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70%에 최대 60만원...작년 소비쿠폰의 40% 규모 유동성 투입
유가 대응 10.1조·민생 2.8조·산업 2.6조...석유가격제·K패스 환급 확대
"성장 0.2%p 효과" 정부 자신감..."선거용·물가 자극"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가 현실화하자 정부가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긴급 편성
했다.
소득 하위 70% 국민 3580만명에게 최대 60만원을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을 전면에 내세워 경기 하방을 방어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유동성 확대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 논란이 맞물리며 정책 효과를 둘러싼 충돌이 커지고 있다.
◇ 19일 만의 '전쟁 추경'...3580만명 현금 지급·성장 0.2%p 기대
정부는 31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1차 추경안'을 의결
했다. 중동발 고유가로 촉발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충격과 공급망 차질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위기 속에서 불과 19일 만에 마련된 긴급 재정 처방이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4조8000억원 규모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전체 추경의 약 18%를 차지하는 최대 단일 사업으로,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3580만명이 대상이다.
지급 구조는 계층과 지역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소득 하위 70% 3256만명은 10만~25만원, 차상위·한부모가구 36만명은 45만~50만원, 기초생활수급자 285만명은 55만~60만원을 받는다.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일수록 더 많은 금액이 지급된다.
지급은 기초·차상위 계층을 우선하는 1차 지급 이후 건강보험료 등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를 확정해 2차 지급하는 방식
이다.
지급 수단은 신용카드·체크카드·지역화폐 중 선택하도록 해 소비로 이어지도록 설계
됐다.
이는 지난해 12조1000억원 규모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약 40%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낮춘 상황에서 경기 하락 압력을 방어하겠다는 판단이다.
◇ 유가 100달러 충격 대응 총력...물가 자극 논쟁·선거 논란 확산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 (인포그래픽=기획예산처)/뉴스후플러스
추경은 '고유가 대응·민생 안정·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3대 축으로 구성됐다.
고유가 대응에는 10조1000억원이 투입
된다. 이 가운데 5조원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정유사 손실 보전, 나프타 수급 불안 대응에 사용된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과 산업 전반의 공급망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대중교통 지원도 확대
된다. K패스 환급률은 최대 30%포인트 상향돼 저소득층은 최대 83%까지 환급받고, 일반 국민도 환급률이 20%에서 30%로 오른다. 등유·LPG를 사용하는 에너지바우처 대상 20만 가구에는 5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민생 안정에는 2조8000억원이 배정
됐다. 저소득층 생필품 지원을 위한 ‘그냥드림센터’는 300개소로 확대되고,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원이 추가 공급된다. 전세사기 피해자 보증금 일부 지원도 포함됐다.
청년 지원에는 1조9000억원이 투입
된다. '쉬었음' 청년을 경제활동인구로 유입하기 위한 'K-뉴딜 아카데미'가 신설되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에는 2조6000억원이 배정
됐다. 수출바우처 확대, 정책금융, 물류 지원, 재생에너지 전환, 인공지능(AI) 전환 가속화 등이 포함된다. 문화산업 분야에는 영화 6000원, 공연 1만원 할인 지원과 제작 지원이 담겼다. 또 지방재정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약 9조7000억원이 늘어나며, 국세청 체납관리 인력 9500명, 농지특별조사 인력 5000명 채용 계획도 반영됐다.
재원은 반도체·증시 호조에 따른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재원 1조원으로 마련되며, 추가 국채 발행은 없다.
정부는 현재 경제가 수요 부족 상태(GDP 갭률 마이너스)에 있어 재정 투입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조용범 예산실장은 "초과세수 기반이고 취약계층 중심 지원인 만큼 물가 자극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반론도 거세다. 한 경제전문가는 "현 시점에서의 재정 확대는 수요를 과도하게 자극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기대하는 성장률 제고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시기와 방식 모두 신중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간 경제연구소의 또 다른 전문가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재정 투입은 불가피하다""며 "단기적 부작용이 있더라도 경기 급락을 막기 위한 선택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금성 지원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선거용 추경'이라는 비판이 제기
된다. 정부는 "고유가 충격은 특정 계층이 아니라 전 국민에 영향을 미친다"며 지원 확대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경기 방어와 물가 안정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이 요구되는 국면이다. 집행 방식에 따라 물가를 자극할 수도, 에너지 부담을 낮춰 안정 효과를 낼 수도 있는 만큼 정책 운용의 정밀도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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