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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라 Insight]1995년 서해안 시대 구상과 30년의 성적표

1995년 6월 7일자 전라일보 전신인 전라매일 창간 1주년 특집은 '대전환 전북의 21세기, 달아오르는 전북의 서해안 시대'를 내걸었다.

[전라 Insight]1995년 서해안 시대 구상과 30년의 성적표

1995년 6월 7일자 전라일보 전신인 전라매일 창간 1주년 특집은 '대전환 전북의 21세기, 달아오르는 전북의 서해안 시대'를 내걸었다. '황해를 넘어 세계를 향한다'는 슬로건 아래, 군산·부안·고창 서해안 벨트를 항만·국제해양기지·관광도시로 키우고 새만금을 수출 산업 전진기지로 바꾸자는 구상을 담았다.

냉전 해체와 세계화, WTO 출범으로 무한경쟁이 열리던 때다. 전북은 원료·부품을 대는 내륙 농공단지에서 벗어나 서해안 항만과 국제 물류망에 올라타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밑바탕이었다.

당시 전북 경제는 농업·수산업과 군산·익산·전주의 중소 제조업에 기대 있었다. 해양·항만·물류·관광과 연결된 혁신 플랫폼은 취약했고, 새만금은 방조제 공사 초입에 머물렀다. 특집의 슬로건은 비전인 동시에 질문이었다. 세계로 나가려는 의지를 산업·물류 구조가 받쳐 줄 수 있는가.

지난 30년간 성과와 한계.

30년 뒤 전북은 일부 성과를 만들었다. 새만금 방조제는 2010년 세계 최장 규모로 준공됐고, 군산항은 컨테이너·자동차 거점이 됐다. 새만금 국제공항·신항만 계획이 이어지며 '세계로' 구상은 물류 인프라 측면에서 현실의 일부가 됐다. 변산반도·고군산군도 개발로 해양관광 퍼즐도 일부 채웠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 전국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전북 본사 기업은 10개, 매출 비중은 0.28%에 그친다. 자동차·기계·섬유·농식품 등 전통 제조업 비중은 높은 반면, 바이오·헬스·무선통신·콘텐츠 같은 고부가가치 품목은 전국 수준에 못 미친다.

2025년 11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11억2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8.4% 늘었다. 하지만 같은 해 1월 수출은 4억7000만달러로 8.7% 줄었고 제조업 생산도 12.9% 감소했다. 흑자가 수출 증가가 아닌 수입 감소에서 나온 '버티는 성장'이라는 점에서, 1990년대가 지적한 '세계와의 연결 부족'은 형태만 바꿔 이어지고 있다.

1999년 창간호가 '제5의 물결 지식혁명'을 내걸며 교육서비스·전통문화예술·관광레저를 지식 기반 산업으로 키우자고 했지만, 이를 데이터·콘텐츠·플랫폼 수출 산업으로 재편한 성과는 제한적이다. 물류·관광 인프라는 갖춰진 반면, 이를 뒷받침할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는 따라가지 못했다.

새만금 9조원 피지컬AI·RE100, 새로운 시험대.

전환의 징후는 새만금에서 다시 뚜렷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6년부터 군산 새만금 지구 112만4000㎡(약 34만평)에 9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로봇·AI·수소·태양광·AI 수소시티를 아우르는 혁신성장거점을 짓기로 했다. 5조8000억원은 GPU 5만장급 AI 데이터센터, 4000억원은 연 3만대 규모 물류·배송 로봇 클러스터에 들어간다. 수전해 플랜트와 태양광 설비에 2조3000억원, 수소·AI 복합도시 시범모델에 4000억원이 투입된다. 현대차그룹과 전북도, 정부는 16조원 경제 유발 효과와 7만1000명 고용 창출을 전망한다.

전북도는 새만금을 로봇·AI·수소·재생에너지가 결합된 피지컬AI 테스트베드로 만들 계획이다. RE100 산업단지도 함께 추진된다. 풍력·태양광 전력과 수전해 플랜트, AI 데이터센터를 이으면 '그린 전력→데이터센터→로봇·수소시티'로 이어지는 피지컬AI 사슬을 한 지역에서 완결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부터 고성능 연산, 로봇·수소 실증까지 한 광역단위에서 구현하는 구조는 수도권·충청권·영남권과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1995년 특집이 서해안 시대를 '세계로 나가는 관문'으로 그렸다면, 2020년대 새만금은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AI 테스트베드를 세계와 잇는 디지털 관문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반도체 소외 속 전북의 선택지.

문제는 속도와 선택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수도권·충청권·영남권·광주전남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집중하는 동안, 전북은 메모리·파운드리 생산시설에서 사실상 소외돼 있다. 팹 유치에 운명을 걸지, 데이터·전력·실증 거점으로 방향을 틀지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는다.

대응은 세 갈래다. 첫째, 새만금·RE100 산단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을 집적해 '반도체 활용 인프라' 허브를 지향하는 길이다. 칩을 직접 생산하지 않아도 전국·세계 반도체를 모아 피지컬AI·자율주행 서비스로 전환하는 응용 허브다. 둘째, 자율주행·로봇·수소 모빌리티 실증으로 시스템반도체 수요를 만드는 테스트베드 역할이다. 셋째, 대학·연구기관·중소기업을 묶는 AI·데이터·로봇 인력 허브 전략이다. 세 갈래는 병행 가능하다.

9조원 효과를 도내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조달·협력 구조 설계도 과제다. 계획이 새만금에 집중된 만큼, 부품·소재·서비스 기업이 전주·익산·군산·정읍·김제에서 참여할 세부 구조가 필요하다. 전통 제조업의 AI·로봇·재생에너지 흡수를 지원하는 정책 패키지가 없으면 새만금은 '섬 같은 거대 프로젝트'로 남을 위험이 있다.

앞으로 10년, 서해안·피지컬AI 결합 과제.

전북연구원은 산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주력 산업 고부가가치화, 기술 혁신 기반 체질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해 왔다. 방향은 1999년 '지식혁명' 기사와 겹친다. 다만 지식의 내용이 교육·문화·관광 서비스에서 AI 알고리즘·데이터·재생에너지·로봇 공정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10년 과제는 셋으로 압축된다. 교육서비스·문화예술·관광레저를 데이터·플랫폼·콘텐츠와 연결해 수출 품목으로 만드는 일, 새만금 피지컬AI 거점과 RE100 산단을 축으로 AI·로봇·수소를 기계·자동차·조선·농식품 등 기존 산업에 이식하는 일, 반도체 활용 인프라·실증·인력 양성에서 전국 상위권을 겨냥하는 현실 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1999년 전라매일의 결론은 지금도 유효하다. 고기술과 저비용의 결합. 다만 저비용의 원천이 값싼 노동력에서 AI·로봇·재생에너지·데이터로 바뀌었을 뿐이다. '황해를 넘어 세계를 향한다'는 문장은 이제 이렇게 읽힌다. AI와 지식, 새로운 에너지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지역은 세계로 향하는 항로를 가져도 지도에서 서서히 지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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