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김갑진 교수팀, 스핀파 주파수 순간 이동시키는 ‘모드 변환’ 최초 발견
(a) 합성 반강자성체(SAF) 구조와 스핀파 전파를 위한 소자 개략도. 마이크로파 안테나(CPW)를 통해 스핀파를 생성 및 검출. (b) 실제 제작된 나노 소자 광학 이미지. 두 안테나 사이에서 스핀파가 전파되며, 주파수 응답을 측정. 안테나와 자기장의 상대적 방향에 따른 (c) 광학 마그논, (d) 음향 마그논 생성과 스핀 회전 개략도
스마트폰으로 고사양 게임을 즐기거나 장시간 영상을 시청할 때 발생하는 뜨거운 발열과 급격한 배터리 소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KAIST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 연구팀은 자석 내부의 미세한 진동인 ‘스핀파(Spin wave)’를 활용해 나노 크기 수준에서 신호의 주파수를 순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 전자를 이용한 정보처리 방식의 한계인 에너지 손실과 발열 문제를 극복하고, 초저전력·고속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는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소자 상용화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세대 정보처리 기술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스핀파는 자성 물질 내에서 전자 스핀들이 집단으로 진동하며 나타나는 파동 현상이다. 이 진동의 단위인 ‘마그논(Magnon)’은 실제 전자가 이동하지 않고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전류 흐름에 따른 저항열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자성 물질을 여러 겹 쌓은 ‘인공 반강자성체(Synthetic Antiferromagnet, SAF)’ 구조를 활용했다. 이 구조 내에서 스핀파는 진동 방식에 따라 ‘음향(Acoustic) 모드’와 ‘광학(Optic) 모드’라는 두 가지 고유 상태를 가진다.
실험 결과, 외부에서 인가되는 라디오파(RF) 전력의 세기를 조절하자 특정 임계점에서 스핀파의 모드가 갑작스럽게 전환되는 ‘모드 점프(Mode hopping)’ 현상이 세계 최초로 관측됐다. 이는 신호 상태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특정 순간에 전혀 다른 주파수로 급격히 바뀌는 비선형 동역학적 특성이다.
(a, b) 낮은 전력에서 자기장 증가 및 감소 시 동일한 스펙트럼이 나타나는 선형 응답. (c, d) 높은 전력에서 모드 호핑이 나타나며, 외부 자기장 스윕 방향에 따라 히스테리시스 현상이 관측. (e–h) 전력 증가에 따라 스핀파의 최고점을 추출하여 그린 그래프. 외부 전력에 따른 히스테리시스 폭이 변화하는 정량적 결과
이번 연구의 핵심 성과는 모드 점프를 통해 주파수를 5GHz 이상 순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마그논 하나가 둘로 나뉘거나 다시 합쳐지는 ‘삼중-마그논 상호작용(Three-magnon interaction)’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물리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특히 복잡한 전자 회로 없이도 단순히 신호의 세기나 자기장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주파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장치 구조의 단순화와 전력 효율 극대화가 가능하다. 또한, 동일 조건에서도 과거 상태를 기억하는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특성을 보여 뉴로모픽 컴퓨팅이나 차세대 메모리 소자로의 확장성도 확인됐다.
김갑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마그논 비선형 동역학 원리를 실제 나노 소자에서 구현하고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사례”라며 “전자 대신 스핀파를 활용하는 새로운 정보처리 패러다임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유무진 박사후연구원, 김갑진 교수, 박민규 연구교수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물리학과 유무진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3월 12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지원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양자정보과학 인적기반조성사업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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