 확장해준다. 그간 어려움을 겪던 분야의 바텀라인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손흥민 선수 등은 해외로 나갔을 때 '진출'이라고 하지만 과학기술인재가 나가면 '유출'이라고 낙인 찍어버린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어 "과학인재도 국위선양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어떻게 기여할지 장기적 사이클과 생태계 순환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윤국진 학장은 "기술도 뛰어나면서 국제적 어젠다도 설정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고 세계로 진출하는 양손잡이 인재를 키워야 한다"며 "이를 위한 새로운 축을 세우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적 권력분립의 핵심은 법치주의"라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고 해서 선출된 권력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진아 교수는 "정치와 사법은 조화균형을 이뤄 같이 발전해 나가야 한다. 3권이 대등한 관계에 있어야 국가권력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며 "법치주의는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과정의 룰을 만들면서 여기에 구속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법치주의를 후퇴시키면 안된다. 정치권에 의한 사법개혁은 그것이 국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 것인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근 중앙대 석좌교수는 한국자본주의의 3대 생태계로 '소유생태계', '산업생태계', '복지 생태계' 측면의 국내 완결형 체제 지향을 들었다. 한국인의 한국기업 주식 보유 장려, 금융·부동산 등 기반 소득에서의 차이를 축소하는 조세정책, 복지 대상을 근로연령층에 두는 성장친화형 복지 등을 언급했다.
윤영관 이사장은 "국제 리더십 공백 속에 힘의 논리가 규범을 대체하고 있다. 전쟁이 잦아지고 보호주의와 중상주의적 산업정책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향후 미·중 양극구도 보다는 다극구도의 등장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토론에서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국내의 마이크로한 문제를 놓고 집단 간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보다 그랜드한 문제를 놓고 다시 지식인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이사, 손현덕 매일경제 주필, 박준식 한림대 부총장 등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포럼에는 윤희성 일송학원 이사장, 최양희 한림대 총장, 송호근 도헌학술원장, 이원석 전 검찰총장,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문영식 한림성심대 총장,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윤희성 이사장은 축사에서 "대내외적 위기 앞에 힘을 모으기 보다 비난이 앞서고 세대·빈부 갈등 등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며 "극명한 모순의 시대 속에 일반 국민의 성숙한 시민정신 양성이 더 중요해진만큼 서로 생각이 달라도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양희 총장은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던 질서와 가치에서 한참 벗어났고 회귀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며 "치열한 고민과 냉정한 토론이 결여된 채 표류하고 있는 국가시스템은 한국 뿐 아니라 선진국 모두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직 어떻게 생존할지에 몰두하는 두려운 현실을 진단하고, 안전하고 의미 있는 출구를 의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근 원장은 "AI가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바꿔놓고 있지만 어떻게 바뀌는지는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방향을 찾아 조망하는 것이 지성인의 시대적 사명이다. 민주주의를 둘러싼 회랑을 지키고 예민한 노선을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 지식인들이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림대 도헌학술원은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국내외 주요 이슈를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해 일송학원이 설립한 싱크탱크다. 정치·교육·의료·AI 등 다양한 주제에서 토론의 장을 마련해 시민 참여의 기회를 넓혀왔다. 김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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