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인류는 기후변화와 끝없는 병충해로 식량난에 처한다. 거대한 모래바람이 농토를 삼키는 장면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절망의 공간이다. 이 가상 설정이 우리 농촌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공포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 농업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필자는 2007년 충북 영동지역 과수원을 휩쓴 갈색여치를 연구하며 그 파괴력을 목격했다. 따뜻한 겨울을 지나며 부화율이 높아진 해충은 봄철 일찍 깨어나 어린잎을 섭취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는 산란량 증가와 밀도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온난화된 기후 공식은 해충에겐 최적의 번식 조건이, 농민에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최근 과수화상병 등 외래 병해충 유입까지 늘어나며 병해충은 농업 진입의 큰 장벽이 됐다. 귀농인 설문에서도 재배기술보다 ‘예측 불가한 병해충’이 더 큰 어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해충은 농가소득 감소를 넘어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문제로, 이젠 사람 중심의 분산된 대응에서 벗어나 데이터에 기반한 국가 차원의 대응체계 확립이 절실하다.
농촌진흥청이 올해 대표과제로 ‘농작물 병해충 종합관리·대응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표는 사후방제 중심에서 예찰-예측-방제-현장 확산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통합관리체계’로의 대전환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정밀 예찰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측 모델을 고도화해 농민에게 최적의 방제 타이밍을 알릴 계획이다. 15개국과 실시간 병해충 발생 정보 공유로 대응력을 강화하고, 병해충 영상 데이터 10만건을 개방해 민간의 무인 방제기 등 기술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장과의 호흡도 놓치지 않는다. 24일 발족한 ‘병해충 대응 민관 연구협의체’는 전문가 100여명이 참여해 현장 수요를 연구 기획에 반영하고, 민간 솔루션을 조기에 사업화해 농가에 보급하는 엔진 역할을 할 것이다. 신종 병해충 농약 등록 절차를 2년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등 체감도 높은 정책 변화도 병행한다.
병해충 관리는 국가 연구개발(R&D)의 주요 책무이자 안정적 농업생산의 기반이다. 필자가 영동에서 목격했던 갈색여치의 경고는 엄중하지만, 우리는 결코 절망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농진청은 국가 병해충 대응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의 답을 현장에서 찾아갈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의 말처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방혜선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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