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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라 Insight] 현대차 로봇·AI구축…새만금30년 희망고문 끝낸다

새만금이 다시 전북의 시험대에 섰다. 30년 넘게 이어진 국책사업의 약속과 지연을 이번엔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원 투자와 개발기간 단축, 산업용지 확대는 이전과 다른 변화다. 그러나 대규모 발표만으로 전북의 구조적 소외가 끝나진 않는다.

[전라 Insight] 현대차 로봇·AI구축…새만금30년 희망고문 끝낸다

새만금이 다시 전북의 시험대에 섰다. 30년 넘게 이어진 국책사업의 약속과 지연을 이번엔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원 투자와 개발기간 단축, 산업용지 확대는 이전과 다른 변화다. 그러나 대규모 발표만으로 전북의 구조적 소외가 끝나진 않는다. 공장과 시설이 아니라 일자리와 협력기업, 연구개발 기능, 지방세가 전북에 남아야 한다./

■ 1994년 '찔끔 투자'의 기억

전라일보 전신 전라매일은 1994년 9월 8일자 3면 머릿기사에서 '새萬金 사업비 턱 없는 배정…찔끔 투자'라고 보도했다. 정부가 1995년 새만금 사업비로 편성한 예산은 1200억원. 전북도 요구액 5214억원의 23%에 그쳤다. 당시 새만금종합개발사업은 황해경제권에 대응하는 신산업지대 조성과 국제교역 기능 확보를 내걸었다. 새만금항과 국제공항, 자유무역지대 구상도 담겼다. 전북의 낙후를 풀고 서해안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국가전략이었다. 그러나 출발선에서 확인된 것은 전략이 아니라 예산의 빈자리였다. 계획은 2004년까지 1조8680억원을 들여 33km 방조제를 짓는 것이었지만, 1994년까지 투입된 사업비는 2075억원으로 총사업비의 11%에 그쳤다. 정부는 투자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예산은 뒤따르지 않았다. 지역사회에서는 새만금을 국가 책임의 국책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 공채 발행 등 재원을 다각화하라는 여론이 커졌다. 새만금은 그때부터 기대와 지연, 약속과 불신이 반복되는 사업이 됐다.

■ 30년 뒤에도 그대로인 소외

지금도 전북의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수도권에 쏠린 본사·연구개발 기능, 부족한 산업 기반이 겹친다. 공장이 들어서도 생산 현장만 남고 본사·설계·금융·법무·연구가 수도권에 머물면 지역에 쌓이는 부가가치는 제한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북의 '3중 소외'를 언급한 배경이다. 전북은 수도권 집중의 피해를 받고, 비수도권 안에서도 거점도시 전략에 밀리며, 호남 안에서도 광주·전남과 비교되며 박탈감을 느낀다. 다만 지역 간 경쟁을 부추길 일은 아니다. 광주·전남의 성장은 호남 전체의 기회다. 문제는 균형발전이 특정 거점에만 자원을 몰면 인접 지역의 소외가 더 깊어진다는 데 있다. 전북은 호남권과 연계하되 새만금을 중심으로 산업 기반과 국가 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 현대차 9조원, 기회이자 시험

현대차그룹은 올해 2월 정부·전북특별자치도 등과 협약을 맺고 새만금에 약 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AI 수소 시티 등 5개 사업이다. AI 데이터센터에 5조8000억원, 태양광에 1조3000억원, 수전해에 1조원, 로봇 클러스터와 AI 수소 시티에 각각 4000억원이 투입된다. 현대차그룹은 경제효과 약 16조원, 직간접 고용 7만1000명을 제시했다. 2027년 착공해 2029년까지 주요 시설을 완공한다는 일정이다. 전북 역대 최대 단일 기업 투자다. 새만금이 매립지 공급을 넘어 로봇·AI·수소·재생에너지가 결합한 미래산업 거점으로 바뀔 기회다. 파급효과는 생산시설뿐 아니라 부품·장비·물류·주거·교육·서비스업·인력양성까지 미칠 수 있다. 다만 협약 단계의 숫자를 성과로 볼 순 없다. 경제효과와 고용은 추정치다. 착공과 준공, 상시 고용, 지역기업 참여, 세수로 확인해야 한다. 집행이 늦거나 투자가 지역경제와 겉돌면 9조원은 도민의 삶과 먼 숫자로 남는다. 새만금개발청은 매립 목표를 240.5㎢에서 169.6㎢로 줄이고, 완료 시점을 2050년에서 2035년으로 15년 앞당기는 방안을 냈다. 산업용지는 12.1㎢에서 37.5㎢로 넓힌다. 기업이 바로 입주할 땅을 먼저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남아야 할 것은 사람과 기술

속도만으론 부족하다. 전북도와 정부, 현대차그룹은 지역 환원을 구체적 실행계획으로 만들어야 한다. 먼저 청년과 도민에게 돌아갈 상시 일자리 목표다. 건설기 단기 고용과 가동 뒤 안정적 일자리는 다르다. 지역 대학·직업교육기관이 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길러 채용으로 잇는 체계가 필요하다. 지역 기업의 공급망 참여도 핵심이다. 로봇·AI·수소 산업은 부품·장비뿐 아니라 물류·안전·환경·정보기술·시설관리까지 넓게 필요로 한다. 참여 기준과 육성책 없이 대기업 시설만 들어서면 새만금은 외부 자본의 생산 거점에 그친다. 전북도·현대차그룹·상공회의소·대학·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상설화하고 계약과 참여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연구개발과 핵심 의사결정 기능도 남겨야 한다. 제조시설만으로 산업 생태계는 완성되지 않는다. 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부품, 로봇, 수소, 재생에너지,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한 실증센터·연구소·창업공간을 새만금과 군산·전주·익산에 이어야 한다.

■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국가의 책임은 더 분명하다. 새만금은 전북만의 사업이 아니다. 국가가 지정하고 국가 경쟁력을 내세워 추진한 국책사업이다. 전력망·용수·폐수처리·항만·철도·도로·통신망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첨단산업 생태계 전체의 기반이다. 정부가 이를 민원성 사업으로 다루면 1994년 '찔끔 투자'는 형태만 바꿔 반복된다. 새만금 기반시설은 국가균형발전 예산이자 산업전략 예산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이 들어올 땅만 만드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전력과 물류, 용수, 정주 여건을 갖춘 산업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전북도와 정부는 세부 일정, 항목별 집행액, 지역 고용, 전북 기업 참여, 세수 효과를 정기 공개해야 한다. 도의회와 정치권, 시민사회, 언론은 발표액이 아닌 이행 실적을 점검해야 한다. 투자를 환영하는 일과 공적 책임을 묻는 일은 충돌하지 않는다. 1994년 새만금은 예산 부족 속 도민의 희망고문이었다. 2026년 새만금은 9조원 투자와 개발계획 재편이라는 전환점에 섰다. 이제 필요한 건 발표를 넘어선 정부의 투자 의지와 정책 일관성이다. 국가는 기반시설을 책임지고, 기업은 계획대로 투자를 확대하며, 전북은 일자리와 기업, 연구개발 기능을 붙잡아야 한다. 새만금 30년 희망고문을 끝낼 기회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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