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한국혁신경영협회 회장
지난 4월 8일, 앤스로픽이 최신 프론티어 모델인 '클로드 미토스 Preview'를 공개하면서 글로벌 사이버 보안 시장에 거대한 파문이 일고 있다. 미토스는 현존하는 AI 모델 중 가장 뛰어난 추론과 코딩 능력을 보여줬으며 인류가 수십 년간 발견하지 못했던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스스로 찾아내고 실제 해킹에 사용될 수 있는 익스플로잇 코드까지 작성하는 등 일반 해커를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27년 동안 존재했던 오픈BSD(OpenBSD)의 원격 버그를 단 50달러의 컴퓨팅 비용으로 찾아내는 등 보안 업계의 기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러한 가공할 성능이 악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앤스로픽은 미토스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주요 테크 기업 및 팔로알토(PANW),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와 같은 핵심 사이버 보안 기업이 포함된 12개사 및 40여 개 기관과 함께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결성했다. 이들은 미토스를 방어 목적으로 우선 적용하여 자사 및 오픈소스 시스템의 취약점을 탐지하고 보완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미토스의 충격은 전 세계 금융과 국가 안보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금융 당국은 주요 은행 CEO들을 소집해 긴급 보안 점검 회의를 진행했으며, 백악관 국가사이버국장도 주요 기업 및 부처를 모아 핵심 인프라 보안 강화 작업에 돌입했다. 또한 오픈AI가 보안 취약점 탐지에 특화된 새 모델을 발표하며 빅테크 기업 간의 보안 특화 AI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국내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정보보호 기업 및 주요 플랫폼사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와 연속 현안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업계는 인공지능이 유발할 수 있는 보안 위협에 대비해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확산과 공급망 보안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으며, 이 과정에서 지니언스 등 국내 정보보호 기업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ADVERTISEMENT
이러한 미토스 사태는 단순한 AI 모델 공개를 넘어 AI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미토스와 같은 고도화된 모델은 훨씬 더 많은 추론 연산과 전력을 필요로 하며 AI 산업 자체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대규모 실물 인프라가 요구되는 중공업형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앤스로픽의 성장을 흡수하는 아마존(AWS) 등이 핵심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
AI가 촉발한 미토스발 사이버 보안 시대는 공격과 방어의 역학을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느 모델이 더 똑똑한가'를 넘어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고 통제 가능한 형태로 기술을 수익화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이강석 한국혁신경영협회 회장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