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2주 수준 ‘비상’...석유화학 생산 차질 현실화
수출 물량 전량 내수 전환...정유·석화사 일일 보고 의무화
중동 의존도 70%↑ 구조적 취약...정부 “핵심 산업 우선 공급”
여수 석유화학 단지 전경.[사진=연합]
[중앙이코노미뉴스 송태원]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납사)에 대한 정부의 통제 조치가 전격 시행됐다. 원료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자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 안정 규정’을 관보에 고시하고 같은 날 자정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해당 조치는 우선 5개월간 한시 적용된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국내 생산 나프타의 해외 반출을 전면 제한하는 것이다. 기존에 체결된 수출 계약 물량 역시 예외 없이 국내 공급으로 전환된다. 예외적으로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만 수출이 가능하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을 해외로 반출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취지"라며 "국내 수요처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일부 중질나프타 등은 수출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 같은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선 배경에는 나프타 수급 불안이 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기초 유분으로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고무, 포장재뿐 아니라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원료다.
국내 수급 구조 역시 취약한 상황이다. 한국은 전체 나프타 수요의 약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중동산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차질이 불가피한 구조다.
실제 현장에서는 생산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나프타 투입량을 줄이며 대응에 나선 상태로 업계에서는 현재 재고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약 2주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일부 생활 소비재 가격 상승 우려와 함께 사재기 조짐까지 나타나는 등 영향이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수출 제한을 통해 확보되는 물량을 전량 국내 수요처로 돌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생산 나프타 가운데 약 10% 안팎이 수출되고 있는 만큼 해당 물량이 내수로 전환되면 단기적인 수급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수급 관리도 강화된다. 정유사와 석유화학 기업은 생산·도입·사용·재고 현황을 매일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나프타 사업자의 주간 반출 비율(반출량/생산량)이 전년도 전체 기간 대비 20% 이상 줄어드는 경우 산업부가 합리적 사유가 있는지 따져본 뒤 판매·재고 조정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이는 나프타 사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수급 조정을 위해 산업부 장관은 나프타 사업자(정유사)에 나프타 생산 명령을 할 수 있고,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해외에서 도입한 나프타를 특정한 나프타 활용사업자(석유화학사)에게 공급하도록 할 수 있다.
이번 조치가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지와 관련해 양 실장은 "나프타 수출제한 조치가 통상 문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나프타는 대한민국 산업을 지탱하는 기초 원료인 만큼 정부는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국외 도입 지원 등 물량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는 보건의료, 핵심 산업, 생활필수품 생산에 영향이 없도록 나프타를 최우선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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