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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쟁도 롤러코스터…대기자금 470조 "갈 곳을 잃었다"

여기에 1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수출 주도 기업들이 견조한 펀더멘털을 증명한다면... 실제로 삼성전자는 1분기에만 5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도체 실적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고...

전쟁도 롤러코스터…대기자금 470조 "갈 곳을 잃었다"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란 관련 뉴스, 원·달러 환율,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출처= 연합]

미·이란 분쟁 격화 등 거시경제(매크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갈곳을 잃은 자금이 불어나고 있다.

'초단기 현금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국면이다. 지난 3월 한 달간 코스피 지수가 19%나 급락하는 패닉 장세 속에서도 증시 주변 대기 자금은 오히려 늘어 473조원에 육박했다.

안전자산마저 외면당하는 전례 없는 자금 부동화 국면 속에서, 최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이란에 2주간 공격 중단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막대한 유동성이 또 다시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개인 투자자의 주식 매수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107조4674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과 법인의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 역시 111조1219억원에 달했다.

기관 및 법인의 단기 자금 피난처로 꼽히는 MMF(머니마켓펀드) 설정액은 254조3559억원으로 치솟았다. 개인과 기관을 합쳐 총 472조 9452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대기 자금이 시장 주변에 쌓인 셈이다.

◆473조 매머드급 대기 자금 형성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안전자산마저 투자 수익을 보장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통상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 자본은 채권이나 금으로 향하지만, 이번 시장 흐름은 양상이 달랐다. 국제 유가 폭등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하며 자본시장의 전통적 공식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채권형 펀드에서만 약 2조7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금리 급등(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 손실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금 시장 역시 강달러 기조에 변동성이 커졌다. 국제 금 가격은 1월 말 온스당 5300달러를 상회했으나, 3월 말에는 1000달러가량 하락하며 4300달러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최대 금 현물 ETF인 'GLD'에서도 하루에만 30억 달러가 이탈하는 등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마저 전쟁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주식과 채권 양쪽의 손실 위험을 모두 피하려는 자금들이 원금 보장과 입출금이 자유롭고, 하루만 맡겨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예탁금, CMA, MMF 등으로 도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출처= 구글]

◆휴전·실적시즌 증시 호재성 재료에 자금 이동 '촉각'

시장 전문가들은 470조원을 훌쩍 넘긴 대기 자금의 성격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는다. 2020년 코로나19 폭락장 등에서 V자 반등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매크로 충격을 부의 이전 기회로 판단한 '스마트 머니'의 전략적 대기라는 시각과, 주식도 채권도 살 수 없는 복합 위기 속 최후의 도피처를 택한 단순 부동 자금이라는 시각이 나뉘었다.

그러나 관망세가 극에 달했던 시장에 최근 주요 변수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방안에 동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조건부 2주 휴전이 임시 보관된 473조원의 자금을 움직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기 자금이 다시 국내 증시로 유입될지, 아니면 일시적 반등 후 다른 자산으로 빠져나갈지는 향후 2주간의 전개 양상에 달렸다.

현재로서는 대기 자금이 위험자산(주식)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 상태를 유지한다면 국제 유가 폭등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하향 안정화는 증시를 짓누르던 핵심 공포인 인플레이션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우려를 빠르게 불식시키는 요인이다.

여기에 1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수출 주도 기업들이 견조한 펀더멘털을 증명한다면, 수익률에 목마른 자금이 우량주를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분기에만 5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도체 실적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고, 전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동반 급등하며 이를 증명했다.

다만 이 자금들이 좀 더 시간을 두고 움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합의가 영구적인 종전이 아닌 2주 휴전이라는 점에서 분쟁 재점화 리스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했던 만큼, 협상 과정을 면밀히 관찰한 후 투자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주식시장이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으며, 반도체를 필두로 실적 상향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 심리에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전히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분할 매수 등 단계적 접근이 유효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월 전쟁이 지수를 누르는 동안 이익 추정치 상향은 지속되면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56배로 과거 20년간 PER 백분위 하위 1% 이하에 속하는 딥밸류(초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반적인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 여러 고민이 반영되고 있지만, 실적 시즌 극초반부이기에 선제적인 비중 조절보다 향후 추가 상방 재료가 등장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는 기존 주도주 비중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4월 말 이후 컨센서스 변화를 확인한 뒤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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