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 성공 해법은 권역별 산업 재설계
한국환 경영학 박사
2026년 04월 22일(수) 00:00
지난 3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특별법’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해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맞설 메가시티로 도약할 비전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과 국가 재정 지원, 교육자치 특례 등을 갖춘 ‘전남광주특별시’는 AI·에너지·반도체 등 미래 산업 거점과 농어업 스마트 혁신을 통해 수도권 집중 구조를 극복할 중요한 기회를 맞고 있다. 이는 ‘5극 초광역권’과 ‘3특 특별자치도’ 정책 속에서 수도권 일극 체제를 다극 구조로 전환하려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흐름이기도 하다. 실제로 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어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구조 전환의 시점에 이르렀다.
수도권은 인구와 자본, 기업이 집중되며 팽창하는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로 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 지방 문제는 더 이상 추상적 논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역자치단체 통합은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구조 전환의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통합 자체가 해답은 아니다. 행정구역을 넓힌다고 인구와 산업이 자동으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의 성패는 결국 산업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면적과 인구 확대는 수단일 뿐 목표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정주 인구를 회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필자는 올 1월 광주의 한 의원이 제시한 ‘4대 거점 경제권’과 ‘메가 경제권’, ‘60분 생활권’ 전략을 높이 평가하며 이를 보완해 보고자 한다.
중부권(광주·나주·화순·담양·장성·영광·함평)은 ‘AI 융합 혁신 경제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 지역은 인공지능 인프라와 에너지 기반, 바이오 산업의 잠재력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자산을 분절적으로 둘 것이 아니라 에너지·데이터·바이오가 결합된 융합 산업지대로 재편해야 한다. 첨단 기술과 농생명 기반이 연결될 때 중부권은 전남광주특별시의 핵심 두뇌이자 기술·산업 실증 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단순 연구를 넘어 실제 산업 적용과 검증이 이루어지는 혁신 플랫폼의 기능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동부권(여수·광양·순천·고흥·보성·장흥·곡성·구례)은 산업 대전환의 시험대다. 여수·광양의 중화학 산업은 지역 경제의 중심이지만 글로벌 산업 재편 속에서 구조 전환이 불가피하다. 기존 제조 기반 위에 수소 산업과 이차전지 소재, 탄소 저감 기술을 접목하고 고흥의 우주항공 산업과 연계한다면 동부권은 쇠퇴가 아닌 재도약의 거점으로 전환될 수 있다.
서부권(목포·무안·영암·해남·강진·진도·완도·신안)은 ‘그린 에너지 경제축’으로 재편해야 한다. 해상풍력을 단순 발전 사업에 머물지 않고 지역 수익 공유 모델로 확장하며 농수산 자원을 가공·수출 산업과 연결해야 한다. 나아가 자원 보유를 넘어 산업 창출로 전환하고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소 인프라 구축 등과 연계해 국가 전략 거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남해안·도서권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관광자원이지만 계절 의존도가 높고 청년 정착 기반이 약하다. 따라서 해양 경관을 기반으로 해양 스포츠와 레저 산업을 육성하고 ‘기후·웰니스 특화지대’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체류형 고급 관광, 국제 해양 스포츠 대회, 생태 연구·교육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단순 관광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통합이 권역별 중심 도시만 성장하는 구조로 귀결된다면 그 의미는 퇴색된다. 통합의 본질은 지역 특성을 살린 산업 구조 재편에 있다. 예를 들어 중부권의 함평은 대규모 산업 기반이 미흡하고 체육·숙박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나비축제와 국화축제, 황금박쥐 전시관 등을 통해 축적된 친환경 브랜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농생명 산업 및 체류형 농촌 관광과 연계하여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광주·나주 등 인접 시군과의 연대를 통해 기능적 통합과 권역별 거버넌스 강화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전남·광주통합시는 7월에 출범한다. 정치와 행정은 국민의 삶을 바꾸는 도구다. 그래서 성공에 필요한 것은 ‘모양’이 아니라 ‘설계’다. 즉 각 권역별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 결국 광역행정을 통해 공동 이익을 창출하며 지방주도 성장과 국가 균형발전을 함께 견인하는 통합특별시로 도약하길 바란다.
/한국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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