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신세계그룹이 과거 대규모 투자에 따른 후폭풍에 직면하면서, 본업 부진과 재무 부담이 맞물린 구조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실적 둔화 국면에서 과거 투자 판단들이 다시 평가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3일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의 미국 자회사 스타필드 프라퍼티스는 나파밸리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의 영업권 392억원을 지난해 말 전액 손상차손 처리했다. 장부상 가치를 0원으로 반영한 것이다.
쉐이퍼 빈야드는 신세계그룹이 2022년 약 3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자산이다. 당시 부동산과 라이프스타일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됐지만, 이번 손상 처리로 기대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음을 인정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업권은 미래 초과수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프리미엄이라는 점에서, 이를 전액 손상 처리했다는 것은 단순 회계 조정을 넘어 사업성 재평가의 성격이 짙다. 그룹 측은 공통적인 글로벌 와인 시장 흐름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투자 회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실제 그룹의 주류 사업 전반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와인 수입·유통을 맡고 있는 신세계L&B는 최근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매출 역시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재고 부담과 부채비율 상승도 동시에 나타나며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일 투자 실패라기보다 신세계그룹이 확장해온 신사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으로 읽힌다.
이마트는 과거 주류 사업 확대를 위해 제주소주를 인수했지만, 4년간 400억원대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한 끝에 사업을 정리했다. 이후 동남아 수출로 방향을 틀었으나 결국 매각으로 이어지며 철수 수순을 밟았다.
이커머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3조4000억원을 투입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인수 당시 12% 수준이던 점유율은 네이버, 쿠팡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이후 지마켓은 적자로 전환하며 존재감이 빠르게 약화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마켓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결국 이마트는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지마켓을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구조 개편에 나섰다. 또한 SSG닷컴과 지마켓은 각각 독자 멤버십을 출시했다.
이는 자체 경쟁력 강화보다는 외부 파트너를 통한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당초 기대했던 ‘신세계 유니버스’ 시너지 전략이 사실상 재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대규모 인수 이후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당시 투자들이 고평가된 가격에 이뤄진 것 아니냐는 ‘승자의 저주’ 논란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에 공격적으로 확장한 전략이 현재 재무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용진 회장의 색채가 짙게 반영된 오프라인 실험들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점 ‘몰리스’는 전담 조직이 해체됐고, 체험형 가전 매장 ‘일렉트로마트’ 역시 차별화된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신세계그룹의 과거 투자 전략은 ‘확장’ 자체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안정적인 수익 구조로 연결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향후 신세계가 추가적인 확장보다는 기존 사업의 효율화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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