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림 작
지구 곳곳에서 생명의 터전이 흔들리고 있다. 녹아내리는 빙하와 변화하는 숲, 사라져가는 하천의 생명들까지 기후위기 시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되짚는 세 작가의 시선을 담은 전시가 전주에서 열린다.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는 오는 31일까지 최만식·서아림·홍성미 작가가 참여한 ‘삼색 보고서-우리에게 들리지 않는 이야기’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 기후변화, 생태계 위기를 각기 다른 시선과 이야기로 풀어낸다. 극지의 빙하에서 숲과 하천까지 이어지는 풍경을 통해 인간 중심의 개발과 기후 붕괴 속에서 흔들리는 생명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세 작가는 서로 다른 재료와 표현 방식을 사용하지만, 자연과 인간이 결국 하나의 삶으로 연결돼 있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전한다.
최만식 작
최만식 작가는 오랜 시간 인간과 지구 환경의 관계를 화폭에 담아왔다. 코로나19 이후의 삶과 지구온난화, 녹아내리는 빙하와 기후변화 등을 꾸준히 작업해왔으며, 최근에는 북극과 남극의 동물들, 열대 식물과 과일 등을 한 화면에 담아 미래 환경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작품의 강렬한 주황색 바탕은 폭염과 온난화를 상징한다. 북극곰과 황제펭귄, 여우와 족제비 등의 털이 주황빛으로 변한 모습은 기후변화 속에서 생명체들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거나 결국 사라질 수도 있는 미래를 암시한다.
작가는 거창한 환경운동의 구호보다 회화를 통해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현재의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자연을 단지 개발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경외와 공존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도 작품 곳곳에 담겨 있다.
서아림 작
서아림 작가는 2000년대부터 이어온 ‘해달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작가노트에서 해달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해와 달’을 함께 의미하며, 밝음과 어두움, 음과 양의 상징성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먹과 오방색으로 표현된 사계절의 풍경 속에서는 기쁨과 슬픔, 희망과 고단함이 교차하며 자연의 순환 속에 깃든 인간의 삶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작품 속 해달의 얼굴은 숲의 수관과 연결되며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규칙적으로 이어진 나무 군락은 인간 사회와 자연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평화롭게 보이는 숲 속에도 치열한 생존의 세계가 존재함을 표현한다.
대표작 ‘해달의 숲-여름2’는 짙은 초록빛 숲을 통해 아름다움과 비정함이 공존하는 자연의 이면을 보여준다. 또 ‘풍선부는 해달’은 선비의 갓을 쓴 해달이 풍선을 부는 모습을 통해 한국적 정서와 상상력을 담아내며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서정적 분위기를 전한다.
홍성미 작
홍성미 작가는 우리 주변 하천에서 살아가는 작은 민물고기들을 통해 사라져가는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폐도마와 버려진 나무 조각 위에 그려진 물고기들은 인간 개발과 환경 변화 속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존재들이다.
언제 어느 때 갈아엎어질지 모를 하천을 헤엄치는 그들을 통해 작가는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이야기한다.
작품 ‘도리뱅뱅’은 먹고 먹히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작은 생명들이 사라질 때 결국 더 큰 생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임실 납자루’는 한때 흔했던 토종 물고기가 멸종위기종이 된 현실을 통해 사라져가는 생명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서로 다른 시선과 재료, 표현 방식을 지닌 세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한다. 극지에서 바다와 하천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작품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라는 공동의 터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위태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가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는 어떤 모습이며, 앞으로 어떤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전시 관계자는 “세 작가의 작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지금의 지구 환경과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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