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31일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를 찾아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마지막 휴일 사법적 심판을 받았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 전면에 등판하면서 선거판이 전·현직 대통령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는 각각 지지층 결집과 정권 수호를 내세우며 선거 전 마지막 주말 유세에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전통적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격전지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앞세운 ‘보수 총동원령’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동시 등판은 흩어졌던 보수 진영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하며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세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은 31일 부산 수영로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함께 해운대시장을 찾아 “말로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정말 일하는 시장을 뽑아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도 충청·부울경·강원 등 전국 격전지를 누비는 사실상 ‘전국구 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자임하고 있으며 이날도 대구 서문시장과 수성못 일대를 방문했다. 당 내부에서는 최근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 등으로 투표를 망설이던 전통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힘 있는 여당 후보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은 사법 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들을 선거 전면에 끌어들인 야당의 행보를 퇴행적 구태 정치이자 자가당착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최근 이 대통령의 민생 행보를 ‘관권선거’라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정작 전직 대통령들을 동원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관권선거’ 공세 역시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지방선거 직전 부산 등 최대 격전지를 집중 방문한 것을 두고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방탄용 표 구걸 유세”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여기에 사전투표 첫날 불거진 이 대통령의 ‘사전투표지 노출 논란’과 서울시 압수수색 사태까지 겹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기획형 공개투표’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지방선거는 전·현직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거대한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지만 여야 모두에게 명확한 득과 실이 교차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두 전직 대통령의 등판으로 흩어졌던 전통적 보수층을 단숨에 결집시키는 강력한 효과를 거뒀다. 반면 사법적 심판을 받은 인물들이 선거 전면에 나선 만큼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며 오히려 진보·중도층의 반발을 사는 역풍을 부를 우려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의 티켓을 활용해 ‘힘 있는 여당론’을 펼치며 지지층에게 정권 수호의 명분을 줬다. 하지만 대통령의 행보가 격전지에 집중되면서 야당에 ‘관권선거 및 방탄용 유세’라는 강력한 빌미를 제공했고 투표지 노출 논란 등으로 촉발된 사법 리스크 공세를 방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처럼 전·현직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대리전 속에서 남은 사흘간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의 ‘실’을 더 크게 심판하고 어느 쪽의 ‘득’에 손을 들어줄지가 이번 선거의 최종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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