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숙의도 없이 개정안 강행
정·청, 당에 일임…책임 방기
강경파·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최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하며 청와대에 장관직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조짐이다.
여당이 관련 입법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 이를 집행할 주무부처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어서 검찰개혁에 대한 여권 내부 난맥상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리더십 교체를 앞두고 지지층 분열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당·정·청이 책임감 있게 개혁을 주도하기보다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 장관은 최근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장관직을 떠나 당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시한 지는 꽤 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만류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최근 보완수사권 폐지 당론 채택 등과 관련해 이제는 본인이 나가겠다는 의사를 물릴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단호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전날 연합뉴스에 “더 이상 (법무부에서) 할 일도 없고, 더 할 의지도 없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사퇴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장관이 언론을 통해 했다는 얘기만 전해질 뿐 청와대 참모에게 사의를 밝혔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이 대통령이 현재 순방 중인 관계로 이렇다 저렇다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순방 뒤 거취 논의…국힘 “마지막 양심” 공세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다음달 3일 이후 정성호 장관(사진) 거취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지 장관 1명의 거취 결정이 아니라 여권 전체에 후유증을 남기는 사안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검찰개혁을 두고 당·정·청이 그간 보여온 혼선과 무책임이 그의 사의 표명에 모두 내재해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확정 이후 보완수사권에 대한 제대로 된 숙의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 장관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지속해서 우려를 표해왔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한 일부 의원들이 보완책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당 당론으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가 확정되면서 정 장관이 사의 표명이라는 카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가 여당에 논의를 일임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김민석 의원은 지난달 25일 총리 퇴임 직전 “별도의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며 논의를 국회와 여당에 넘겼다.
8·17 전당대회 주자로 뛰어드는 입장에서 보완수사권 문제가 선거에서 이슈화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수사·기소의 주체인 행정부로서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19일 보완수사권을 두고 “정치적 슬로건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예민하고 또 많이 오염된 주제라는 측면도 있다”며 “정치화를 막기 위해 제가 국회로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공방에 활용될 것을 우려한 판단으로 해석되지만, 이 또한 강경파와 극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여당 내부 반응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문제를 쉬쉬하는 기류를 반영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충정은 이해하나 사표는 반려돼야 한다”는 발언이 공개적인 유일한 반응이었다.
국민의힘은 공세에 나섰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정 장관 사의 표명을 두고 “범죄 현장을 지켜본 자의 마지막 양심일 것”이라고 했고, 정점식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은 민주당 강경파의 눈치만 살피면서 강경파의 뜻에 끌려다니고만 있다”고 했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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