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지역책임 대입전형’ 만든다…2028학년도 교육 대전환 시동
시·교육청·지역대학 공동선언…서·논술형 평가·절대평가 기반 교육과정 특례 추진
반도체 등 전략산업 학과 정원 확대…공동개발기구 구성·기업 참여도 검토
2026년 08월 19일(수) 11:32
19일 전남광주시 브리핑룸에서 민형배 시장이 이주희 동신대총장, 김대중 교육감, 이근배 전남대총장, 이호균 목포과학대 총장과 함께 ‘전남광주 지역책임 교육 대전환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전남광주시가 초·중·고교 교육부터 대학 입시, 지역 전략산업 취업까지 하나로 잇는 ‘지역책임 교육체계’ 구축에 나선다.
지역 학생을 지역대학과 반도체 등 미래산업 인재로 키우기 위해 독자적인 대입전형을 개발하고, 이르면 2028학년도부터 지역 특성을 반영한 입시·학과 개편을 본격화한다.
전남광주시와 전남광주시교육청, 지역 대학들은 19일 전남광주시 광주청사 브리핑실에서 ‘전남광주 지역책임 교육혁신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의 자율성과 지역 책임을 대폭 확대하는 교육 대전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날 선언에는 민형배 전남광주시장과 김대중 전남광주시교육감, 이근배 전남대 총장, 이주희 동신대 총장, 이호균 목포과학대 총장이 참여했다. 동신대와 목포과학대 총장은 각각 전남광주지역대학교 총장협의회와 전문대학 총장협의회 회장교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번 공동선언은 지난 5일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전남광주시의 교육특례를 활용한 차별화된 대학 입시제도를 제안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지역 특성에 맞춰 대학이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객관식 위주 평가체계에 대한 문제의식도 함께 제시됐다.
김대중 교육감은 이날 “전남광주시 출범과 함께 반도체 800조원 투자라는 큰 기회를 맞고 있다”며 “투자의 성과가 지역 시민과 아이들에게 일자리로 돌아가려면 교육과 인재 양성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지역 학생이 지역에서 배우고 대학에 진학한 뒤 지역 기업에 취업·정착하도록 하는 ‘교육 지산지소(地産地消)’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시와 교육청, 대학은 우선 유·초·중·고교에서 대학 진학까지 연결되는 공동 인재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서·논술형 평가와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한 ‘전남광주형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에 특례를 요청한다.
입시에서는 가칭 ‘전남광주형 지역책임 대입전형 개발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에 맞는 새로운 전형을 공동 연구한다. 교육청과 대학이 참여해 지역책임 대입전형의 선발 방식과 적용 대상, 고교 교육과정 연계 방안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민형배 시장은 “오늘 어떤 입시제도를 확정해 발표하는 단계는 아니다”며 “전남광주만의 지역 입시가 만들어지면 전국적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기구를 띄워 시안을 만들고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피면서 전남광주에 맞는 대입전형과 중·고교 교육과정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도입 시기는 사실상 2028학년도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주희 동신대 총장은 “2027학년도 대입전형은 이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보고돼 있어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2028학년도에는 대입전형에 변화를 줘 지역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각 대학이 학과 증원이나 전공 신설, 교육과정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7학년도에도 기존 학과 안에서 융합전공이나 소단위 전공 형태의 인재 양성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교육청은 기존 대입 틀을 전면적으로 흔들기보다 현행 제도 안에서 서·논술형 평가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부터 검토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고교 3년 동안 학생이 작성한 서·논술형 평가 결과와 학교생활기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을 대학이 직접 살펴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법과 제도를 한꺼번에 바꾸지 않더라도 대학 전형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구체적인 평가 방식은 향후 공동기구에서 대학들과 숙의하기로 했다.
지역인재전형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현재 일부 의학계열 등에 집중된 지역인재 선발을 반도체·에너지 등 전략산업 관련 학과를 비롯해 보다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공동선언문에는 지역인재전형의 대상과 선발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지역전략산업 연계 학과 정원을 늘리겠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대학·교육청·지방정부·기업이 참여하는 인재양성 협력체계도 구축해 학교 교육에서 대학, 산업 현장, 지역 정주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맞물려 대학 정원 규제 완화도 중앙정부에 요구한다.
전남대는 반도체공학과와 미래에너지공학부 등 첨단산업 분야 학과 신설·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근배 전남대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대학 입학정원이 사실상 묶여 있는 상황”이라며 전략산업 관련 첨단학과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증원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0명 규모 학과를 만든다면 기존 학과 정원 조정을 통해 50명가량을 자체 확보하고 나머지 50명은 순증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전남대 측은 2026년 11월 정원 조정을 신청할 경우 2028년 3월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예상하고 있다.
지역책임 대입전형이 기존 지역균형·지역인재전형과 어떻게 차별화될지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대학 측은 지역책임전형을 특정 반도체 학과 등에만 한정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주희 총장은 “지역 인재를 지역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 기본 취지”라며 “특정 영역뿐 아니라 적용 범위가 상당히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참여도 추진된다. 반도체·에너지 분야 인재를 대규모로 양성하더라도 실제 채용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지역 정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 시장은 “수요처인 기업의 참여는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며 지역책임 대입전형 개발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업 참여 방식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학 사회에서는 교육제도 변화의 파급력이 큰 만큼 속도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이근배 총장은 “수십 년간 자리 잡은 입시 방식을 서·논술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전남광주시가 됐다고 해서 전국 대학과 국민 모두가 관련된 입시에 우리 지역의 색깔만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교육청과 지역 38개 대학이 함께 기구를 만들어 논의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전남광주시는 앞으로 지역책임 대입전형 공동개발기구를 중심으로 입시모델과 교육과정 개편안을 구체화하고, 지역인재전형 확대와 전략산업 관련 학과 정원 확대에 필요한 규제 완화를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대교협에 공동 건의할 방침이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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