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인공지능(AI) 시대다. AI는 단순히 산업과 직업의 판도를 바꾸는 것을 넘어 우리 개개인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한다. 이러한 흐름은 농업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농업 AI는 정밀화·스마트화·자동화 기술을 융합해 생산성을 높인다. 비용을 절감하고 품질을 혁신하는 디지털 농업의 중추다. 작물 모니터링부터 질병 진단, 파종과 수확, 유통, 품질관리에 이르기까지 이제 AI는 미래농업을 지탱하는 필수 불가결한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농업·농촌 AI 대전환(AX) 전략’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생산부터 유통, 농촌 생활 전반에 AI를 접목해 생산성 혁신과 수급안정, 주민 삶의 질 개선을 꾀한다는 청사진은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우리 농촌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보급형 스마트팜과 무인 자율화 프로젝트로 영농 부담을 덜고, 농림위성을 활용해 유통구조를 고도화하며, 2030년까지 100개의 스마트 농촌 생활권을 조성한다는 계획은 생활 밀착형 AI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농생명 AI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데이터 가치평가 체계를 마련해 3000개의 농식품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민간 중심의 자생적 AI 생태계 구축’ 계획은 대학에 몸담은 학자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농학계 대학과 연구기관이 AI 대전환을 맞이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는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미래농업 인재를 양성하고 스타트업 육성을 담당할 농학계 대학의 농장·목장·학술림 등 부속시설은 참담할 정도로 낙후했다. 일부 농업계 고등학교의 최신 시설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AI 기반의 고도화된 연구나 실증 역할을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대학과 기관별로 데이터가 관리되다보니 AI 학습과 검증에 필수적인 양질의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설 규모의 제약까지 더해져 다양한 연구분야로 확장 자체를 막는다.
정부의 AX 전략이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농업 혁명으로 이어지려면, 현장의 연구 인프라부터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대학이 AI 농업의 전초기지와 창의적인 스타트업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노후화한 부속시설을 스마트화하고 통합적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과감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기초가 부실한 곳에 첨단 AI의 꽃은 피지 않기 때문이다.
강병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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